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1일 저녁 8시 23분 이후로 내용이 일부 추가되었습니다. ★
이번주도 어김없이 돌아온 스카이포스터입니다.
지금 어떤 의미를 품고 삶을 살아가고 있나요? 오늘은 대뜸 이 질문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할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의미는, 글쎄요... 저는 언제나 궁극적으론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야기꾼이라고 말하곤 하는데요. 말은 그렇게 하는데 간혹가다는 정말 이타적으로 타인에게 안식처가 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건지, 아니면 제 이기적인 욕심으로 눈물 짓게 만드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건지 헷갈릴 때도 있곤 합니다.
오늘 [내멋대로 리뷰]의 주인공은 살아가는 의미에 대한 단순하고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애니메이션입니다. 남다른 스케일로 가정과 인생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이야기해온 각본가이자 기획자인 마에다 쥰麻枝准을 중심으로, 인생이라는 굵직한 테마의 정수를 보여준 「클라나드」를 만든 비주얼 노벨 제작사 Key의 핵심 멤버(원화가 Na-Ga, 오프닝 테마 아티스트 Lia 등등)들이 애니메이션에서 다시 뭉쳤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세간에선 상당한 비판을 듣게 되었던 작품이지만, 그 비판과는 별개로 작품이 내포하는 주제성만큼은 줄곧 회자되고 있는 독특한 작품이죠.
저번주 실루엣 이미지, 기억하시죠?
이번으로 6번째인 오늘의 [내멋대로 리뷰]입니다.
P.A.Works 제작, 2010년 2분기(4월) 방영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엔젤 비트!Angel Beats!」입니다.
※ 이 포스팅은 TV 애니메이션 「Angel Beats!」의 스포일러를 포함하며,
스포일러는 TV 방송 분량인 1편부터 13편까지의 이야기만을 다룹니다. ※
1. 스태프의 이야기 ~ 마에다 쥰부터 KEY까지
마에다 쥰, 그리고 Key. 속칭 미연시 게임이라고 불리는 비주얼 노벨 장르의 게임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익히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 이름이자 회사 이름일 겁니다. 그 중에서도 Key 사의 작품은 비주얼 노벨 장르에선 공식처럼 들어가는 정사 장면, 이른바 H씬을 최소화 혹은 제거하는 경향의 독특한 제작사입니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의미있게 어필할 수 있는 감동적인 스토리나 OST에 더 공을 들여 작품성적인 측면으로 독보적인 한 획을 그었죠. 실제로도 사내에 Key Sounds Lebel이라는 독자적인 OST 레이블을 구축하고 있고, OST 제작은 물론 몇몇 아티스트를 직접 육성하고도 있습니다. 꾸준히 Key사에 관련된 작품의 테마곡 가수로 참가하고 있는 Lia 씨는 말할 것도 없고,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신 분이라면 유명한 LiSA 씨 또한 이 작품, 「엔젤 비트!」 유이ユイ의 노래 목소리로 발굴되며 삽입곡 "一番の宝物최고의 보물"을 히트시키며 스타덤으로 올라선 경우죠.
특히 마에다 쥰이 본격적으로 Key 작품의 각본 담당으로 참여하면서부터 그야말로 유래없는 굵직한 작품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합니다. 「클라나드CLANNAD」는 그야말로 가족과 인생, 그것을 감동적이면서도 광대하게 풀어낸 Key 스타일의 정수라고 평가받는 Key 사의 역작이라고 할 수 있구요. 그 외에도 「에어AIR」, 「카논Kanon」, 「리틀 버스터즈Little Busters」 등등 감동을 주는 작품성을 인정받은 의미있는 타이틀이 전부 혹은 일부 마에다 쥰이 기여한 작품이죠. 게다가 기본적으로는 각본가이지만, 작곡에도 능력이 있어서 자신이 쓴 각본에 맞는 곡을 손수 만들어 각본과 OST 사이에 어우러짐도 추구하며 연출의 시너지 또한 높게 평가되고 있죠. 거기에 위에서 언급한 굵직한 작품들의 비주얼에 참가한 원화가 Na-Ga, 테마곡에 참가한 아티스트 Lia 등등이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뭉쳤다는 소식은 분위기를 충분히 달아오르게 하고도 남았습니다. 그런 기대와 함께 첫 오리지널 작품 「트루 티어즈True Tears」에서 준수한 작화와 연출력을 보여준 제작사 P.A.Works라는 둥지 안에서 만들어진 작품이 바로 「엔젤 비트!」입니다.
다시 말해 이런 작품들을 만들어온 눈물 제조기 제작진의 등장이라는 이야기죠.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 「엔젤 비트!」는 마에다 쥰이라는 이름값에 걸맞지 않게 무수히 많은 비판을 들어야 했습니다. 특히 제일 많이 지적을 받는 부분이 분량 조절을 실패했다는 부분인데, 이 지적은 본래 6쿨(1쿨 당 평균 13편) 분량의 시나리오를 1쿨 안에 우겨넣으면서 사실상 어느 정도 예견된 참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클라나드」의 경우를 비춰봤을 때 10명을 넘어서는 캐릭터가 독자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거기에 그 스토리를 모두 총괄하는 애프터 스토리까지 그려낸 광대한 분량과, 하나의 특정 주제만 아닌 가족과 인생이라는 광범위한 주제를 윤회적인 장치를 사용해 그려내는 특징을 보여주는 마에다 쥰의 각본 스타일이 1쿨이라는 짧은 분량에 담아내기엔 그야말로 치명적일 수 밖에 없었죠. 그렇다고 1쿨 분량에 맞춰 설정과 세계관을 축소해낸 것도 아니고, 거기에 슬픈 장면 전문으로 알려진 마에다 쥰 자체가 개그 장면에도 자신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 것에서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다 담아내려다 벌어진 참사가 된 작품이 바로 이 작품 「엔젤 비트!」였습니다. 분량 조절은 실패했는데 그 안에 집어넣을 것은 다 집어넣은 탓에 작품의 분위기가 극단적으로 자주 변하는 것 또한 이 작품의 이질감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학교에서 수업을 받지 않기 위해 저항하는 것과, 일반적으로는 수시로 목숨이 오가는 치열하고도 잔혹한 전장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 수시로 뒤집어지는 탓에 이야기의 분위기를 따라가기 난해했을 가능성이 있는 작품이기도 하죠.
충격적이기도 했고 깜짝 놀라기도 했던 카나데의 과격한(?) 첫 인사
굳이 설정 오류에 집중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 장면이 나오기까지의 눈에 띄는 빈 칸이 너무 많은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마에다 쥰을 좋아하는 저조차도 이 부분은 분명히 아쉬운 참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전 작품인 「트루 티어즈」에서 보여준 P.A.Works의 괜찮은 작화를 「엔젤 비트!」에서도 잘 이어가고 있고, LiSA라는 가수 한 명이 일약 스타덤으로 뛰어오를만큼 OST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며, 장면의 개연성이 없다는 강력한 비판과는 별개로 인상 깊은 연출을 많이 만들어내며 한 편에서는 제법 긍정적인 방향으로 관심을 얻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특히 주인공 유즈루音無結弦와 카나데立華かなで 사이의 이야기는 주요 이야기답게 괜찮은 완결성과 깜짝 놀래킬 만한 반전이 있는 스토리로 설득력 있는 이야기였구요. 그 외 주요 인물이었던 유리中村ゆり나 히데키日向秀樹, 유이의 이야기는 급전개 양상을 보여주기는 했어도 클라이맥스 장면의 연출에 아예 설득력을 무너뜨리는 부분은 아니어서 머리 속으론 ‘이게 왜?’ 싶으먼서도 그 비판과는 별개로 눈시울을 충분히 붉힐 수 있는 이야기가 「엔젤 비트!」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남자가 봐도 이 놈은 진짜 멋진 놈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의 이질감에 대한 제 의견은, 주제가 ‘인생의 의미’라는 보편적인 결론에 도달하는 만큼 전장을 연상케 하는 모습은 저항이라는 이미지의 표시일 뿐 그것이 현실은 아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해, 자신의 의지가 없는 보조 인물을 NPC라고 표현하고 또 거기에 아무런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것에서 이 세계는 이미 게임과도 같은 가상 현실이라는 것을 내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거기에 캐릭터가 칼에 찔려 죽거나 레이저에 산산조각이 나는 등, 실제라면 잔혹 그 자체인 장면이 개그 신으로 포장되며 잔혹한 장면을 상당히 잔혹하지 않게 무마하고 있는 것에서도 현실이 아니라는 점을 상당히 부각하는 의도인 것으로 보입니다. OST 중에서도, 특히 작전 브리핑 장면부터 작전 수행 장면까지 사용되는 OST가 액션 게임에서 사용되어도 이질감이 없을 것 같은 "tactics"(브리핑 장면), "operation start"(작전 도입부), "decisive battle"(작전 해결 및 클라이맥스 장면) 등의 곡이 마치 게임 OST 같은 제목으로 일부 사용되고 있죠. 장소 이름 연출도 게임에서 캐릭터가 지역을 이동했을 때 지역 이름을 안내해주는 것 같은 연출 또한 이 작품의 무대는 게임 같은 가상 현실이니 거부감을 줄여도 좋다는 의도이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이게 현실적 묘사였으면 상당히 고어한 방향으로 올라갔을 지 모르지만,
이 장면이 그런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유리의 무심한 반응과 합쳐져 개그 신으로 분위기가 상당히 무마된 장면이죠.
개인적으로 '게임 같다'는 분위기를 고조시켰다고 생각하는 연출입니다.
이렇게 작품 자체가 '가상 세계'라는 느낌으로 '무마'되었기 때문에, 모두가 죽고 난 후에 오는 세계라는 설정과도 맞아떨어지는 연출이라고 볼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살아가는 세계의 규칙을 적용받지 않게 됩니다. 따라서 모든 정해진 규칙을 새로 습득하거나 또는 만들어나가는 세계라는 것이 되고, 그렇기 때문에 사전 정보가 없는 세계에서 천사에 대해 오해하게 되거나, 세계의 규칙에 대해 뒤늦게 눈치채게 되는 등의 이야기로 전개되게 되죠. 이런 점에 있어서는 상당히 탄탄한 설정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작품에 대해 평가가 엇갈리는 부분은 이렇게 너무 눈에 잘 띄는 이야기 진행 상의 구멍과 세세하게 따지고 들어가면 또 잘 짜여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연출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면, 몇몇 에피소드 이름이 음악 이름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듭니다. 전 편의 에피소드 이름이 음악 이름과 관련되지는 않았지만, 몇몇 중요한 클라이맥스 에피소드에서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노래 제목 아니야?’ 싶은 제목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제일 확실한 것은 [12화. Knockin’ on Heaven’s Door]로 유명한 팝 가수 밥 딜런Bob Dylan의 노래 제목과 일치하고, 또 이 에피소드에서 유리가 이 세계의 신이 될 수 있는 장치에 접근한 것으로 내용과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죠. 그리고 [10화. Goodbye Days]도 음악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추측하는데, 일본의 유명한 솔로 여성 아티스트인 유이YUI가 주연이었던 영화 「태양의 노래タイヨウのうた」에서 주제곡으로 쓰인 곡 이름이 “Goodbye-Days”였던 것에서 착안한 제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재미있게도 이 에피소드의 주역이 유이였고, 「태양의 노래」라는 영화 또한 해를 쬐면 죽는 희귀병인 XP증후군이 있는 소녀가 마음에 맞는 사람을 찾아 음악으로 삶의 희망을 얻었던 이야기였던 것을 생각하면, 유이 또한 전생에 사고로 몸을 움직이지 못 했던 과거가 있고 또 히데키라는 사람을 만나 전생의 의미를 인정받는 캐릭터로 연관성도 보이고 있죠. 또 이렇게 세세하고 파고 들면, 또 할 이야기가 생기는 것이 바로 이 작품 「엔젤 비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추측이라고 말씀드렸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진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2. 마에다 쥰의 이야기 ~ 마에다 쥰의 스타일에 대한 내멋대로인 이야기
여러 모로 마에다 쥰의 작품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챌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마에다 쥰이 각본을 작성한 작품의 스태프 대부분이 이 작품에 같이 참가했기 때문에 더더욱 마에다 쥰 작품의 느낌이 나기도 했었지만, 각본이야말로 장면 연출의 기초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마에다 쥰의 느낌이 묻어나는 장치들이 작품 곳곳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먼저 「엔젤 비트!」라는 작품을 각인시킨 일등 공신이었던 OST에 관한 이야기를 다시 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취향이 아니어서 저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곡이지만, 오프닝과 엔딩 테마에서도 마에다 쥰 특유의 느낌이 잘 묻어나고 있는데, 그것은 평범한 소절 부분과 후렴구 부분의 멜로디를 분위기를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전환시키는 것이죠. 오프닝 테마 "My Soul, Your Beats!"와 엔딩 테마 "Brave Song"에서도 예외없이 이런 특징이 적용되고 있는데, 이런 이유로 OST 앨범의 "Brave Song" 코멘트에서 "Brave Song"을 불러준 타다 아오이多田葵 씨를 향해 '마에다 쥰 씨의 멜로디가 어려운 음정 등을 잘 소화했고'라는 말도 등장하고 있죠. 사실 제가 마에다 쥰 씨가 작곡한 곡을 막 접했을 때는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이런 이질감 때문이기도 하구요.
보통 오프닝과 엔딩 테마가 대표곡이 되곤 하는 다른 작품과는 달리, 삽입곡이 작품을 대표하는 곡이 되는 것 또한 이제까지 마에다 쥰 작품에서 보여준 성향이기도 합니다. 그 대표곡으로는 당연히 위에서도 언급했고 뒤에서도 여러 번 언급하게 될 것 같은 "一番の宝物"를 꼽아야 하겠습니다. karuta 씨의 목소리로 불린 오리지널 버전은 물론이고, LiSA의 목소리로도 등장했고, 삽입곡으로도 마에다 쥰이 몇몇 장면에서의 연출을 위해 피아노로 편곡한 "my most precious treasure"라는 곡으로도 몇 번씩 등장했던 곡이고, LiSA라는 가수 하나를 스타덤으로 올린 곡이기도 하죠. 특히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위해 사는 것이 전생의 목표였거나 혹은 이 세계의 목표가 된 캐릭터의 뒤에 깔리는 이 OST는 주제적인 측면으로도 탁월한 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곡이었죠. 그리고 이 작품은 아예 작품 안에 Girls Dead Monster라는 밴드 유닛이 존재하기도 하구요.
당연 엔딩을 장식한 karuta 씨의 오리지널 버전도 좋았지만,
LiSA 씨의 버전이 전력을 다해 쏟아내듯 노래를 부르는 LiSA 씨 스타일이 애절함을 더해 더 높은 지지를 얻었다고 할 수 있죠.
연출적인 측면에서도 마에다 쥰의 작품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는데, 특히 빛이나 조그마한 빛뭉치를 활용하는 연출을 사용하는 것에서 그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마에다 쥰의 애니니메이션화된 작품 중,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클라나드」와 비교해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클라나드」에서 빛 뭉치가 이야기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것과 같이 「엔젤 비트!」에서도 빛 뭉치가, 특히 오프닝 테마 영상을 중점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의미를 밝히기엔 그 의미가 「클라나드」라는 작품에 대한 이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또한「클라나드」의 중요한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클라나드」에서 이 빛 뭉치가 어떻게 쓰였는지를 알아내셨다면 오프닝 테마 영상에서 왜 그렇게도 많은 빛 뭉치를 등장시켰는지 아실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만 전달하고 넘기겠습니다.
또 「클라나드」에서 중요한 장면에 유독 빛을 비현실적으로 밝게 넣어버리는 효과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연출 방식을 역시 「엔젤 비트!」에서도 물려받게 됩니다. 아래에서도 몇 번 언급할 기회가 있겠지만, 이 작품에서 비현실적으로 빛을 밝게 쓰는 효과를 주는 장면에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캐릭터가 '죽음 이후의 세계'에서 인생의 미련을 해결하고서 세계에서 소멸할 수 있을만큼 구원받을 때 등장하는 효과라는 것이죠. 처음으로 세계에서 사라진 SSS의 멤버인 이와사와(풀네임은 이와사와 마사미岩沢雅美), 2루타 플라이를 받는 것으로 구원받는 기분을 얻을 뻔했던 히데키, 그리고 자신을 몰아붙이던 갈등을 해결한 유리까지 주요 인물에게 지속적으로 사용되며 인상깊은 연출을 남기고 있는 것이죠.
3. 이와사와의 이야기 ~ Girls Dead Monster, 그들과 함께 이룬 음악의 힘
Girls Dead Monster, 약칭 걸데모ガルデモ는 여러 캐릭터를 거치며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힌트를 주면서 「엔젤 비트!」 OST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작품 속 밴드의 이름입니다. 특히 밴드 라이브 장면에 공을 많이 들였다는 말대로, 악기를 연주하는 캐릭터의 모션 하나하나가 실제와 같은 현실적인 느낌을 자아내고 있고, 「엔젤 비트!」가 남긴 의미있는 가치이기도 하죠. 아예 캐릭터 이와사와의 보컬 담당 marina와 캐릭터 유이의 보컬 담당 LiSA로 Girls Dead Monster라는 이름의 유닛으로 움직이며 라이브 투어를 진행하기도 할만큼 좋은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2010년에 진행한 걸데모 라이브 투어 DVD.
해당 DVD는 LiSA(유이)를 주역으로 진행한 시부야 AX 공연이고 시크릿 게스트로 marina(이와사와)가 참가했다고 하죠.
실제로도 라이브 투어를 진행할만큼 굉장한 파급력이 있었던 유닛이었던 만큼, 스토리 상으로도 '죽음 후의 세계 전선死んだ世界戦線', 약칭 SSS(Sinda Sekai Sensen)의 정기 작전인 양동 작전, 이른바 '토네이도トルネード 작전'의 중요한 전력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중요한 전력이라는 점과는 다르게 이와사와라는 캐릭터를 통해 가장 먼저 '죽음 이후의 세계'에서 '소멸'한 SSS의 요원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바꿔 말해, 자신이 전생에서 이루고 싶었고 또한 납득하고 싶었던 일을 SSS의 요원 중 가장 먼저 이룬 것이라고도 할 수 있죠.
SSS의 구성원 중 사실 유리만큼의 비극을 겪었던 구성원은 없지만, 모든 SSS의 멤버들이 그러하듯 이와사와의 생애 또한 한국 식으로 말해 한이 남을 인생이었습니다. 부모님이 매번 싸우기만 하는 불행한 가정환경에서 내팽개쳐 있었지만 음반 매장에서 자신과 같이 불행한 가정 환경에서 자라나 고통스러울 때는 귀를 이어폰으로 덮고 음악을 들었다고 하는 Sad Machine이라는 밴드의 음악을 듣고서 음악을 하겠다고 결심하며 인생의 의미를 찾아냈습니다. 감동적인 느낌을 이끌어내며 이목을 집중시켰던 음악을 다수 만들어낸 「엔젤 비트!」라는 작품 안에서 잠깐의 음악이 몇 마디 구구절절한 말보다도 훨씬 더 사람이 얼마나 치유받을 수 있는 지를 보여준 음악의 힘을 증명한 부분이기도 하죠.
"보컬이 나를 대신해 외쳐줬어.
고독한 나야말로 인간답다고."
그렇게 음악을 하며 집에서 독립해 살아나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기획사에 오디션을 보러 가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던 도중이었습니다. 부모의 싸움을 말리는 도중에 당했던 폭력의 내상이 뒤늦게 나타나 아르바이트에서 과로로 쓰러지고 그 이후로 말할 수도 일어날 수도 없는 상태로 마감한 것이 이와사와의 인생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공통적으로 얌전히 이 '죽음 이후의 세계'에서 착실히 학교의 수업을 듣는 등의 정해진 대로만 하며 사라질 수 없다는 의지가 있는 SSS 멤버로써 활약했습니다. 그런데 이와사와는 [3편. My Song]에서 자신이 Sad Machine의 노래에서 느꼈던 것과 같이 자신의 인생의 의미인 자신의 노래로 또 다른 사람들을 구원하고 싶었던 진심을 담아 부른 "My Song"과 함께, 유리의 말을 빌려 모든 것을 '납득'하고 '소멸'했습니다.
거기에 "My Song"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카나데가 굳이 신경써서 들으러 왔던 걸데모의 노래이기도 한데, 이 사건을 통해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굵직한 정보가 등장했죠. 이 세계는 인생에서 미련이 남은 것들을 하고서 그것으로 인생에 대한 미련을 모두 채웠다고 납득하면 '소멸'하는 것이 기본적인 룰이었다는 것이 첫번째고, 유리가 이와사와가 '소멸'한 일에 그닥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두번째입니다. 그리고 당시의 양동 작전을 통해 천사 카나데가 어째서 신에게서 능력을 받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능력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과 아무런 대치 상황 없이 이와사와의 곡을 구경하러 왔던 카나데의 모습을 비춰주며 유즈루가 느꼈던 이질감대로 어쩌면 천사 카나데는 SSS가 상대해야할 적이 아닐 지도 모른다는 것을 남긴 것이 세번째죠.
"그 애가 납득해버렸어.
그 뿐인 이야기인거야."
4. 유이와 히데키의 이야기 ~ "지금 서있는 것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라면 나는 당신이 어떤 상태여도 상관없다"
지금부터의 이야기도 걸데모 이야기의 계속이자 또 다른 한 인물의 이야기입니다.. 이와사와의 사건으로 여러 중요한 정보가 등장한 이후 이와사와의 빈 자리는 걸데모의 사생팬과도 같은 느낌으로 얼굴을 비춘 유이가 들어오게 됩니다. 걸데모의 일원으로 모습을 비춘 유이는 그 편의 오프닝 테마를 LiSA 버전의 "My Soul, Your Beats!"로 장식하며 화려하게 등장했고, 곧장 히데키와 얽히며 개그 캐릭터의 굵직한 한 줄을 담당했습니다.
유이는 유독 히데키와 자주 투닥투닥하던 캐릭터로 그려졌죠.
그 과정에서 유즈루는 히데키의 인생과 마주하게 됩니다. 햇빛이 따사롭게 비춰진 어느 날, 2아웃 주자 2, 3루의 상황의 수비 팀이었던 히데키는 자신 쪽으로 날아온 간단하지만 중요한 세컨드 플라이(2루를 향한 내야 뜬 공)를 받아내야하는 상황을 마주했습니다. 히데키가 추측성으로 이야기했었기에 그것이 히데키가 이 세계로 흘러들어온 직접적인 이유인지는 단정지을 수 없지만, 이와사와가 사라졌을 때 유독 빛이 더 밝게 들어오는 효과를 히데키가 플라이를 받아내기 직전에도 똑같이 적용된 것을 봐서, 히데키가 이 세상에 흘러들어온 주요한 이유는 히데키가 그 때의 플라이를 받아내지 못 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 때 뜬금없이 유이가 끼어들어 복수전이 벌어지는 바람에, 당장은 히데키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했던 유즈루의 바람이 얼떨껼에 이루어지게 되었지만요.
그리고 유즈루가 무한히 증식한 카나데의 분신을 일시에 회수한 후 위험한 상태에 카나데를 간호하다가 깜빡 잠이 들었을 적에 카나데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모두 이 세계에서 인생의 미련을 정리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처음으로 '소멸'할 대상으로 지목한 유이에게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이 세계로 사정없이 오는 사람이 없듯 역시 유이 또한 불행한 인생으로 인생의 미련을 남긴 사람이었고, 유이는 움직일 수 없어서 인생의 대부분을 병원의 침대 위에서 보내야했었습니다. 그래서 몸이 움직인다면 하고 싶었던 일들을 이 세계에서 잔뜩 하고 싶었고, 걸데모의 보컬로 들어간 것도 몸이 움직이면 하고 싶었던 일 중에 하나였죠. 유즈루는 그런 유이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레슬링 기술을 당해주기도 하고, 드리블로 5명을 제치고 슛을 넣을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홈런을 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연습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남아있었던 유이의 마지막 부탁은 저절로 대답을 머뭇거리게 만들게 했습니다. 그 부탁은 바로 결혼이었죠.
“혼자선 아무 것도 못 해.
폐만 끼치는 이런 짐짝 누가 받아주기나 할까?”
유즈루가 몸이 불편한 사람을 차별하는 사상을 가지고 있는 인물은 절대로 아니지만, 막상 일상적인 모든 행동조차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느냐 하는 질문에, 달리 이루고 싶었던 일이 있는 유즈루가 인생의 목적을 그 사람을 돌보는 것과 그 사람 자체로 모두 돌려야 하는 쉽지 않은 선택을 하겠다고 거짓말로라도 선뜻 대답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때 히데키가 자신이 결혼해주겠다며 유이에게 다가오게 됩니다. 유이는 진짜의 나는 움직일 수도 없고 어차피 남의 도움 없이는 살 수도 없는 나를 히데키가 정말로 좋아할 일이 없다며 작품 중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극단적으로 낮은 자존감을 보여주는데, 이 때 히데키가 외칩니다.
“여기서 만난 넌 가짜 유이가 아니야. 유이라고.”
인생에서의 유이와 ‘죽음 이후의 세계’에서의 유이는 분명 다른 유이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차이는 단지 인생에서의 유이는 남 도움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몸이 불편한 사람이고 이 세계의 유이는 자유롭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차이 하나 뿐이라는 것을 히데키는 본 것입니다. 자유롭게 몸을 움직였다면 볼 수 있었을 진정한 유이를 보고 히데키는 그것만으로 유이를 사랑한다고 당당하게 외치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유이는 인생의 미련을 모두 해소하고 이 세계에서 ‘소멸’하게 되죠. 메인 스토리인 유즈루와 카나데의 이야기만큼이나 감동을 주었던 「엔젤 비트!」의 명장면이었고, 히데키가 말한 내가 유이를 어떻게 만나 어떻게 사랑하게 될 것이냐는 이야기를 움직임이 아닌 정지 그림을 지속적으로 나열하는 잔잔한 연출과 함께 LiSA(유이) 버전의 “一番の宝物 (Yui Final Ver.)’을 들려주며 많은 사람들을 눈물 짓게 만들었습니다.
「엔젤 비트!」에서 꼽을 수 있는 명장면임에는 틀림없지만, 그와는 반대로 급전개 양상이라는 비판을 거세게 받기도 했던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역으로 의문을 던져봤을 때 유이의 결혼 요청에 응답해 줄 수 있는 캐릭터는 누구겠느냐 한다면 당연히 히데키를 꼽을 수 밖에 없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히데키가 유이의 결혼 요청을 받아주기 전까지 히데키가 유이에게 마음이 생긴 것 같다든가 하다못해 유이와 히데키가 ‘저러다 좋아할 지도 모르겠구나’라고 생각할 만큼 깊이 연결된 장면을 남겨준 것도 아니어서 개연성의 측며에서는 말이 많았던 편이기도 하죠. 하지만 신체 능력 상으로 이룰 수 없는 꿈이라는 걸 알면서도 몸이 상할 정도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유이의 모습을 히데키가 목격했음을 알려주는 장면이 나왔었고, 비록 아무데나 버럭버럭 소리치고 덜렁거리는 유이지만, 포기하지 않는 유이의 모습에 히데키가 마음을 굳혔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히데키의 고백은 보는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힌 의미 있는 장면이 되었는데, 그것은 아마도 사람들이 어딘가 유이처럼 이런 나를 좋아해줄리가 없다는 자존감 낮은 모습을 히데키의 당당한 한 마디로 인해 위로가 된 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모자람 투성이니까. 내 모자람을 채우는 다른 사람을 만나가며 완벽해지는 것이니까.
5. 유리의 이야기 ~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앞에서
유리는 ‘죽음 이후의 세계’에 영문도 모르고 들어온 유즈루가 처음으로 세계에서 만난 캐릭터입니다. 카나데에 대한 오해가 풀리기 전까지, 이상함을 느끼고는 있어도 어쨌든 카나데에게 적대하는 태도를 보여준 SSS의 일원들에게 심리적으로 가까웠던 유즈루와 카나데는 다소 거리가 멀었던 사이였기 때문에 SSS의 리더라는 주역이었던 유리를 유즈루와 얽힐 주인공으로 볼 여지가 많았죠. 물론 카나데가 SSS의 일원들과 어울려 지내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메인 스토리와 주인공 유즈루의 중심은 유리에서 카나데 쪽으로 옮겨갔지만, 이와사와의 이야기와 더불어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며 SSS의 멤버들이 이 세계에서 왜 저항하고 살아가는지를 유즈루에게 납득시킨 캐릭터이기도 하죠.
사연 없이 ‘죽음 이후의 세계’에 흘러들어오는 사람은 없지만, 유리의 경우는 그 중에서도 돋보인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불행한 인생이었습니다. 유복한 가정에서 세 명의 동생들과 함께 구김살 없이 살고 있었지만, 어느 날 집안에 값 나가는 것을 훔치기 위해 강도가 들어오는 그 순간 유리의 일상은 가히 파멸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집에서 아무런 물건을 찾지 못 한 강도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악의 선택을 어린 유리가 장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떠넘기고 맙니다. 10분 안에 이 집에서 값어치가 될만한 물건을 찾아올 것, 10분이 지날 때마다 자신이 잡고 있는 동생을 하나씩 죽이겠다는 것. 살려야겠다는 마음만으로 구역질이 날만큼 집안을 뛰어다녔지만 역시 아직도 어렸던 유리 또한 어떤 게 값어치가 되는 물건인지 그런 것을 집안 어디에다 둘지 알 턱이 없었고, 운명의 장난인지 경찰은 동생이 목숨을 다 잃어버렸을 시점인 30분 후에 집으로 들이 닥치게 되었죠.
이 때부터 유리는 그저 착실히 학교 생활을 하고 이 세계에서 하라는 대로 해서 그저 이 세계에서 의미없이 사라지는 것 따윈 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어떻게든 잘 되게 만들 것이라 믿었던 신이 그렇게나 불합리하고도 부조리하게 자신의 행복을 순식간에 빼앗아 갔으니 이 세계에서만큼은 얌전히 이 세상의 룰을 정한 신의 뜻대로 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이죠. 그래서 유리는 이 세계가 정해진 룰대로 얌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결의가 있는 사람들을 모아 SSS를 만들게 되고 그저 얌전히 수업을 듣는 것이 이 새로운 세상에 원하는 것이 아니었던 다른 멤버와는 달리 이 세상의 모든 원리를 알아내 저항하려는 큰 목적을 지니고 있던 유리는 SSS의 리더로써 활약하게 됩니다. 그리고 얌전히 수업을 듣도록 하려는 카나데를 이 세계의 룰을 만든 신의 힘을 받은 ‘천사’라고 지목하고서 카나데를 적대하기 시작한 것이죠.
“난 정말로 신이 있다면 맞서고 싶은 것 뿐이야.”
하지만 이 세상의 룰에 저항하기 위해 이 세상의 룰에 대한 정보를 얻던 도중, 유리는 이질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애당초 이 세계의 룰이 얌전히 학교 수업을 듣고 이 세계에서 소멸해버리는 것이고 그 룰을 지키는지 지켜보는 신의 대리인과도 같은 천사가 어째서 신에게서 능력을 하사받은 것이 아니라 직접 자신의 능력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낼 수 없었는가, 라는 물음에서 유리는 새로운 진실과 마주합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이와사와가 사라진 것에 대해 중요한 안건이라고 생각하며 이례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던 SSS의 멤버들과는 달리 '단지 그 애가 납득한 것에 불과하다'라며 침착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 때 즈음부터 유리는 단지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는 특정한 행동을 넘어서 이 세계의 생활에서 인생의 미련을 모두 털어내고 그것으로 납득하면 이 세계에서 소멸한다는 것을 일찌감치 눈치 채고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외에도 다른 SSS의 멤버들과 달리 단지 천사에 저항하는 것이 아닌 독자적인 행적을 보여준 유즈루통해 이 세계에 대한 몇 가지 단서를 추가로 얻게 되죠.
그리고 유리는 마치 길드가 자신이 생각하는 형태만 기억하고 있다면 흙으로도 그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과 같이,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의 형태만 정확히 기억하고 있으면 이 세계에서 뭐든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천사인 카나데가 만든, 공격 스킬을 가장한 방어 스킬 또한 같은 원리로 미리 짜인 프로그램 '엔젤 플레이어Angel Player'를 기반으로 본인이 직접 만들어낸 것이었고, 따라서 천사가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유즈루보다도 먼저 눈치채게 되죠. 그리고 강제로 NPC로 변하게 만드는 괴물의 등장으로 세계에 이변이 일어난 것을 계기로, 유즈루가 이제까지의 사라지는 것에 저항하는 유리의 방식과는 정반대로 카나데의 이야기를 듣고 모두가 자신의 인생을 납득해서 이 세계에서 사라지는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는 것마저도 눈치채게 되죠.
사실 줄곧 학교 전체의 상태를 감시하며 유리에게 보고할 수 있는 수행원이 존재하는 시점에서,
지하가 아닌 이상 이 학교에서 유리 몰래 무언가를 하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었을 지도...
하지만 SSS의 멤버들에겐 모든 것을 납득하고 이 세계에서 사라져도 좋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선 정작 유리는 혼자서 괴물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단독 행동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몇몇 SSS의 구성원은 이미 자신이 인생에서 이루지 못한 목표를 달성하거나 혹은 인생의 미련에 납득했음에도 자신의 리더였던 유리가 단순히 이 세상에 순순히 저항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이어주기 위한 것만이 미련으로 남아 마지막까지 유리를 도와주게 됩니다. 그런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 유리는 드디어 강제로 NPC화 시키는 것 또한 누군가가 직접 프로그래밍한 것이라는 진실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이 세계를 관장하는 프로그램과 그 프로그램으로 움직이는 한 명을 만나게 되죠. 그 사람은 이 곳은 졸업해서 나가는 곳이기 때문에 이 세계에서 사랑을 느끼면 영원히 낙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 세계 안에서 갇히기에 그 사람을 강제로 NPC화 시켜 리셋시키고 이 세계에서 나가게 하는 장치라고 설명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NPC화 된 단 한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NPC화되는 프로그램을 작성한 프로그래머였고, 사랑을 느꼈지만 이 세계에서 떠나버린 한 여자를 하염없이 기다렸고 그 기다림이 너무 길어진 결과 더 이상 이 세계에 제정신으로 있을 수 없었기 때문에 자신을 NPC화하는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런 괴로움을 겪지 말라는 의미 또한 덧붙인 것이었죠.
다소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웠던 이야기가 유리와 프로그램 사이를 오고 갔지만, 결국 결론은 이 세상의 룰은 자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재작성할 수 있으며 원한다면 유리가 그렇게 저항하고 싶었던 신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러자 유리는 처음으로 광기에 찬 듯한 웃음을 보이며 드디어 내가 천사를 포함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신에 도달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유리는 그렇게 자신이 그렇게도 원하던 신에 저항하고 승리를 쟁취하려는 목적에 성공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발생원은 당신이었습니까."
하지만 기억 없이 이 세상에 흘러들어온 사람에게 이 세계를 사랑하는 버그가 존재한다는 말에서 그것이 유즈루를 지칭할 것이라 생각한 것과는 달리, 이 세계에서 사랑을 느낀 것은 바로 유리였습니다. 단지 너무나도 불합리하게 동생들의 목숨을 뺏어간 그 세상이 너무나도 부조리해서 다시 태어난 이 세상에서만큼은 나 좋다고 하라는 대로 해서 이 세상에서 사라질 수 없다고 생각했던 저항이, 어느 새 그 저항을 함께 해주는 동료들 또한 자신이 그렇게도 지키고 싶었던 동생들만큼이나 소중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나 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부조리하게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유리는 프로그램을 모두 셧다운 시키는 선택을 했고, 유리는 이 세상에서 만난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마음과 불합리하게 죽은 동생들을 위해 세상의 룰을 뒤집어 엎어야한다는 마음이 충돌하기 시작합니다. 그 때, 유리는 동생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제서야 동생이 원한 것은 정말로 불합리한 세상을 바꿔주는 것이 아닌, 불합리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무리하면서까지 힘써준 누나이자 언니인 유리가 더 이상 자신에게 마음 써주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는 것을 뒤늦게 마주하게 되죠.
"이제 언니만 괴로워하지 않아도 돼."
아쉬운 일이지만, 인생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아무리 유리가 동생들을 지키지 못 한 것에 책임감을 느끼고 이렇게 부조리한 것이 세상이라면 뒤집어 엎어보겠다는 마음 하나로 움직이고 있었다 한들 동생들이 비극적으로 희생당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것뿐인 이야기인 셈입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뒤집어 버릴 수 있는 닿을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하기 위해 유리는 자신을 몰아부쳤고, 곧이어 이 세상의 법칙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신의 수단을 손에 넣은 그 때,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모든 행동이 동생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게 되는 것입니다. 동생을 잃은 일은 너무나도 비극적인 운명이라 유리가 그 일을 잊어버릴 일은 결코 없겠지만, 결국 그 때의 일은 뒤바꿀 수 없는 미련일 뿐이고, 그 상처를 조금씩 중화해가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리고 그 작업에 도움을 준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을 유릿페ゆりっぺ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저항의 뜻을 같이 해준 소중한 사람들이었죠.
뻔한 이야기지만, 사람이 어떤 것보다도 크게 상처받는 것이 사람때문이라면, 사람이 어떤 것보다도 크게 치유받을 수 있는 것 또한 사람에 의해서가 아닐까요. 자신도 생각하지 못 한 사이 자신을 불가능한 영역까지 밀어부치면서까지 인생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생각했던 동생들에게서 벗어나 드디어 자신만의 사람들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던 유리에게, 역시 자기들을 그렇게나 힘써가며 지켜준 동생들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그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유리는 드디어 동생들을 잃은 슬픔을 내딛고 일어서게 됩니다. 이 복잡한 갈등을 해결한 유리가, 물론 스토리 중간중간에서 은근히 조짐을 보이긴 했지만, 유독 마지막 편에서 이제까지 이미지와는 다르게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마구 휘둘리는 모습은 결국 그 일만 없었다면 ‘귀엽다’는 말에 몸둘 바를 모르는 순진한 여자애에 불과하다는 모습을 보여주죠. 인간은 이렇게 인간을 괴물로 만들기도, 인간을 하나의 강인한 꽃으로 만들기도 하는 것이야 말로, 사람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복잡한 법칙이 아닐까, 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마치 NPC화 시키는 프로그램에 당했다고 해도 자신의 의지 하에 그 NPC화를 풀 수 있는 수단이 있는 것처럼 말이죠.
유리의 이런 표정, 자주 보기 힘듭니다.
6. 유즈루와 카나데의 이야기 ~ 인생은 인생이기에 아름답다
누구 하나, 이야기를 들으면 결코 한 치의 웃음도 낼 수 없는 무거운 사연 없이 이 세상으로 흘러들어온 사람이 없지만, 유즈루와 카나데의 경우는 독특한 경우였습니다. 보통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온 새로운 세상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쟤가 우리의 적이야’라고 말한다면 바로 그 사람을 적으로 대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섣붙리 그 사람에게 다가가지 않았을 테지만, 유즈루는 그렇게 단정지을 수 없다며 천사 카나데에게 다가갑니다. 유리와 이와사와를 비롯한 SSS 일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왜 이 세계에 저항하는지. 그리고 천사에 대항하는 일을 하고 있는지 납득했지만 그럼에도 유즈루는 그저 천사가 이 세계의 룰을 따르게끔 만드는 세계의 대리자일 뿐인가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의문을 품으며 계속해서 천사는 적대해야하는 인물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었죠. 그리고 시험 조작 사건과 처음으로 카나데가 토네이도 작전에 직접적으로 방해를 넣지 않았다는 일화가 그려진 [5화. Favorite Flavor]에서 유즈루의 예감은 어느 정도 적중하며, ‘음을 울린다’는 의미인 ‘카나데(연주하다는 의미인 “奏でる카나데루”에서 따옴)’라는 천사의 이름에 묘한 이끌림을 느끼기 시작하며 다른 SSS의 멤버와는 다른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아름다운 울림, 이라는 말에 걸맞게 음을 연주하는 것 같은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천사 또한 SSS의 멤버와 같이 지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은 유즈루는 아야토가 이 세계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신이라 언급하며 SSS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을 때 카나데의 도움을 받아 아야토를 제자리로 돌려놓는데 성공합니다. 추후에 카나데가 자신의 입으로 직접 밝히지만, 카나데의 목적이 모두가 행복하게 학교 생활을 마치고 행복하게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끔 하기 위함이라는 것에 비춰보면, 카나데가 유즈루의 부탁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죠. 최면술이라는 독보적인 능력을 얻고 이 세계를 관장하는 신의 위치에서 이 세계에 저항하는 SSS의 리더 유리를 강제로 세상에서 소멸시키려 했던 아야토의 뒤에는, 사실 너무나도 뛰어난 형의 그림자 밖에 할 수 없는 형의 결함품이자 열등 버전 모조품에 불과했다는 열등감이 깔려있었습니다. 하지만 히데키가 멋대로 인생의 미련을 납득하고 세계에서 소멸하는 것을 막고자 했었던 유즈루는, 강제로 유리를 소멸시키려는 아야토를 막고서 외칩니다.
“우리가 살아온 인생은 진짜다. 무엇 하나 거짓 없는 인생이었다고!"
"네 녀석의 인생도 진짜였을거 아니야!”
이 한 마디에, 사실은 아야토 또한 형과는 다른 진정한 아야토 또한 인정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야토는 유즈루의 동료로 활약하게 됩니다. 그리고 잠시간 최면술을 경험했던 유리는, 기억이 없는 유즈루의 기억을 찾아주기 위해 아야토에게 최면술을 의뢰합니다.
유즈루의 인생도 사실 기구한 운명이었습니다. 어떤 의미로 인생을 살아야할지도 모른 채 그저 죽지 못 해서 사는 인생이었지만, 어떤 선물을 전해주건 항상 기뻐해주는 여동생에게 꾸준히 선물을 사다주는 것만은 착실하게 해왔던 오빠이기도 했죠. 그리고 크리스마스가 되는 어느 날 밤, 유즈루는 동생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병원에서 외출을 허락하지 않은 것을 무시하고 동생과 함께 크리스마스의 거리를 걷다가 그곳에서 결국 동생과 마지막 작별을 하게 되죠. 그제서야 유즈루는 뒤늦게 자신이 동생을 위해 인생을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때에 무사히 퇴원해 행복하게 병원을 떠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내게 사람을 고치는 지식이 있었다면’이라는 마음에 의사가 되겠다는 강한 의지를 인생 처음으로 가지고 자신의 인생에 열정을 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우리나라의 수능 시험과도 같은 마지막 중요한 시험인 센터 시험을 가는 도중 지하철 통로 붕괴 사고를 당하는 것까지가 유즈루의 마지막 기억이었습니다. [5화. Favorite Flavor]에서 유즈루가 아무런 기억이 없음에도 시험 문제가 수월했다는 것은, 이 때의 공부와 지식이 무의식 안에 남아있기 때문이었죠.
결과적으로 카나데의 도움을 받아 유즈루가 점점 자신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하던 그 때, 카나데의 가드 스킬 하모닉스harmoics에서 발현된 분신이 카나데의 의식 일부를 바탕으로 자의적으로 행동하며 SSS의 멤버를 해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유리의 프로그래밍 덕에 분신들을 전부 카나데 안으로 돌려놓는데는 성공했지만, 미리 만들어진 수많은 분신에 담긴 의식이 한꺼번에 돌아오는 바람에 카나데는 한동안 깨어나지 못 하게 되고 유즈루는 그런 카나데를 돌봐주게 됩니다. 그리고 잠깐 카나데의 옆에서 잠이 들었던 유즈루는, 꿈에서 사고 이후의 기억을 보게 됩니다. 그 기억은 유즈루가 자신의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다친 사람들을 살려주고 지하철 통로에 갇힌 사람들과 힘을 합치기도 또는 갈등하기도 하며 생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쳤던 기억이었고, 유즈루는 아쉽게도 구조되기 직전 목숨을 잃었다는 최후의 기억이었죠.
하지만 그 꿈을 본 유즈루는 그것이 인생의 미련이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생에서 자신의 모든 미련을 이미 달성했다고 말합니다. 유즈루는 자기가 목숨을 잃기 이전에 사후 장기 기증에 동의했고 그것으로 누군가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을 가치 있는 일을 완성했다는 것이었죠. 다만 유즈루가 이 인생에 미련이 남은 사람들이 오는 이 세계에 흘러들어온 것은 기억을 잃었기 때문이었고, 그걸 알아챈 유즈루가 이 세상에서 남아있던 것은 바로 모든 다른 사람들도 인생의 미련을 떨쳐내고 자신처럼 구원받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던 것이죠. 이 세계로 흘러들어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창 시절을 제대로 보내지 못 했기 때문에 학교의 형태를 하고 만끽하지 못 했을 학창 시절을 보내는 것이 구원 방식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며 이 세계에서 가지고 있는 불합리했던 인생의 기억들을 받아들이고 다시금 인생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도록 하고자 했던 카나데의 의도를 드디어 알게 됩니다. 물론 유즈루의 말을 빌려, 같은 의도를 가지고서도 도대체 얼마나 엇갈려 온 건지도 모를 만큼 돌아와서야 알게 된 진실이었지만요.
그리고 카나데와 유즈루는 유이를 시작으로 사람들이 모두 인생의 미련을 떨쳐내고 구원받기를 도와주기 시작하던 그 때, 모두를 NPC화하는 괴물이 나타나는 이변이 세계에 등장하게 되고 이 또한 천사의 능력이나 천사의 능력 작성 프로그램의 버그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던 유리가 카나데에게 그 괴물에 대해 묻던 과정에서 유즈루가 자신이 이제까지 해왔던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눈치챕니다. 유리는 그런 유즈루를 공식적인 자리로 끌어들여 유즈루에게 자신의 의견을 설득시키게 하고, 서로 각자의 방식으로 이 세계에서 구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되죠. 모두를 구원받게 하고, 결단력 있는 모습을 줄곧 보여준 유즈루조차도를 아마 제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던 유리에게 또한 구원의 느낌을 전달하면서 목적을 달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카나데가 하고 싶었던 졸업식 이벤트를 마지막으로, 유즈루의 생각을 끝까지 믿고 도와준 사람들도 하나둘 '죽음 이후에 세계'에서 구원받아 소멸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유즈루와 카나데 둘 뿐이었고, 유즈루는 좋아하는 카나데와 함께 이 세상에 남아 자신들처럼 방황하지 않고 구원으로 이끌 수 있도록 남아있자는 말을 전합니다. 하지만 그 말 사이사이에는 유즈루 답지 않은 빈 자리가 너무 많았고, 아무 말이 없어도 보여준 반응만으로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금방 알아차린 카나데가 그 공백을 눈치채고 유즈루의 품에 안겨 조용히 이야기합니다.
"나는 말이야, 너의 심장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여자애였어."
"딱 한 가지인 내 불행은 내게 청춘을 건네준 은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지 못 한 것."
여기서 드디어 카나데가 이 세상에 가지고 있던 미련이 밝혀지게 되고, 이 세상에 대한 미련을 접을만큼 유즈루 인생의 자랑이었다고 말하는, 자신의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인 카나데는 유즈루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었습니다. 카나데의 품에 잠깐 잠들었을 때 유즈루의 나머지 기억이 살아났던 것은 바로 자신의 일부인 심장이 카나데에게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기억을 일부 가지고 있던 심장의 기억이 유즈루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라는 것도 밝혀지죠. 여기에서 유리와 프로그램이 했던 대화의 내용이 다시금 적용되는데, 기억이 없는 사람이 이 세상에 왔을 때 이 세상은 들어와서 반드시 졸업해 나가야하는 메커니즘에 생기는 버그가 이 세상에 사랑을 느끼는 것이라는 말 그대로 유리 말고도 유즈루 또한 어느 새 사랑으로 발전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카나데는 고맙다는 말을 전하면 사라져야 하고, 이것은 서로 사랑하고 좋아하고 또 고맙다는 진심을 전해야 하는 유즈루와 카나데가 이 세상에서 헤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유즈루가 카나데에게 이 세상에 남아 오는 사람들을 구원받게 해주자는 말을 머뭇거린 것은 카나데를 사랑해 영원히 같이 있고 싶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고, 이 세계에서 머무르자 하는 것이 이 세계에서 구원받아 사라지게 만드려고 했던 이제까지의 행동과 완벽히 반대된다는 것을 아는 카나데는 유즈루의 부탁을 거절합니다.
"네가 믿어 왔던 것을 나도 믿게 해줘."
결국 유즈루의 마지막 바람과는 다르게, 이 세상에서 소멸하더라도 또 다른 인생 또한 아름답다는 것을 카나데에게 증명해줘야 했고, 카나데는 자신의 단 하나의 미련이었던 은인, 유즈루에게 고맙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사라지게 됩니다. 본래 유즈루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전생에 대해 그다지 미련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이 세상에서 만난 카나데를 사랑하며 카나데가 이 세상의 미련이었던 유즈루는 눈물 지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때, 「엔젤 비트!」의 중요한 주제곡인 “一番の宝物”가 karuta 씨의 오리지널 보컬 버전으로
유이 장면 때에 이어 깔리며 「엔젤 비트!」의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는 엔딩이기도 하죠.
이렇듯 유즈루는 모두를 구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의도는 알기는커녕 의도를 오해할 만큼 무뚝뚝한 천사 카나데와 만나 이뤄내게 됩니다. 유즈루가 만난 사람들은 함부로 이번 인생은 이렇게나 불행했으니 다음 인생은 그렇게 불행하지 않고 행복할거야, 라는 무책임한 말을 죄책감 없이 할 수 있을 만큼만 불행했던 인생이 아니었고, 그 정도였다면 애당초 이 세계에 흘러들어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이들이 그 불행한 인생에 대한 미련을 유지한 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이 세계에서 영원히 머무는 것이 아닌 그 불행한 인생을 납득하고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선택을 했던 것은 그 불합리한 인생 중에도 이루기를 간절히 소망한 인생의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유리가 [2화. Guild]에서 증언한 대로, 자살한 사람은 이 세계에 흘러들어올 수 없다고 하는데, 이 세상에서 살아가야할 목적을 잃어버리고서 '이런 삶을 사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선택의 결과가 자살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 세상으로 오기 위한 조건은 '삶의 목적을 뜻하지 않은 이유로 달성하지 못 한 사람'이었던 것이었습니다. 다만 유즈루는 자신의 기억 일부를 가지고 있는 심장이 카나데에게 있었고 그 기억의 조각이 하필 자신이 지하철 통로에 갇힌 사람들을 전력을 다해 살리고 그 육체를 기증한 것으로 전생에 대한 미련을 달성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기억이었기 때문에 기억 자체를 잃고 이 세상에 들어온 독특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구요. 그 끝에서, 유즈루와 카나데는 이별을 고할 수 밖에 없었지만, 전생을 지나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천문학적인 확률을 넘어선 인연의 장면을 다시금 보여주는 엔딩 또한 그들이 그렇게도 이야기하고 싶었던 '아름다운 인생'을 말하는 또 하나의 장면이자 이 작품의 마지막이었죠.
그렇기에 저는 「엔젤 비트!」라는 작품이, 작품 자체가 개연성으로 강한 비판을 받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감동적인 작품으로 회자되고 있는 것이, 바로 불합리한 이유로 인생 중에 목표로 했던 것을 달성하지 못 한 사람이 그 인생의 연장선 상에 있는 세계에 다시 나와 그 인생마저 아름다울 수 있다는 보편적인 메시지가 주는 웅장한 느낌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메시지가 설령 그런 불합리한 인생이라도 해도 그 인생마저도 아름답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된다고 하면, 인생에 지친 사람들을 어루만지는 좋은 메시지가 된 작품일 수 있겠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7. 리뷰를 닫는 이야기
"당신이 살고 있는 것이 인생이라면 단지 그것만으로 인생은 아름답다."
또 되도 않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바라왔던 당연한 기대와 소소한 인생의 목표조차도 사실은 진실이 아닌 절대로 다가갈 수 없는 허구라는 결론에 도달한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을 향해, 그럼에도 인생은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함부로 전하기에는 제 양심이 함부로 허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진심만 알아주시고, 또 어딘가에선 그런 사람들을 어루만지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또한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말했듯, 사람은 가장 큰 상처를 받는 것이 사람 때문임과 동시에 가장 큰 치유를 받는 것 또한 사람 때문인 것이니까요.
당신이 이 인생을 지금은 합리적이라고 느끼고 있건 아니면 「엔젤 비트!」에 등장한 캐릭터들보다도 훨씬 불합리하다고 느끼고 있건 그것은 상관 없습니다. 그 어떤 생물보다도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결정할 수 있는 인간이 살아가는 것에 가장 소중한 것은 인생을 사는 이유를 아는 것이기에, 그 질문에 답변을 냈다면 사람들은 그것만으로도 살아감에 대한 충분한 동기를 얻어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기쁜 순간은 물론이고, 소중한 사람이 죽어도 슬픈 순간을 겪고서도 그것마저도 딛고 일어나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어려운 것이 바로 사람이니까요.
"네가 믿어 왔던 것을 나도 믿게 해줘.
살아가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비록 개연성이라는 측면에서 강력히 비판 받았지만, 이렇게 모두를 치유할 수 있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아낸 이야기이고, 그 감동적인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수준 높은 OST와 삽입곡들. 다른 SSS의 일원들과는 다른 것을 생각하고 움직여야 하는 상황 때문에 독백과도 같은 차분한 내레이션을 해야함과 동시에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는 캐릭터였던 유즈루의 배역으로 카미야 히로시神谷浩史를 선정한 것은 상당히 좋은 캐스팅이라고 생각하며, 그 외에도 캐릭터를 위해 좋은 인상을 남겨준 성우진. 그리고 이것들이 아니어도 이름만 들어도 벅찬 감동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은 스태프 진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작품이었고 그 이름 값을 완벽히 배신하지만은 않았기에 이 작품이 이제까지 논란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회자되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 작품은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동명의 비주얼 노벨 게임으로 역시 마에다 쥰의 정체성인 Key 사에서 새롭게 제작되고 있습니다. 본래 계획하고 있었던 6쿨 분량의 방대한 분량을 전부 싵고, 모든 캐릭터들의 세부적인 루트를 전부 설정할 것이라는 방대한 프로젝트임을 시사했고, 무려 6편으로 분할되어 발매될 계획이라고 했고 첫 편인 「1st Beat!」는 2015년에 발매된 상태이며 그 이후로 추가적인 소식은 없는 상태입니다.
「1st Beat!」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첫 편부터 이 정도 분량을 냈는데
도대체 그 전체 분량을 어떻게 13편으로 구겨넣었느냐"는 반응이라고 하고 합니다.
6편으로 나눠서 나온다는 시점에서 안 그래도 초장기 프로젝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2016년 상반기에 심장 질병으로 한동안 마에다 쥰 씨가 아무래도 작업에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2편의 등장은 점점 늦어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다행히 퇴원한 상태이고, 최근 트위터의 동향은 「히비키의 마법ヒビキのマホウ」이라는 소소한 작품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모쪼록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준 만큼 아쉬움도 안겨준 작품이었기에, 게임이 완결되어 마에다 쥰이 생각했던 「엔젤 비트!」, 모두에게 감동을 안겨주고자 하는 한 천사의 심장 소리 전부를 듣고 볼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여러분의 인생이 조금이라도 더 아름다웠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서, 살아가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말하는 이 작품을 계속 지켜봐주시길 바라면서, 어느 새 또 좋아하는 마에다 쥰의 작품이라고 이야기를 마구 쏟아내고 있는 오늘의 [내멋대로 리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시느라 고생 많으셨고, 또 한 명이나마 제 포스팅을 늦게까지 기다려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Google 이미지 검색에서 발췌
그리고, 예고 드렸던 추가 공지사항
이 [내멋대로 리뷰] 포스팅의 지연 공지를 올렸을 때 언급한 대로,
오늘 계획대로 업로드 일정 조정에 대한 안내...를 드릴 예정이었는데,
다음 계획한 작품이 기한이 정해진 요청 작품이라
다음 [내멋대로 리뷰] 포스팅까지는 2주차 금요일 업로드 계획을 유지해야할 것 같습니다.
이번은 이제까지의 다른 작품과 달리 아예 처음부터 시작하는 작품이라
요구 시간이 더 많을 것 같은데 거기에 또 이제 개강으로 학교 생활까지 시작했습니다.
최대한 2주차 금요일을 목표로 성실히 만들어나가겠지만,
기한에 맞추지 못 할 가능성도 더 클 것 같아서 죄송하지만 미리 양해를 바랍니다.
업로드가 늦어지는 경우는 평소처럼 지연 공지를 올려서 안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미리 계획된 다음 포스팅 실루엣은 아무리 감춰도 알아보시기 쉬우실 것 같네요!
그럼 다음 [내멋대로 리뷰]에서 뵙겠습니다. 힘차게 시작하는 3월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