※ 이 포스트는 극장판 애니메이션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의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
애니메이션 이야기하는 낭인,
스카이포스터입니다.
시작 전에, 첨부한 영상의 초반에 전 이야기였던 1부 영상과 포스트와 관련해 들었던 의견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코멘트는 1부 포스트 아래에 내용을 추가했으니, 영상에서 언급한 내용 외의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 분들은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2018/08/23 - [애니메이션 재방영(상영)관] - #3-1. 달걀, "말"을 말하다 (애니메이션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1부)
오늘은 말씀드렸던 대로 지역 교류회 실행위원 캐릭터 3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들이 쥰과 함께 지역 교류회를 준비하며 어떤 고민과 문제를 드러냈고, 그 고민을 해결한 끝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메시지는 어떤 것인지. 그리고 이 일이, 아이러니하게도 작품 중에서 제일 말이 없는 주인공인 쥰 때문에 일어날 수 있었는지.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해볼게요.
[스카이포스터의 애니메이션 재상영관]
세번째 이야기.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두번째 대화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제가 이제까지의 일본의 애니메이션, 게임, 영화를 접하면서 느낀 생각은, 일본 사람이 한국 사람에 비해 솔직하게 말하는 것에 더 부담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 자리에서 이에 대한 납득할 만큼의 배경을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겠지만, 이 이야기는 여러분들이 평소 생각하시는 것보다 더 솔직함에 불안함을 느끼는 범위를 넓히실 필요가 있다는 의도에서 꺼낸 언급입니다. 목적은 캐릭터들의 심리를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한 배경을 만들고자 함입니다. 따라서 일본 사람들의 솔직함에 대한 이야기는, 사회/문화/역사 등등을 제 나름대로 고려해 특별편이라는 방식으로 따로 이야기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이야기를 서론으로 꺼낸 이유는, 타쿠미, 나츠키, 다이키 이 3명의 캐릭터의 고민과 문제도 바로 여기, “솔직해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에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나츠키는 여러 정황상 쥰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 타쿠미를 보며 이제는 타쿠미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려 했지만, 그 때문에 타쿠미를 좋아하는 마음에 솔직해지지 못 했습니다. 그래서 타쿠미를 정리하려는 마음과 좋아하는 마음 어디도 정하지 못 한 채 갈팡질팡했죠. 다이키는 야구부에 능력 있는 후배가 들어와 팀이 더 높은 목표를 노릴 수 있겠다고 야구부의 기대를 올리고 있던 캐릭터로 묘사됩니다. 그런데 이 시점에 팔 부상을 당하고 정작 그 기대를 만든 자신이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원인이 될 위기에 처하자 그 불안감을 솔직히 표현하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는 물론이고 보는 우리에게도 위험한 악역처럼 보이는 행동으로 표현이 굴절된 캐릭터입니다. 타쿠미는 자신이 음악을 하고 싶다 솔직히 말한 것이 결과적으로 부모님의 이혼을 만들게 되자, 피아노를 치는 것을 포함해 자신을 드러내는 행동 일체를 회피하던 캐릭터죠.
이렇게 보면, 이 셋은 이미 처한 상황부터가 쥰에게 공감하고 영향을 받을 여지가 많은 캐릭터입니다. 기본적으로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 하는 것이 지금의 고민과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구조를 공유하는 사이죠. 특히 타쿠미와는 “솔직히 말한 것 → 가정의 불화 및 부모님의 이혼 →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지금의 모습”으로 이어지는 과거의 사건이 거의 일치하다시피 하죠. 쥰은 아예 말을 하지 않는다는 구체적인 증상이 나타난 게 다르지만, 타쿠미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피하는 모습에서 사실상 입이 있지만 말하지 않는다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쥰이 나머지 3명에게 영향을 준 핵심적인 캐릭터가 된 이유는, 쥰이 4명 중에서 제일 솔직하게 말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입니다. 말이 아닌 범위로 말의 폭을 넓히면 이 범위 안에서 제일 솔직하고 활발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쥰이죠. 이게 연출에서도 반영된 부분인데, 다른 캐릭터가 비교적 현실적으로 있을 법한 움직임을 취하는데 쥰의 동작은 크고 다소 과장되어 있으며 전용 효과음도 있을 정도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이 작품에서 제일 “만화처럼” 움직이는 캐릭터죠. 그리고 사실 말에서도 쥰이 제일 솔직한 캐릭터인데, 말을 못 한다는 설정의 쥰이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해야할 때에 적절하게 하는 캐릭터가 또 쥰이기도 하죠.
말을 못 하지만 그걸 극복해서라도 자신을 솔직히 말하는 쥰의 진심어린 모습에서 뮤지컬이라는 큰 움직임이 시작되자, 셋은 자신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을 때가 되야 가능한 것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타쿠미도 조금씩 자신을 드러내는 모습이 포착되기 시작하고, 나츠키는 슬슬 자신의 마음을 어느 쪽으로 정해야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특히 다이키는 셋 중에서도 제일 크게 변화한 캐릭터로, 자신의 행동이 그저 책임 떠넘기기이자 불안감의 굴절된 표현이라는 것을 알게 된 다이키는 야구부 후배들과 쥰을 비롯한 실행위원 셋에게 정중히 사과하며 잘못된 것들을 바로 잡아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타쿠미가 자신과 나츠키가 서로의 감정에 대해 크게 오해한다는 것을 알고 고민 끝에 나츠키에게 꺼낸 진심을 타쿠미를 좋아하기 시작한 쥰이 들어버리면서 이들의 솔직함은 최악의 타이밍을 만나 꼬이기 시작합니다. 오랫동안 대화가 이뤄지지 못하는 동안 쌓였던 오해가 터져버린 나츠키와 타쿠미의 말싸움을, 쥰은 자신이 타쿠미에게 마음을 주는 표현을 했기 때문이라고 오해합니다. 그래서 쥰은 과거 자신의 말로 생긴 사건을 타쿠미와 나츠키에게 다시 재현시켜버린 죄책감과 타쿠미가 사실은 자신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실망감을 동시에 겪고 더 크게 자신의 말문을 닫아버리는 사태에 이르게 됩니다.
그제야 타쿠미와 나츠키는 솔직하게 말함의 무게를 알게 됩니다. 말하는 것의 필요함과 그에 따른 책임이 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둘은, 쥰에 대한 속죄로 각각 움직입니다. 타쿠미는 쥰에게 상처 받는 말을 듣는다는 것까지 각오하며, 쥰에게 모든 말이 다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님을 증명해내게 됩니다. 그 동안 나츠키는 쥰의 진심이 담긴 노래와 말을 대신해주며, 진심의 무게를 절감하고 이제까진 없던 긴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그 결과 둘은 쥰을 무사히 뮤지컬 무대 위로 데려올 수 있었고, 사실 쥰의 노래가 자신의 이야기와도 다를 바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된 다이키와 나츠키, 그리고 타쿠미는 그 쥰의 노래를 함께 하게 됩니다.
말의 진정한 무게를 모르고 있었던 3명이, 일찌감치 말의 무게를 알아버린 한 사람을 만나, 말의 무게를 알고 자신의 마음을 외치는 방법을 알게 된 이야기.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두번째 이야기,
"말의 무게를 안다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