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영상과 이 포스트는 아래 두 작품의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
TV 애니메이션 「경계의 저편」
극장판 애니메이션 「경계의 저편 ~I'LL BE HERE~ 과거편」
※ 이 포스트는 영상을 위주로 꾸려진 포스트입니다. 가급적 영상 쪽을 시청해주시길 권장드립니다. ※
생각해보면 그랬습니다. 이 둘은 처음부터 죽음을 사이에 두고 만났습니다. 자신을 바라보는 미라이를 자살 기도하는 것으로 착각했던 아키히토, 자살과는 연이 없다고 말하는 아키히토, 그런 아키히토의 심장을 노리는 미라이의 칼. 죽고 죽이고, 그렇게 이어질 것만 같은 둘의 이야기에 삶의 이야기가 더해집니다. 미라이의 안경을 좋아하는 아키히토, 학교 그리고 문예부의 일상,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이렇게 죽음과 삶, 비극과 희극이 섞인 기묘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먼저 저주받은 피의 일족인 미라이입니다. 최고의 힘을 지닌 이계사에게 붙은 호칭이라기엔 심상치 않은 이름. 하지만 피를 희생해 힘을 발휘하는 미라이의 능력처럼, 미라이는 최고의 힘을 얻은 대가로 대부분의 세상 사람들이 적으로 돌아서는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능력이 없어도 좋으니까 칼을 찌르는 일 없이 사는 걸 더 원하게 될 것 같은 미라이의 과거. 아키히토에게는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는 모습이 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기는 했지만, 한동안 전투 자체를 피하다 요몽을 해치우는 이계사로써 다시 시작하려는 모습을 보면 아키히토의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못 들어준 척 할 수는 없었죠.
하지만 미라이는 자기가 생각해도 이상한 변명을 듣고서도 자신을 멀리 하기는 커녕 친근하게 대해주는 아키히토가 불쾌했습니다. 자신의 과거를 동정하는 듯한 모습도, 자기 주변에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모습도, 그래놓고 자신과 같다고 말하는 모습까지. 이 때까지 미라이는 아키히토가 왜 ‘너랑 나랑 같다’고 말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애당초 요몽을 품고 있는 인간 아키히토와 그런 요몽을 제거하는 일이 직업인 이계사 미라이 사이에는 적대하는 관계라는 구조적인 골까지 있죠.
하지만 강력한 요몽 중에 하나인 텅 빈 그림자를 상대할 때, 미라이는 드디어 아키히토와 내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자신의 주변을 손쉽게 파멸로 이끌 수 있는 강한 힘의 소유자, 그 힘에 무조건적으로 겁을 내고 피하는 사람들, 자신의 상태에 따라 적대 관계로 바뀌어버리는 사람들, 자신의 힘으로 사람에게 상처를 입혔을 때 뒤따라오는 죄책감. 아키히토는 미라이가 겪고 있는 외로움을 자기 나름대로 극복하는 방법을 먼저 알게 된 사람일 뿐, 미라이와는 아무것도 다르지 않은 사람이었던 겁니다. 이제까지 아키히토와 자신과는 다르다며 거리를 두던 미라이가 이 때 처음으로 먼저 아키히토에게 다가가게 되죠.
자신을 쿠리야마 미라이라는 한 사람으로 봐주는 아키히토를 보며, 미라이는 점점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자신의 죄책감을 이끌어내던 유이의 동생 사쿠라와도 마주하면서 미라이는 점차 살아가는 한 걸음을 내딛죠.
하지만 정적이 찾아온 이 때, 이즈미는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습니다. 아키히토 안에 있는 요몽을 집요하게 노리는 듯한 모습을 이즈미는 요몽의 힘이 약해지는 정적의 시기에 노골적으로 보이기 시작했죠. 아키히토가 요몽의 모습을 드러냈을 때 보였던 거울 현상, 요몽에게는 자비가 없는 태도를 보이는 이즈미가 노골적으로 노리는 아키히토 안의 요몽. 그 수상한 퍼즐 조각을 모았을 때, 히로오미는 아키히토가 품고 있는 요몽이 바로 세계를 파멸로 이끈다는 최강의 요몽 경계의 저편이었고, 그 요몽을 토벌할 수 있는 사람은 저주받은 피의 일족, 미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죠.
내막은 이랬습니다. 유이를 죽이게 된 일로 이나미 가에서 쫓겨난 미라이를 끌어들인 사람은 다름 아닌 이즈미였습니다. 이즈미는 미라이가 경계의 저편을 토벌할 수 있는 저주받은 피의 일족이라는 사실을 알고 미라이에게 접근했고, 미라이는 애시당초 아키히토, 즉 경계의 저편을 죽이기 위해 아키히토의 앞에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자신을 그저 안경 쓴 여자아이로 바라봐주는 아키히토의 모습을 보면서 미라이는 아키히토를 단순한 암살 타겟으로 보기 어려워졌고, 경계의 저편을 밖으로 꺼낸 아키히토의 모습을 보자 미라이는 결국 아키히토에게 마음을 주게 되고 만 것이죠. 미라이가 아키히토를 죽이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지경에 이르자, 이즈미는 미라이에게 자신의 몸을 희생해 경계의 저편과 함께 소멸하게끔 제안하고, 미라이는 망설임 없이 그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처음에는 죽이려고 나타난 주제에 어느새 마음까지 주고만 자신에게 이 한마디를 남기고 말이죠.
“꼴 좋네요.”
그렇게 아키히토 안에 있는 경계의 저편은 미라이와 함께 모습을 감췄습니다. 사람들의 눈에는 경계의 저편이 소멸한 것처럼 보였고, 미라이는 경계의 저편이 만들어낸 공간에 묶여 경계의 저편을 상대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싸움을 혼자서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그 결과를 자기 나름대로 받아들이며 지내는 가운데, 오랜 혼수 상태에서 깨어난 아키히토만은 그 결과를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그 때 이즈미가 방해하려는 미로쿠가 경계의 저편에 힘을 부여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아키히토의 엄마인 야요이는 이 사태를 긴급사태로 보고 아키히토와 모두를 불러냅니다. 텅 빈 그림자의 조각이라고 착각했던 경계의 저편의 일부를 손에 넣은 아키히토는 경계의 저편과 미라이를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 망설임없이 미라이를 향해 달려가, 미라이와 함께 경계의 저편이자 자기 자신인 요몽을 상대로 싸워나갑니다. 그렇게 아키히토는 모든 것을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에 성공합니다. 이미 자신의 일부가 되어버린 미라이를 빼고 말이죠.
미라이를 희생해 일상을 되찾은 결말을 맞이한 아키히토는 불쾌한 허무감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그런 아키히토의 앞에 미라이가 돌아옵니다. 이번에는 아키히토가 건네준 안경을 끼면서 말이죠. 생각해보면 그랬습니다. 살아가는 건 삶과 죽음이, 희극과 비극이 명확한 경계없이 어우러지는 것이었으니까요. 요몽을 품은 반요인 아키히토에게나, 요몽을 죽이는 이계사인 미라이에게나 마찬가지로요.
이 둘은 이렇게 때로는 납득할 만하고 때로는 납득할 수 없는 세상을 같이 걸어간다는 힘으로 살아갈 수
“저는… 누구죠?
당신은… 누구죠?”
있을까요?
다음 포스트 「경계의 저편 ~I'LL BE HERE~ 미래편」 이야기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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