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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멋대로 리뷰

[내멋대로 리뷰/No.8] TVA "데미는 이야기하고 싶어" 리뷰

안녕하세요,

간만에 [내멋대로 리뷰]로 찾아뵙는 스카이포스터입니다!


이번 작품은 비록 상업적으로 큰 성과는 올리지 못했지만, 이른바 일상물이라는 장르로 불리는 일상 에피소드를 시트콤처럼 담아내면서도 매력적이고도 개성적인 캐릭터들을 주축으로, 평등과 차별이라는 심도있는 주제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담아내고 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미리 제 개인적이고도 주관적인 평을 드리자면 주제-재미-비주얼의 삼박자가 잘 갖춰진 작품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여러 방면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소수자 및 차별 문제와도 충분히 연관지을 수 있을 만큼 꽤 심도 있는 시각을 담은 오늘 [내멋대로 리뷰]의 16번째 손님을 소개 올립니다.


[내멋대로 리뷰]의 8번째 손님


A-1 Pictures 제작의, 페토스ペトス 씨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2017년 1분기(1월)에 방영된 애니메이션,


「데미는 이야기하고 싶어」亜人ちゃんは語りたい입니다.



※ 이 포스트는 TVA 「데미는 이야기하고 싶어」의 스포일러 요소를 포함합니다. ※


※ 「데미쨩은 이야기하고 싶어」라는 제목으로 더 통용되기는 하지만,

'쨩(ちゃん)'이란 호칭이 번역하기 어렵기도 하고, 원작 만화의 정발 제목을 차용해

여기선 「데미는 이야기하고 싶어」로 표기합니다. ※


1. 특별하지 않지만 특별한 일상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서, 늘 저는 언제나 작품의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오늘 소개 올리는 이 작품은 거의 완벽하게 주제와 소재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 작품, 「데미는 이야기하고 싶어」는 주제와 소재 부분을 빼면 이야기를 나눌 거리가 많이 없어집니다. A-1 Pictures라는 무난한 대형 제작사를 바탕으로 무난한 작화와 무난한 OST 및 오프닝/엔딩 테마, 무난하게 매력적으로 만들어진 캐릭터, 그리고 학생들의 일상을 큰 자극없이 담백하게 담아내는 무난한 일상물 연출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지극히 모범생과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모범생이라함은 언제나 양날의 검이 되기 마련입니다.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은 이야기의 재미에서 엇나갈 확률은 없지만,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은 그만큼 눈을 끌만한 새로운 부분이 없다는 의미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죠. 이 작품이 이야기하고 있는 주제가 없었다면 잘 만들어진 일상물 애니메이션 그 이상, 그 이하도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더군다나 가벼운 정도는 있으나,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심각하게 만드는 무거운 갈등 상황도 없을 뿐더러, 그런 상황을 일으킬 만한 악역이 없는 잔잔한 작품으로, 일반적으로 상업적인 관점에선 다소 눈길을 끌기 힘들었을 작품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악역의 위치에 있던 캐릭터라면 타카하시 선생님과 의견 대립이 있었던 교감 선생님 정도가 있긴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교감 선생님을 악역으로 보기보단 교육관과 교육 방침의 차이에서 벌어진 가벼운 대립이라는 정도 이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작품은 ‘아인亜人’, 작중에서 최근은 ‘데미デミ’라고 불리고 있는 소재의 등장으로, 이 데미라는 사회적인 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점으로 접근하기 시작하면 이 작품은 굉장히 가치있는 작품으로 다가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수자’라는 주제가 들어가기 시작하고, 이 소수자를 둘러싼 사회 구성원들의 행동과 시선들을 눈여겨보기 시작하면, 이 작품이 단순한 일상물이 아님을 느끼기에 충분해집니다. 머리가 목에서 분리되어 머리를 따로 들고 다녀야하는 듀라한인 마치(마치 쿄코町京子)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고민하는 반 친구들의 모습과, 자신의 설녀雪女이기에 발생한 주변을 얼릴 수 있는 능력을 보고서 남들에게 피해를 끼칠까 염려되어 사람을 피하게 된 유키(쿠사카베 유키日下部雪)의 모습과, 그런 유키를 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 잠재적인 범죄 행위로 발전할 수 있는 서큐버스의 능력을 가졌지만 이를 극복하게 착실하고 살아가는 사토(사토 사키에佐藤早紀恵) 선생님과 사토 선생님이 그런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믿어주면서도 사토 선생님을 주기적으로 ‘관리’하고 ‘감시’해야하는 내키지 않는 관계를 유지해야만 하는 우가키宇垣 형사 등등, 이 작품이 던지고 있는 소소한 ‘사회의 시선’들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큰 갈등 상황이 등장하지 않은 이 작품이 결코 가벼운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 아인(데미) 4인방을 중심으로 소수자/평등/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제까지 제가 써왔던 [내멋대로 리뷰] 포스팅이 제가 의도했던 것보다 쉽지가 않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잘 모르는 사람도 작품에 대한 매력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쓰자는 소소하면서도 나름 포부있는 다짐으로 시작했고, 그렇기에 제가 다루는 작품이 어떤 의미있는 시의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리고 싶다는 마음을 중심으로 시작한 [내멋대로 리뷰]이지만, 이건 이렇게 해서 매력있다는 기법적인 언급과 작품의 의미와 시의성을 어필하려다 보면 단박에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언급이 있는 점에서 다소 어렵다고 느끼실 경우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이미지나 영상 매체가 아니라 텍스트 매체라는 점에서도 직관적인 가독성의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었을 지도 모르겠네요. 그걸 저도 잘 알고 있지만, 이 작품은 이제까지 다른 애니메이션 [내멋대로 리뷰] 포스팅에 비해 생각을 뒤집어보려는 이야기를 더더욱 많이 꺼내야할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이 작품을 통해서 이 포스팅 내내 여러분과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또 같이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이런 질문에 제 생각인 답을 하는 한 사람에 불과하기에 다른 작품에 비해서 이 포스팅을 봐주시는 분들의 적극적인 의견을 듣고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야기가 길었는데요, 정리하자면, 이번 포스팅은 정말 미리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파닥파닥


2. 평등의 의미에 대한 고찰


이론적인 이야기를 조금만 해보도록 합시다. 평등은 그 평등함을 적용하는 지점을 어디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추구하는 바가 조금씩 달라지는데, 하나는 모든 사람이 어떤 조건이든지에 상관없이 똑같은 권리를 가진 똑같은 한 명의 사람으로 추구하는 평등이고 다른 하나는 개개인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평등한 상태를 만들기 위해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평등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교육 과정의 사회 교과목에서 이른바 형식적 평등과 실질적 평등이라고 불리는 것이고, 이 둘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죠.


이런 두 종류의 평등에 대한 균형에 대한 고민이 이 작품 「데미는 이야기하고 싶어」에서도 보입니다. 특히 머리를 따로 ‘들고’ 다녀야되는 듀라한 캐릭터 쿄코의 상황을 통해서 이런 고민을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쿄코가 머리가 몸에서 분리되어있다는 듀라한의 특징으로 인해 일부는 편할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런 특징이 이점이 묘사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고, 듀라한의 특징은 대체로 일생생활에 불편함을 주는 특성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히카리가 쿄코의 불편함을 본격적으로 직접 목격하게 되는 장면


바로 이 지점이 평등에 대한 고민이 엿보이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칙은 학생에게 지정된 통학용 가방을 사용하도록 지시하고 있고, 그 가방은 손으로 들고 다니거나 혹은 핸드백처럼 메고 다녀야하는 가방의 모양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가방이 두 손이 자유로운 경우에는 뭐가 불편한 지 체감하게 되기 쉽지 않지만, 쿄코의 경우처럼 한 손이 머리를 드는 일에 묶여있는 경우라면 상황이 달라지죠. 히카리가 목격한 대로, 전화를 받기 위해 길바닥에 쪼그려 앉아 가방을 바닥에 내려두고 가방에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하고 나서야 다시 가방을 집어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되는데, 이런 경우 자칫 길을 지나가던 사람이 나쁜 마음이라도 먹으면 가방을 소매치기해서 달아나는 등의 여러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될 가능성이 크게 되죠. 그렇기에 히카리(타카나시 히카리小鳥遊ひかり)가 이런 위험한 모습을 목격하고 타카하시(타카하시 테츠오高橋鉄男) 선생님에게 귀띔을 해주게 되어, 타카하시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에게 특별히 쿄코가 백팩(배낭)을 맬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하게 됩니다. 이 사례는 학교 안에서의 한 사례고, 히카리가 뱀파이어임에도 사람들의 사회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그저 똑같은 사람으로 취급받는게 아닌, 나라에서 주기적으로 혈액 팩을 지급받는 등의 추가적인 지원이 들어가는 모습에서, 과연 평등하게 대접한다는 것은 그저 모든 것을 똑같이 만들어주면 되는 것이 평등이냐는 질문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듭니다. 추후에 더 언급하겠지만, 이렇게 '아무리 달라도 똑같이 대접해줘야 한다'는 의견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점을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는 의견의 충돌은 타카하시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과의 일화에서도 두 캐릭터를 갈등하게 하는 지점이기도 하죠.


이 장면에 대한 언급은 뒤에서 다시 할게요!


비교적 간단하게, 그럼 모두에게 똑같은 권리를 부여하는 평등이 필요할 땐 그걸로 하고 특별한 조정이 필요한 평등이 필요하면 그걸로 선택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냐고 이야기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제까지, 후자의 평등에 대해 좀 더 가치를 둬보자는 뉘앙스로 언급을 한 것 도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방침을 정하는 것에 신중해야하는 이유는, 이 둘이 서로 충돌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쿄코의 가방 이야기를 가지고 와서, 쿄코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쿄코처럼 손가방이 아닌 백팩을 필요로 하는 학생의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런 학생들을 학교에서 지정해준 가방을 사용해야한다는 '규칙'의 '예외'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이런 '예외'는 다른 말로 살짝만 바꿔보면, 규칙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틈'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규칙을 벗어나 악용하려는 사람들에게 근거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죠. 그런데 만약 이런 악용 사례를 잘 컨트롤하지 못해서, 가방의 경우 내가 메고 싶은 가방을 메기 위해 그 예외를 악용한다는 사례가 많아지면 자신의 취향이나 자신의 성향을 감수하고 지정 가방을 사용해야한다는 규칙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불만 소리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극단적으로는 규칙의 근간이 흔들려 무너질 수도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입니다. '조정하는 평등'이 '모두에게의 평등'을 위협하게 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사실 지정 가방이라고 하는 것은 최근 개인의 의사 존중이 강조되고 있다는 면에서 규칙 자체가 조금 격하게 말해 다소 시대착오적인 학칙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런 지정 가방을 사회의 '규칙' 중의 한 사례로써 생각한다고 하면, 이것은 쉽기만 한 문제가 아닙니다. 애초부터 균형이라는 것 자체가 많은 노력을 할애해야하는 작업인 것이,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면 반대쪽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균형을 지킨다'고 함은 적어도 두 가지 측면 이상의 생각을 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곧 이것은 '한 생각만 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지 가능한 이야기죠. 물론 이 작품에서 강조하는 것은 '조정하는 평등'이고, 저 또한 그 방향이 더 옳다고 생각하지만 어디까지나 그저 모든 사람을 똑같이 보기만 하는 평등만이 있었을 때 생기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의 일환이지 그것만으로 완벽한 정답은 될 수 없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등이라는 주제는 이제는 딜레마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겠고, 어느 쪽이 부작용을 더 줄일 수 있는 지에 대한 고민은 언제나 계속 되어야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3. 선의 또한 차별이 될 수도 있다


이 작품은 데미라는 소수자의 존재가 이미 사회 제도의 측면에서도, 사회 인식의 측면에서도 인정되었으며, 따라서 극단적으로 차별받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굳이 소수자들이 받을 수 있는 멸시, 조롱과 같은 부정적인 시선을 받은 것은 유키 정도가 있었지만, 따지고 들어가면 유키가 사람을 피하는 행위에 대한 험담을 유키가 자신이 데미이기 때문에 일어난 험담이라고 오해를 하고 있던 것에 불과하죠. 물론 유키가 사람을 피하는 것은 자신의 데미 성질인 설녀의 성질에서 비롯한 것이었기 때문에 완벽하게 오해는 아니긴 합니다만, 전체적으로 그저 다른 사람에겐 없는 독특한 특징이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 정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울리는 걸 보고 있으면, 데미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대놓고 괴롭힌다든지 하는 부정적인 인식을 내세우지 않을 뿐이지, 소수자라는 인식은 여전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데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님에도 미묘한 갈등 상황이 벌어지곤 합니다. 위에서 이미지로 걸었던 마치의 경우, 나는 듀라한 체질이라 사람이 붐비는 버스는 위험하다고 말했을 때, 마치와 이야기를 하고 있던 친구들이 갑자기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말았다'는 느낌으로 당황하고서 급하게 화제를 돌리는 장면이 등장하죠. 그 외에도, 히카리가 마치에게 '그렇게 머리 따로 들고 다니는 거 힘들겠다'고 말할 때 반 친구들이 당황하는 모습도 등장하죠.



이런 반응 자체에 잘못되었다는 말은 할 수가 없겠습니다. 어쨌든 데미라는 소수자 특징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 그저 평범한 사람들과 같은 순탄한 인생을 살아왔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그나마 작품에 등장하는 데미 4인방은 사람들과 사회에서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않냐고 할 수 있겠지만, 자신이 데미라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에 생기는 특수한 고민을 아마도 제일 신경쓰지 않고 사는 것으로 보이는 히카리의 밝은 성격의 뒤에는, 뱀파이어의 특징으로 머리색이 옅은 자신을 이상하지 않게 생각하도록 자신의 머리색도 일부러 옅게 만들고 히카리를 위해 돈벌이는 아내에게 맡기고 자신은 전업주부가 된 아버지(타카나시 코우지小鳥遊浩二)나 칠칠치 못한 언니가 무슨 일이 생기지 않나 항상 걱정해주는 동생 히마리(타카나시 히마리小鳥遊ひまり)의 도움이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히카리의 아버지 같은 경우는, 아직까지 사회에선 '남성'인 '전업주부'를 '무능'하다고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실로 대단한 결정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히카리 외의 다른 데미 캐릭터들은 자신의 데미 특징으로 인한 고민을 했다는 점에서 데미라는 특징이 사회적으로 또 다른 '약점'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데미의 특징에 대해서 언급하는 대화는 회피하고 싶어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데미가 데미로써의 특징으로써 겪었던 불이익이 있었을 것이고 따라서 데미의 특징에 대해 데미 자신이 언급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 될 것이라고 예상되기 때문에, 데미의 특징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할 수가 없는 입장인 것에는 무조건적으로 비판의 여지를 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급격히 화제를 전환시키는 친구들의 모습에 마치는 오히려 불편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오히려 가감없이 데미의 이야기를 물어보는 히카리에게 밝은 표정을 보여주고 있죠. 이 부분에서, 단순히 그 사람의 특징 없이 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특징이란, 그 사람의 강점만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그 사람의 강점이 어느 때는 약점이 되는 순간도 있을 것이고, 애초에 그 사람의 특징이라는 것에는 강점과 약점의 구분이 없는 '순수한 그 사람'의 특징이죠. 그러면 자연스레, 그 사람이 불편할 것 같다고 무조건 숨기려는 그 약점, 그 특징 또한 이해하지 않은 채 그 사람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있잖아. 데미라는 거 말인데... 똑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해도 되는 걸까?


(중략)


아까, 아인은 보통 사람과 거의 다를 게 없다고 말했는데,

그건 다시 말해... 다른 점이 있긴 하다는 거잖아?

그 부분을 보지 않고서 똑같은 인간이라고 하는 건, 그거야말로 차별이 아닌가 해서..."

차별점만을 강조하는 것은 명백하게 좋지 못한 행위입니다. 차별점만을 강조하는 것은 자칫하면, 너는 대부분 사람들과는 다르니까 너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대접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소수자들을 향한 폭력적인 논리로써 악용될 가능성이 높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고 그 다른점을 덮어둘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그 사람이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부정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 사람만의 독특한 특징이 어디 가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자기 자신에게 남아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독특한 그 특징으로 인한 특수한 문제점이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부분까지 고려해주지 않은 채, 마냥 이야기하기 불편한 점이라고 덮고 넘어가는 것은 오히려 나중이 되면 될 수록, '쟤도 그냥 같은 사람인데 왜 쟤한테는 저런 문제점이 발생하는 거지?'라는 의문이 쌓여져가면 결국은 다시금 '쟤는 다르니까 저런 문제가 발생하는 거야'라는 결론으로 돌아가는 것이 쉬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 사람의 약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또한 민감한 일이라는 것은 십분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무조건적으로 민감한 부분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옳은가,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한 언급 없이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가능한가, 라는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겠고, 이 부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타카하시 선생님과 데미 4인방과 이러저러한 관계를 맺은 친구 4명이 차별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하는 장면을 포착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대화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바는, '다른 점은 덮는 것이 아니라 이해해주는 것이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면 이 이야기는 아까도 이야기했던 평등의 문제와도 연결시킬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4. 범죄 예방에 대한 딜레마


데미 4인방 중에서도, 듀라한과 설녀의 특징은 특별히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특징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설녀인 유키의 경우는 자신의 특징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었다고 보는 게 맞겠죠. 하지만 뱀파이어인 히카리와 서큐버스인 사토 선생님의 특징은 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뱀파이어인 히카리는 마음을 나쁘게 먹어서 살아있는 사람의 피를 먹어보고 싶다는 욕구를 분출하면 타인에게 신체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서큐버스인 사토 선생님 역시 악용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의도적으로 서큐버스의 최음 효과를 이용해 성행위를 의도한 뒤 이를 성폭력으로 신고해 합의금이나 벌금을 뜯어내거나, 특정 인물에 대해 보복을 하는 범죄로써 악용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서큐버스 측이 순수한 피해자로 성폭력을 당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서큐버스가 그 상황을 의도했느냐 아니냐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의도의 문제를 판단하는 일은 단순히 '너가 유혹하지 않았을 것 같으니까'라거나 '너가 유혹했을 것 같으니까'라는 이유로 간단히 판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뱀파이어인 히카리의 경우는 혈액 팩 지급과 같은 눈에 보이는 수단으로 뱀파이어의 특징을 제어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기에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우가키 형사의 말대로 의도라는 정신적인 부분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난감하고도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면 절대적인 방법은 없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관할 내의 서큐버스와 조금이라도 커뮤니케이션을 갖고

그런 악의를 가진 인물인지 아닌지 사전에 사람 됨됨이를 알아보는 정도지.


(중략)


일어날지 어쩔지도 모르는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셈이니까."


이렇게 우가키 형사는 일종의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특히 사회 안에서 드물게 착실히 살아가고 있는 서큐버스인 사토 선생님의 경우는 우가키 형사에게 있어서 정말로 딜레마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데요. 이렇게 확실하게 판별할 방법이 없는, 정신적인 부분에 의해 발생하는 사건은 서큐버스의 입장에서 갑작스레 어떤 계기만 되면 마음 먹고 곧바로 실행이 가능한 사건이기 때문에 우가키 형사는 이미 거의 자신의 딸과 같은 존재로 여기고 있는 사토 선생님이 그런 마음을 먹을 인물이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면서도 지속적으로 관리 혹은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간단히 말하면, 제일 믿을 만한 인물을 제일 주의깊게 감시해야하는 아이러니를 떠안고 있는 인물이 우가키 형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걸 일이라고 생각하고, 체념할 수 밖에 없지.

사실은 미움받고 싶지 않지만 말이야."


구조적으로 불합리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충분히 나올 법한 상황입니다. 거대하게는 국가 권력이 개인을 감시한다는 사생활(프라이버시Privacy)의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제일 신뢰하는 사람을 제일 의심해야하는 이중성이라는 불안함이 비판 대상이 될 수 있죠.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완벽하게 읽어낼 수 있는 도구가 발명되지 않는 이상, 사람의 '마음'을 파악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서큐버스의 능력인 최음은 일종의 정신 지배나 다름없는 것으로 행동으로 나오건 아니면 타카하시 선생님처럼 간신히 겉으로 드러내지 않게 되건 간에 그 근간은 파악할 수 없는 정신적인 부분에서 기인할 수 밖에 없죠. 그렇게 된다면 사회의 입장에서 최선은 서큐버스가 최음 사건을 일으킬 전조가 보이느냐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우가키 형사처럼 자신이 담당하는 서큐버스인 사토 선생님이 자신이 제일 믿을 수 있는 사람 중에 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감시당하는 사람이나 감시하는 사람이나 양쪽에게 참 불편한 이야기지만, 사회의 입장에선 최대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의 방향을 잡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서큐버스는 어떠한 물증도 없이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를 줄이고 사회의 유지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하는 부분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다만 이 이야기가 '딜레마'가 될 수 있는 것은 우가키 형사가 사토 선생님은 그런 사건을 저지를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믿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애당초 우가키 형사가 '쟤는 서큐버스니까 잠재적으로 범죄자가 될 수 있는 인물이야'라고만 단정지었다면 이 일이 우가키 형사에게 있어서 딜레마로 받아들여질 이유가 없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우가키 형사에게 서큐버스를 감시하는 것은 경찰로써 당연히 해야할 일 그 이상 그 이하로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서큐버스가 잠재적으로 범죄를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사람이지만, 그걸 반대로 뒤집어 모든 서큐버스가 그 능력을 범죄에게 악용하느냐, 하고 물어본다면 그것은 함부로 단정해서는 안 되는 일일 것입니다. '넌 잠재적 범죄자니까'하는 마음가짐은 장기적으로 결국 그 사람을 점점 '잠재적 범죄자'에서 어느 순간 '그냥 범죄자'로써 인식하게 함을써 더더욱 사회의 바깥으로 밀어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남들에게 최음을 일으키지 않게 하기 위해 입고 싶은 옷도 다 참아가면서 복장을 체육복으로 일관하거나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새벽 전철을 타고 출근해 거의 막차를 타고 퇴근하는, 현실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라도 교사 생활에 열중하는 게 가능하긴 할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토 선생님이라는 캐릭터에게, 그만큼 사회 안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너는 잠재적인 범죄자니까'라는 틀을 씌워 사회적으로 불이익만을 준다면 노력에 의해 보상받지 못한 패배감이 어느 방향으로 튀어나갈지는 장담할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것은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와닿게 말하자면, 밤낮없이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받아왔는데 부모님이 '그래봐야 너는 머리 나빠서 공부 못 할건데'라고 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지 생각해보면 될 것 같습니다. 대부분은 '어차피 공부 잘 한다고 인정도 못 받을 건데 굳이 공부를 열심히 해봐야 뭐해'하는 반응을 보일 겁니다.


만화라써 그 고생길이 중화된 느낌이 있는데,

현실이라고 생각하면 사토 선생님은 일상의 상당한 부분을 포기하며 살아가는 노력파 중에 노력파라고 할 수 있다.


사토 선생님의 경우로 '보상'이라는 측면에서 이야기했지만, 적어도 인식이라는 측면에서 범죄자가 될 가능성을 가진 사람을 사실상 범죄자나 다름없는 취급으로 생각하는 것은 결코 옳은 생각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특징을 가진 사람에 대해 불안해하는 것까지 부정할 방법은 없습니다. 사람의 방어기제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이므로 무턱대고 불안해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가키 형사처럼 아이러니를 끌어안고서도 서큐버스를 감시하고 관리하는 일을 사회가 도맡아서 하고 있는 것이겠죠. 그러나 이런 통제는 어디까지나 발생할 수 있는 범죄를 예방하고자 하는 차원에 불과하지, 그 사람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낙인찍기 위해 하는 행동이 아니라는 점을 인지하고, 당연히 범죄자가 될 거야, 라든지 혹은 당연히 범죄자가 되지 않을 거야, 라는 한 쪽에 치우친 생각을 벗어나 언제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는 생각이 중요할 것입니다. 의심하는 것 또한 타인의 진짜 내면을 알 수 없는 사람으로써의 한계지만, 믿어주는 것 또한 타인의 진짜 내면을 알 수 없는 사람의 장점이기도 할테니까요.


5. 결국 모두 같으면서 다른 것이다


이제까지 대체로 '다르다'는 이야기를 중점으로 이야기를 계속 진행해 왔습니다. 데미들은 다른 사람들인게 맞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할 일이 없는 고민들을 떠안은 사람들이고, 심리적으로 그 고민들을 뛰어넘기 위해 사토 선생님의 경우처럼 부단히 노력하거나 히카리처럼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거나 마치와 유키처럼 타카하시 선생님이라는 데미라는 사람을 잘 이해해 줄 수 있는 의지할 만한 어른의 도움을 받기도 하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데미라는 특징을 덮어둔 채 그 사람의 고민을 온전히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것은 온전한 해결이 될 수 없음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왜냐하면 유키의 경우처럼 데미가 아닌 사람이어도 할 수 있는 고민인데도 그 고민을 자신이 데미이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데미가 아닌 사람은 할 일 없는 고민을 추가로 하고 있기 때문이죠.


"여자가 싫어하는 게 100개, 데미가 싫어하는 개 100개라면

데미인 여자가 싫어하는 건 100 곱하기 100을 해서 10000.


(중략)


예를 들어 그렇다는 거야. 그만큼 복잡하다는 거지."


하지만 이들을 데미라는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되는 것은 결국 데미 또한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뻔한 소리를 왜 또 하느냐 생각을 하실 것 같은데, 이유는 단순합니다. 데미는 그 사람이 가진 하나의 특징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넓게 보자면, 데미라는 특징은 한 사람이 성격이 소심하다거나 외향적이라거나, 한 사람이 쾌활하다거나 얌전하다거나 하는, 혹은 어떤 사람이 통통하거나 말랐거나, 키가 크거나 작거나 하는 한 사람을 특정지을 수 있는 여러 가지 특성 중에 하나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굳이 데미를 '소수자'의 특성이라고 가둬둘 수 이유도 없죠. 솔직히, 소수자라는 표현도 굉장히 조심스럽게 사용하는 표현인 게, 소수자라고 하면 그 특징을 '사람들이 많이 가질리 없는 특징'이라는 개념을 무의식에 깔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어디까지나 데미의 고민의 본질에 데미라는 특징이기에 생기는 고민이 더 해지는 것에 불과할 뿐, 데미도 똑같이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싶은 수많은 사람 중에 하나일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따지고 보면, 궁극적으로 데미 또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어떻게 사람들이 사는 사회에서 적응하며 살아나갈까 하는 진지한 고민을 하는 것에 불과하죠. 나 자신에게 떳떳하게 살겠다고 말하는 히카리, 자신에 대해 열성적으로 연구하려는 타카하시 선생님의 친구를 보고 자신이 어떻게 공부에 임하고 어떤 길을 걸어갈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마치, 얌전한 성격에 둥글둥글한 외모를 하고 있지만 의외로 수위 높은 개그가 코드인 반전 매력 가득한 유키,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타카하시 선생님과의 감정 관계로 고민하는 순진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토 선생님까지, 따지고 보면 굳이 데미가 아니어도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이고 충분히 가질 수 있는 특징이며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고민이라는 것을 이야기해주는 것 또한 이 작품은 세심하게 놓치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 때문에, 작품 안에서 어쩌면 제일 심각한 갈등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타카하시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 사이의 교육 방침에 대한 견해 차가 발생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타카하시 선생님이 교감 선생님이 생각한 것처럼 데미라고 모든 응석을 다 받아주는 정도의 과잉 보호를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교감 선생님이 타카하시 선생님의 교육 방침을 존중해주기로 의견을 양보하긴 했지만, 교감 선생님의 견해 또한 틀린 견해가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는 주목할 만 합니다. 이런 비유는 적절하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큰 부상을 입고 인간에게 구출되거나 혹은 멸종 위기종이어서 자연에서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는 인간의 손에서 보호를 받아야하는 동물들에게 점점 자연에서 살아가도록 훈련을 시키는 것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 사람들이 이런 동물들을 보호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야생으로 되돌려보내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품 안에 있으면서도 점진적으로 자연에서 살아갈 수 있는 훈련을 늘려주는 것입니다. 이런 아직 미숙한 동물을 이 작품에서의 데미라고 하고 자연을 사회라고 한다면, 결국 데미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은 결과적으로 사회에서 적응해 사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아직 그 내막을 자세히는 알지 못 했던 교감 선생님이 혹여나 타카하시 선생님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져서 타카하시 선생님이 사라지면 히카리, 마치, 유키가 자신의 힘으로 사회에서 적응해 나갈 능력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결론은 교감 선생님을 악역으로 볼 수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위에서도 주구장창 이야기했지만, 또 한 번 언급하자면, 중요한 것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밸런스입니다. 데미라는 특징을 고려해주지 않고 전부 똑같은 사람 취급해 버리는 것만이 옳은 것도 아니고, 데미라는 특징을 너무 신경써서 다른 사람들과 다른 취급을 받아야하는 존재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만이 옳은 것도 아닙니다. 인간이기에 가지는 보편성과,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어떤 특징에 의해 발생하는 특수성, 양쪽을 잘 고려하는 균형이 중요한 것이죠. 같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같은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차별이라는 불합리한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같으면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일이 중요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히카리는 사람에게서 피를 빨고 싶다는 마음은 있지만 팩으로 참고 있지.

또 뱀파이어의 예민한 후각을 가지고 있지만 냄새가 강한 음식을 좋아해.

그런 인간성이 그 애의 뱀파이어'다움'이며 인간으로써의 개성이지.

'다움'이라는 건 태어나서부터 생기는 성질이 아니야. 성질을 기반으로 어떻게 살아가느냐지.

그렇다고 데미의 성질에 대한 이해를 소홀히해도 된다는 것도 아니야.

데미 특유의 고민은 반드시 데미 특유의 성질에서 기인하니까.

무언가를 보는 방법은 한 방향으로만 해서는 안 돼. 양방향으로 따져야 하는 법이지.

데미의 특성만을 보면 개성을 놓치게 돼.

인간성만을 보면 고민의 원인에 도달할 수 없어. 둘 다 중요해.

밸런스가 중요하다는 거야. 나는 그렇게 생각해."


6. 연구자들의 윤리관에 대하여


이야기를 닫기 전에 하나 집고 넘어갈 만한 부분이, 바로 과학자의 연구 윤리에 관한 이슈입니다. 어떻게 보면 인간의 하나의 돌연변이로써 볼 수 있는 데미는 과학적으로 이목이 집중될만 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원리로 물 안에서 얼음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후각이 예민한데도 냄새가 심한 마늘 같은 음식을 좋아할 수 있는가, 사람의 피를 먹는다는 것은 어떤 감각인가와 같은, 과학적으로 연구할 소재가 많다고 할 수 있죠. 특히 과학적으로 전례가 없는 사례라고 볼 수 있는 게, 물리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지도 않음에도 정상적으로 머리와 몸이 연결되어 있는 듀라한의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타카하시 선생님의 대학교 친구이자 물리학을 깊게 연구하고 있는 소마(相馬)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연결된 듀라한의 구조에 매우 흥미있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죠.



과학적으로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무작정 사람을 '과학의 발전을 위한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덮어버리고 비인도적인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기초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윤리입니다. 특히 우가키 형사의 말대로, 처음엔 데미에게 너무 박해서 가끔씩 데미 관련한 범죄가 터지는 것을 전담하는 아인과(亜人科)가 있었을 정도의 사회였지만 지금은 특별히 심각한 갈등 상황 없이 아인에 대해 제법 원만한 분위기를 형성하게된 사회에서 어엿한 하나의 인격으로 존중받는 위치에 있게 된 아인이라면 인식적으로도 그런 윤리를 지키려는 움직임이 견고하겠죠.


하지만 불행하게도, 과학이 제일 비약적으로 발전한 때는 역사적으로 전쟁이 발생했을 때라고 합니다. 얼마나 더 적을 효과적으로 사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서 기술이 발전할 것이고, 사람의 여러 부위 중 어느 부위에 총을 쏴야 효과적으로 죽일 수 있느냐는 것에서 생물이 발전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곤 합니다. 인도적인 부분을 포기함으로써 얻게 되는, 혹은 얻을 수 있는 결과가 있다는 것은 가끔씩 과학자들을 딜레마에 빠뜨리곤 합니다. 최근은 인간과 유사한 동물을 실험체로 사용하는 것 또한 동물 보호 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히는 상황에서, 과학자들이 곤란한 상황을 겪기도 하죠. 과학의 발전을 위해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니지만, 다소 답답한 부분이 있을 수는 있겠다 싶은 생각은 듭니다.


"윤리가 뭐 어쨌다는 건지... 당사자가 OK했으면 그걸로 된 거잖아."

그래서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는 실험을 진행할 때에는 사전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이 있는지 고지해야하는 의무가 있죠. 그러나 단지 당사자가 OK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는 실험을 전부 다 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인지에 대한 생각은 조금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의견적으로 대립할 수 있을 만한 부분인 것이, 실험 당사자의 동의라는 것이 들어가며 '동의했으니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라는 의견과 '동의했다고 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는 의견이 대립할 가능성이 높죠.

그 부정적인 영향을 미리 알려주면 실험의 결과를 제대로 도출할 수 없는 경우는 이 대립이 더욱 격화될 수 있습니다. 유키가 사람을 피하는 원인이 된, 얼음을 만들어내는 현상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타카하시 선생님이 취한 방법에 대해서는 조금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죠. 타카하시 선생님이 유키가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조성해야만 하는 상황에 매우 마음이 편치 않아 했고 그래서 곧장 자신의 생각이 사실임이 밝혀진 직후에 유키에게 정중하게 사과하는 것으로 잘 마무리를 지었지만, 한 편으로는 유키가 그런 타카하시 선생님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죠. 결과적으로 한 사람의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한 선의의 행동에서 비롯된 행동이지만, 그걸 밝혀내기 위한 과정에 고통을 주어야할 필요가 있는 것, 이것이 과학자로써의 딜레마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는 무척이나 어려울 것 같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균형 잡힌 평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와 달리, 이 부분은 어떤 부분을 더 가치있게 두느냐에 따라 의견이 많이 갈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굳이 간단하게 만들어보자면, 그 실험의 결과로 혜택을 얻게될 사회 불특정 다수를 위하느냐 혹은 실험 당해야하는 개개인을 위하느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사회가 우선이냐 개인이 우선이냐는 논쟁은 아직은 끝나지 않은 부분이니까요. 하지만, 이 답이 안 나오는 고민을 해볼 필요는 있다고 제가 굳이 언급을 한 이유는, 이제까지 계속 이야기해왔던 것과 같습니다.


"한쪽만 생각해서는 문제의 해결에 온전히 다다를 수 없다는 것."



7. 리뷰를 닫는 이야기: 우리는 아직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는 어쩌면 아직도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이야기하는 것의 기본을 잊어버리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말을 주고 받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은 어떻고 더 나아가 그것을 통해 나를 알게 되는 일, 그것을 대화라고 한다면, 이제까지의 대화는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가리고 시작했던 것일지도 모르고, 성장해가면서 어떤 게 긍정적이고 어떤 게 부정적인지 가치 판단을 하는 사람이 되어갈수록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점점 가리는 것들이 많아져 갔는지도 모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대부분은 그런 숨김이 '미움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내가 이 사람에 대해 이런 부분을 말한다면 저 사람이 나를 미워할 거야, 라든지 아니면 내가 나에 대해 이런 부분을 말하면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게 될 거야, 라는 불안감 같은 것들 말이죠. 이 불안감을 극복하면 된다는 단순하고 순진한 윤리적인 이야기만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주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심이 없다고 한들, 굳이 남한테 미움을 받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고, 그 미움받는 것이 불안한 것은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도우며 살아가는 사람에게 미움받는 것이 그만큼 치명적인 일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인연을 맺은 사람과 더 나아갈 의지가 있다면, 그 관계는 자신의 장점 뿐만 아니라 단점 또한 품어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만들어질 수 있는 것까지는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특히나 굳이 데미로써의 고민 뿐만이 아니라 사춘기 고등학생 시절 나름의 고민까지도 안고 있는 뱀파이어인 히카리, 듀라한인 마치, 설녀인 유키 또한 자신의 고민을 풀어줄 수 있을 사람을 찾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고, 평범한 고민이라도 데미라는 특징으로 인해 다른 해결책을 써야할 수도 있기 때문에 데미를 그들의 약점이라고 무조건적으로 덮어두는 것은 그들과 대화함에 있어 바람직하지 않을 것입니다. 서큐버스인 사토 선생님의 고민 또한 결론적으로 좋아하는 이성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라는, 어떻게 생각하면 사춘기 시절의 고민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보편적인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서 결국은 인간일 뿐이라는 것을 인식해야하지만, 그것이 데미라는 특징과 얽혀 있다는 특수성까지 잊어서는 안 되겠죠. 물론 대화만으로 그들의 전부를 이해할 수는 없다고는 하더라도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대화를 한 사람이 대화를 안 한 사람보다 그 사람에게 더 다가간 사람이라는 건 틀리지 않으니까요.



이 리뷰의 처음에, 이 작품은 데미라는 설정과 그에 따른 주제를 제외하면 무난한 일상물이 된다고 말했습니다만, 그걸 제외하고도 이 작품은 군데군데 신경 쓴 부분이 굉장히 많습니다. 어쨌든 애니메이션 비평 활동이라면 비평 활동이니까 균형을 위해 단점 비슷한 것을 넣어본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는데, 사실 이 작품은 상업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 한 것이 아쉬울 만큼 잘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특히 이 작품의 일등 공신은 두말 할 것 없이 히카리라고 할 수 있는데, 히카리 특유의 명랑한 성격 때문에 일상물에서 볼 수 있는 기초적인 재미를 다진 것은 물론이고, 여기저기 문제 상황에 개입하며 자신의 명랑한 성격과도 같이 분위기를 바꿔놓는 능력, 그리고 그런 인물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능력 등등, 이 작품의 시작은 히카리로 시작해 히카리로 끝나는 작품이라고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닐 겁니다. 여기에 데미라는 이 작품 특유의 설정이 가미되면, 히카리의 먼저 다가가는 명랑한 성격에서부터 시의성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터뜨려내며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만은 않은 캐릭터성으로 매우 세심하게 디자인된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귀여움이라는 것이 폭발한다...!


또 엔딩 테마, 3월의 판타시아三月のパンタシア가 부른 "페어리 테일フェアリーテイル"이라는 곡은 그 자체로도 데미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등장함으로써 마치 동화(페어리 테일Fairytale)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작품의 분위기와도 잘 맞아 떨어지고, 또 최근 무지개가 퀴어 등의 성소수자를 지지할 때 사용하는 상징이라고 봤을 때, 엔딩 테마 초반 화면을 그리기 시작하는 색연필을 무지개 색으로 표현한 것은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는 작품의 메시지와도 잘 맞는 적절한 연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이 리뷰에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캐릭터 하나하나가 다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등 가치가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부담없이 볼 수 있지만, 주제성도 많이 내포하고 있다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저도 오랜만에 리뷰 포스팅을 쓰는 입장에서 참 즐거웠습니다.



같음도 다름도 함께 인정하는, 그래서 사회가 자신을 가리거나 지어내지 않는 대화를 해도 불이익이 없는 진정한 대화를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로 인해 다른 점은 그저 다른 점일 뿐 차별이 되지 않는 행복한 관계의 사회가 되기를 소소하게 바라면서, 데미라는 특징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세련되게 버무려낸 이 작품, 「데미는 이야기하고 싶어」의 리뷰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늘 길고 긴 제 리뷰를 보러 와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늘 감사드리고, 고생하셨습니다. 행쇼!


pixiv おーたか 님의 일러스트




★ 막간을 이용한 공지사항! ★


1. 이제까지 한국식으로 철저하게 캐릭터 이름을 성과 이름 중에 이름만으로 기입하던 것을,

이번부터 작품에서 많이 불렸다고 체감되는 호칭으로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작품 안에서 성으로 호칭이 자주 불리는 캐릭터가 있고 이름으로 자주 불리는 캐릭터가 있어서,

직관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이 부분을 따라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에 있어 이름 표기에 대해 한 방식으로 통일하는 것이 좋겠다, 는 등의 의견이 있으시면 이야기해주시길 바랍니다!


2. 늘 그렇듯, 블로그 포스팅 작업은 혼자서 진행하기 때문에,

오타 및 기타 문장적으로 사소한 문제가 잘 걸러지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주로 애니메이션 외의 자료는 나무위키, 그리고 위키피디아 재팬(Wikipedia JP)의 정보를 참고하기 때문에,

참고하는 자료의 특성상 오류가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류에 대한 지적은 언제나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3. 이번은 다음 리뷰에 대한 예고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제부터 잠깐 돈벌이를 위해 한동안은 아르바이트로

블로그 포스팅을 올릴 여력이 많이 모자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학기 때처럼, 여력이 되는 때가 오면 또 기습적으로 [내멋대로 리뷰] 포스팅이 올라갈 겁니다.


살짝 제 구상을 말씀드리면...


8~9월즈음 정식 발매를 예정하고 있는 작품 「목소리의 형태」의 BD 발매 시기에 맞춰

호외편이 아닌 정식 넘버링으로 「목소리의 형태」 리뷰 포스팅이 올라갈 것 같습니다.


4. 작업은, 특히 말풍선 인용 문구의 정리는 태블릿 PC 및 PC 화면에 적합하게 정리하고 있어서

모바일(스마트폰 환경)로는 다소 정리가 안 되어 보일 수 있습니다.

세 포맷에 대해 모두 깔끔하게 보이도록 정리하는 게 쉽지 않아서,

해결책이 나기 전까지는 모바일로 보시는 분들에게 양해를 구합니다.


5. 늘 포스팅의 마지막마다 붙이는 말이지만...

언제나 길고 긴 포스팅을 읽어주시느라 고생 많으시고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