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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멋대로 리뷰

[내멋대로 리뷰/No.10/애니메이션] 「빙과」: Part.1 "살인 사건 없는 추리극"


안녕하세요, 여러분!

정기 연재 시즌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스카이포스터입니다.


「목소리의 형태」 BD 박스 리뷰를 하면서 끝인사에서 미리 안내를 드리긴 했으나, 정기 연재 시즌의 첫 작품은 근 1개월에 가까운 기간을 연재 기간으로 잡고 있습니다. 그만큼 제가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작품이었기에, 이 작품에 대해 리뷰를 쓰게 된 것이 떨리면서도 참 가슴 벅찬 순간입니다.


이번 [내멋대로 리뷰]의 작품은 흥미로웠음에도 주목받지 못 한 것이 아까운 작품을 꼽으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지목하는 작품 중에 하나입니다. 이 작품부터 교토 애니메이션이 만화나 라이트노벨이 원작이 아닌 일반적인 소설도 원작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교토 애니메이션의 두번째 작품이 바로 「울려라! 유포니엄」이죠.


오늘은 교토 애니메이션이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첫번째 애니메이션입니다. 원작 소설은 추리 소설의 정석을 따라가 흥미롭게 쓰인 작품으로 큰 인기를 얻었고, 한국에서도 일본 소설 부문의 베스트셀러에 올라가 있는 작품 시리즈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교토 애니메이션의 보증된 작화력을 더하고 캐릭터의 매력적인 측면을 부각시켜, 상업적인 성과가 아깝다고 느껴질 만큼의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한 작품입니다.


추리 소설의 재미, 매력적인 캐릭터를 주축으로 청소년기의 성장통 등의 생각해볼 만한 주제를 담은, 이번 [내멋대로 리뷰]의 손님을 소개합니다.


교토 애니메이션 제작,

2012년 2분기 TV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요네자와 호노부(米澤穂信) 씨의 소설

「고전부 시리즈(古典部シリーズ)」를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빙과(氷菓)」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제작사 : 교토 애니메이션(京都アニメーション)

# 방영시기 : 2012년 2분기~3분기(4월~9월)

# 감독 : 타케모토 야스히로(武本康弘)

# 주연

나카무라 유이치(中村悠一) : 오레키 호타로 역

사토 사토미(佐藤聡美) : 치탄다 에루 역


※ 이 포스팅은 TV 애니메이션 「빙과」의 스포일러 요소를 포함합니다. ※


※ 객관적인 정보는 일본 위키피디아 및 나무위키를 참고합니다. ※


※ 인용하는 정보에 오류가 있거나, 의견에 대해 이의사항이 있으신 경우 정중한 방향으로 댓글을 달아주시면 적극적으로 반영하겠습니다. ※


※ 현재 보고 계신 포스팅은 「빙과」 연재분의 1번째 포스팅입니다. ※


제 친구 중에 한 명이 이 작품에 대해 말했던 것 중에 특별히 인상깊게 기억하고 있었던 말 하나를 소제목으로 걸어봤습니다. 그리고 저도 ‘살인 사건 없는 추리극’이라는 설명에 동의합니다.


원작의 작가인 소설가 요네자와 호노부 씨는 미스터리 소설, 흔히 추리 소설이라고 불리는 장르에서 특히 높게 평가받고 있는 소설가입니다. 특히 이번 포스팅을 하게 된 「빙과」의 전신이 된 소설 「고전부 시리즈」는 이 소설가의 출세작으로, 이후 일본 현지에서는 물론이고 일본 밖에서도 많은 인기와 지지를 얻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죠.


어쩐지 CEO 같이 생긴 이 분이 원작 소설의 작가 되시겠습니다.


이 작가가 추리 소설 부문에서 지지를 얻고 있는 만큼, 「고전부 시리즈」도 이 작가의 장기인 추리 소설의 문법을 정석적으로 따라가는 작품입니다. 사소하지만 그것이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로 작용하는 단서를 깔고, 이 이어질 것 같으면서도 접점을 찾을 수 없는 단서를 모아 사건을 해결 하는 구조를 「고전부 시리즈」 또한 그대로 따라갑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사용했던 말을 빌려, 애거사 크리스티 이후로 등장한 사건의 범인이 소설의 배경 바깥에도 존재할 수 있다는 트릭이 아니라,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가 되는 트릭은 전부 소설에서 제공하고 있는 배경의 안에 존재하는 고전적인 ‘홈즈 스타일’의 구조를 차용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기본적인 ‘추리 소설’의 재미를 잘 이해하고 또 그것을 충실하게 이용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이 원작의 주된 재미가 바로 ‘추리 소설을 보는 재미’라는 점을 잘 잡아낸 것이 애니메이션 「빙과」의 여러 군데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크게 몇 가지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첫번째로, 주연 캐릭터인 고전부 4인방의 캐릭터가 역할이 확실하다는 것입니다. 원작자 요네자와 호노부 씨의 말에 따르면 각 캐릭터는 셜록 홈즈의 캐릭터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호타로는 사건의 해답을 제시하는 탐정 홈즈의 역할을, 자신을 데이터베이스라고 자처하는 사토시는 홈즈의 단짝인 왓슨의 역할을 맡고 있죠. 작품의 초반엔 사건의 추리에 대해 다소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할말을 하는 정의로운 성격인 마야카레스트레이드 경감에서 역할을 따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호타로에게 ‘저, 신경 쓰여요!(私、気になります!)’라는 마성의 대사로 기어이 호타로를 추리하도록 만드는 캐릭터 에루사건의 의뢰자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죠.


여기가 「빙과」에 등장하는 고전부 4인방 각자의 역할을 공식적으로 규정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구성한 캐릭터의 틀에서부터 사건의 의뢰자(주로 에루), 사건의 해결자(거의 호타로), 사건의 조력자(주로 사토시가 담당하나 마야카가 가담하기도 함)로 캐릭터가 명확한 포지션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명확한 포지션의 구성에서부터, 캐릭터들이 상호 작용을 하면서 포지션이 다채롭게 변화하는 것을 따라가는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을 최소화합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보면서 고려해야할 것들 중 캐릭터의 역할 및 포지션의 변화라는 부분에 신경을 덜 쓰게 만듦으로써, 역으로 인물들 앞에 벌어져 해결해야할 사건이 어떤 단서로 어떻게 해결될 것인지에 집중하도록 합니다. 따라서, 캐릭터의 역할이 확실하다는 것은 사건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 지를 찾아가는 추리 소설의 묘미에 집중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이 추리 과정 중에, 수없이 호타로와 에루 사이의 감정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끼어든다면

‘사건을 추리하는 재미’에 있어 흐름이 끊어질 우려가 많겠죠.


두번째로, 장면의 연출 방식이 추리의 재미에 충실하게 맞춰져 있는 점입니다. 이 안에서도 중요한 연출 방식 두 가지가 있죠. 하나는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은 소재나 상황을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해 주목하도록 하는 연출입니다. 「빙과」가 살인 사건 같은 구체적인 증거 ‘물체’가 중요시되는 일반적인 추리 소설과 달리, ‘에너지 절약’을 모토로 하는 호타로가 에루가 ‘납득’하도록 상황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아 사건의 해결을 위해 물체나 소재를 주목하게 되는 경우는 자주 있는 일이 아니긴 합니다. 하지만 사건의 해결을 위한 열쇠가 되는 소재가 등장하면 그 소재를 화면의 중심에 놓음과 동시에 많은 러닝 타임을 들여 보여줌으로써, 화면 구성으로 이 소재가 사건 해결을 위한 열쇠가 될 것이다는 암시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소재를 비춤에 있어 전부 같은 시간을 할애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임의로 시간을 할당하면서 추리하는 재미라는 본질을 유지할 수 있는 ‘적당한 친절함’이 눈에 띄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죠.


특히 이 편은 사건 해결을 위한 열쇠가 ‘물체’에 집중되었던 사건으로,

물체의 시점으로 캐릭터를 보는 정도까지 캐릭터를 화면의 주변으로 밀어낸 전략적인 카메라 구성이 돋보인다.


또 다른 하나는 사건을 정리하는 과정을 간단하면서도 상징적으로 축약해서 표현해주는 연출입니다. 이런 축약한 연출은 특히 애니메이션 「빙과」에서 2화에서 5화에 걸친 내용이었던 에루의 외숙부의 과거를 추적하면서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죠.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가설을 애니메이션을 통해 보여주며 상황 이해를 돕기도 하고, 사건을 풀이하는 긴 대사를 배경으로 등장하며 사건의 논리 관계를 시각적으로 이해하는 자료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사건의 발생을 시작으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사건의 해결 과정을 지나 사건의 결론이라는 결말에 어울리는 연출을 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이 보여줄 수 있는 재미의 진가는 ‘추리 소설을 보는 재미’라는 점을 간파한 제작진의 정성스러운 연출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각자 가져온 텍스트 자료를 요약하고 가설에 대해 이야기하며 가설에 대해 반박 의견을 제시하면서,

3분 남짓한 결코 짧지 않은 대사 분량을 사건의 최종 정리로 사용하는 등 자칫 쫓아가기 힘들었던 캐릭터의 대사를

상징으로 축약한 이 연출들이 충실하게 보조해주고 있다.


따라서 애니메이션 「빙과」는 원작이 되는 「고전부 시리즈」의 주요한 재미를 ‘추리 소설을 읽는 재미’로 해석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빙과」가 또 일반적인 추리 소설과 차별점을 보이는 지점은 바로 이 이야기가 고등학교 생활 안에 있다는 점입니다. 추리 만화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를 「명탐정 코난」 등을 보면 주인공은 학생일지 몰라도 행동은 영락없는 탐정인 경우가 많죠. 그러나 「빙과」는 캐릭터가 일반적인 고등학생의 생활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행동합니다. 사건이 터졌다고 학업을 버리고 사건을 해결하는 판타지 적인 요소가 없기 때문에, 이 작품을 학교에서의 일상을 담은 ‘학원물’로 보는 경우도 적지 않죠. 게다가 호타로라는 캐릭터가 자발적으로 탐정 역을 자처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타의적으로 행동을 개시하는 일종의 ‘귀차니즘’ 캐릭터이기 때문에, 더욱 일상에 가깝게 보이는 느낌이 있습니다.


조금 엄격하게 보자면 이 아가씨가 명가의 자제라는 점이 ‘판타지스러운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에루가 속한 카미야마 고등학교(神山高校)에 에루와 같은 명가가 있고

이들 간에 교류가 이뤄지는 부분이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어 판타지스러운 모습을 줄여주고 있다.


이런 일상에서 일반적인 추리 소설에서 보는 것만큼 내 생활에서 살인 사건을 직접 목격하는 일은 대부분에게 있어 자주 겪는 사건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런 일상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빙과」이기에, 살인 사건과 같은 자극적인 사건이 해결해야하는 사건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영화의 엔딩 찾기, 정확히는 영화의 엔딩 ‘만들기’였던 내용을 다룬 8화에서 11화의 시기에서 살인 사건이 등장했지만, 그나마도 문화제에서 다룰 살인 사건 영화 안에서 나온 것일 뿐, 실제 캐릭터의 눈 앞에 등장한 사건이 아니었죠.


성우의 목소리를 들으며 ‘연기를 못 하는’ 연기가 더 어렵겠다 싶었다.


그런데 살인 사건이라는 지극히 비일상적인 사건이 자주 발생하지 않는 일상의 안에서도 추리할 만한 것을 만들어내는 점이 바로 「빙과」의 차별점으로 언급한 것입니다. 학교에서라면 어디든 하나씩 존재하는 괴담을 소재로 하거나, 몰래 담배를 피는 학생이, 또는 선생님의 특이했던 행동을 회상하는 것이 소재가 되거나 문화제라는 학교 축제를 소재로 선정하기도 하는 등, 일상적인 소재를 사용합니다. 이런 일상적인 소재들을 추리 소설의 문법에 맞게 재구성하면서 독특한 몰입감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 바로 「빙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추리하는 재미를 베이스로, 자극적이고 해결 의지가 명확한 사건과는 달리 비자발적인 주인공 호타로에 일상적인 사건을 소재로 구성했다는 「빙과」의 독특한 특징은, 일반적인 추리 소설에 비해 사건 해결의 압박감을 덜어내고 그 빈 자리에 여러 가지 파생적인 주제나 메시지를 얹게 됩니다. 특히 「빙과」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나 혹은 사건을 해결한 이후 자주 등장하는 주제는 고등학생이라는 나이대에 맞는 성장의 고통이라고 할 수 있죠.


다음 포스팅부터는 애니메이션 「빙과」에서 다뤘던 사건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정리해보면서 제가 생각한 ‘그 사건을 통해 말하고 싶은 주제’에 대해서 한동안 다뤄보려고 합니다. 일단은 애니메이션 「빙과」에서 다뤄졌던 큰 사건 3개를 먼저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포스팅은 애니메이션 「빙과」에서 1화 일부와 2화부터 5화에 걸쳐 등장했던 사건이었던, 원작 소설 「고전부 시리즈」 1권 「빙과」에 대응되는 이야기부터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포스팅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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