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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재방영(상영)관

#7-5. '고작 그런 것'이라 빛나는 그 사람들의 이야기 (애니메이션 「울려라! 유포니엄 2」 5부)





※ 이 영상 및 포스트는 <울려라! 유포니엄>과 <울려라! 유포니엄 2>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1. 청춘은 그 자체로 기적이 아니다


<울려라! 유포니엄> 시절부터 조금씩 느껴지는 건데, 이 작품은 청춘 이야기를 하는 작품 치곤 여기저기서 이상한 낌새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각자의 목표가 부딪히며 관악부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가 되어버린 작년의 사건은 올해도 여전히 관악부를 괴롭히고 있고, 이제 좀 정리가 되었다 싶으니까 또 다른 갈등이 터져나오고, 쿠미코가 코피까지 흘려가며 연습한 결과는 해당 부분의 연주에서 빠지라는 타키 선생님의 지시였죠. 그래도 다행히 이 모습은 <울려라! 유포니엄 2>에서 결실을 맺기는 하죠.


이 이상한 느낌은 <울려라! 유포니엄 2>에서도 계속 됩니다. 워터파크에서 즐겁게 휴가 좀 즐기려나 했더니 정작 헤엄치는 캐릭터는 하즈키 뿐이고 진짜 알맹이는 노조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죠. 노조미와 미조레 사건을 넘어서 관서 대회도 통과하면서 잠잠해지나 싶더니, 이번엔 아스카 문제로 관악부 전체가 동요하기 시작하고, 아스카가 정리되니까 이번엔 레이나가 감정 문제로 크게 동요하기 시작하죠. 이렇게 많은 사건을 이겨내 안정을 되찾았으면 전국 대회에서 금상을 타는 기적을 보여줄 법도 한데, 이 작품은 마치 '그건 기적일 뿐이지'라고 말하는듯 가차없이 동상으로 결말을 짓죠.



밑바닥에서 올라와 여러 가지 고난을 이겨내며 놀라운 성과를 이뤄내는 열혈 청춘의 성장 이야기 구조를 하고는 있는데, 이 작품은 어느 부분에서 자꾸 '이게 현실이잖아'라며 태클을 걸어오죠. 이것이 <울려라! 유포니엄> 시리즈가 보여주는 특징입니다. 적어도 애니메이션 분량 안에서는 그렇고, 1과 비교하면 2에서 이 색깔이 더 진해지죠. 1은 키타우지 관악부라는 한 집단의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마음이 모여 관서 대회에 진출한다는 집단의 목표를 달성하는 구조인데, 2는 이미 달성한 집단의 목표를 다시 구성원들에게 돌려보내서, 이 사람들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어떤 성장을 이루는지를 주목하기 때문입니다.




2. 사람은 어른인 척할 뿐, 어른이 되지 않는다


그럼 이 작품이 보여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이 질문의 답을 쿠미코라는 독특한 주인공에게서 찾아보려고 합니다. 쿠미코의 성격 중 중요한 포인트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의 진심이 입 밖으로 비죽비죽 튀어나온다는 겁니다. 그래서 레이나는 쿠미코가 자신의 진심을 적당하게 넘어가려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눈치챘고, 레이나의 영향을 받아 분명한 목적을 세운 쿠미코는 열정적인 모습에 눈을 뜨게 되죠.



그런데 또 하나, 쿠미코의 이 성격이 중요한 이유는 쿠미코가 이 성격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의 진심을 파고든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쿠미코의 앞에서 자신의 마음의 한 단계 더 깊은 곳을 열어 보여주죠. 쿠미코가 이 작품에서 하는 일은 관악부의 주요 캐릭터들과 교류하고 부딪히면서, 이상한 낌새가 느껴진다 싶을 때 곧장 '진심입니까?'를 물으며 사람들의 밑바닥에 있는 마음을 기어코 밖으로 꺼내놓게 만드는 거죠.



그 결과, 이 작품의 주요 캐릭터들은 결국 아주 단순하고 알기 쉬워서, 오히려 말로 꺼내놓으면 유치해지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이기적이란 말을 들을 수도 있는 마음으로 움직이는 캐릭터라는 것이 밝혀지게 됩니다. 친구가 돌아왔으면 해서, 아빠가 들어줬으면 해서, 사별한 아내가 바랐던 일이어서, 선생님을 사랑해서. 키타우지 고등학교 관악부가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남겼으면 해서, 나의 성장을 위해서, 와 같은 수준 높고 숭고한 목표를 위해서라고 겉으로는 그렇게 말하지만, 결국 이들이 열정을 쏟아붓게 만드는 동기는 낯간지러워질 정도로 유치하고 개인적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아무런 의심이 들지 않면서도 강렬한 그런 마음입니다. 주요 캐릭터 뿐만이 아니라, 나츠키도 그랬고, 유우코도 그렇고, 하루카도 그렇죠. 그리고 이 모습들은 마침 언니와 갈등을 겪고 있던 쿠미코에게 다시 돌아갑니다. 자신도 그 사람들이랑 다를 바 없이 '아이 같은 마음'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게 되는 것이죠.



[ 에필로그 ]


사람은 '고작 그런 것'으로 산다



"어린애가 뭐가 나쁜데요? 선배야말로 왜 어른인 척 하는 건데요?

선배도 그냥 고등학생이면서!"


개인적으로 <울려라! 유포니엄 2>에서 제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넘쳐나지만, 그 중에서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바로 여깁니다. 이 쿠미코의 말과 함께, 약해 보였던 사람이 든든해지고, 강해 보였던 사람이 무너지면서 이 사람들은 모두 '어린 아이'라는 이름의 평행선에 똑같이 서게 되죠.


누군가는 이 사람들을 향해, '넌 언제 어른이 될래?' 또는 '고작 그런 것 때문에?'라는 말을 던질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제3자의 입장이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지, 지금 그 삶을 살아가고 있는 본인에게는 그것이 바로 자신에게 보이는 세상의 전부입니다. 세상의 전부를 짊어지려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아신다면, '고작 그런 것'으로 사는 사람이 사실은 그 누구보다도 폭발적인 동력으로 살아가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저는 '고작 그런 것'에도 최선을 다하지 못 한 사람인 건 아닌지, 그런 생각이 한 번 머리를 스칩니다. 유치하면 어떻고, 애 같으면 어떻습니까. 사람은 결국 아이처럼 사는 걸요.



미래를 위해서라고 해도, 결국은 끊임없이 흐르는 지금을 계속 포개어가며 살아가실 여러분들을 위해.

성공하든 실패하든 후회만큼은 남지 않도록 빛나게 달려 나가시기를 바라면서.


다른 사람에겐 '고작 그런 것'으로 보일 지도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라는 마음으로 치열하게 지금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울려라! 유포니엄 2> 이야기를 마무리 하겠습니다.


긴 시간 제 <울려라! 유포니엄 2> 이야기를 함께 해주신 여러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리고,

저는 또 다른 작품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 유튜브 쪽에도 썼던 <울려라! 유포니엄 2> 이야기 후기 **


<울려라! 유포니엄 2>는 저한테 아주 각별한 작품입니다. 제가 스스로 설정한 한계를 깨뜨려준 작품이랄까요. 말하자면 저는 이제까지 언니 마미코처럼 살아왔던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마미코가 동생 쿠미코에게 해주던 조언의 한 단어, 한 단어에 가슴이 미어질 정도로 공감했었고, 그래서 언니의 후회하는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지금을 열심히 살며 발버둥치는 쿠미코의 모습은 저한테 너무 빛나 보였습니다. 또 한 편으론 그 쿠미코의 모습이 저한테 "넌 싫어하는 거 할 맘도 없는 사람이면서 그거 왜 붙잡고 있어?"라고 저를 후벼파는 것 같았죠. 네, 쿠미코가 마미코한테 쏘아붙였듯이 말입니다.


뜬금없이 제 개인사를 조금 풀어놓았는데, 이 이야기를 이 자리에서 푸는 이유는 하나, 이 작품이 이 조그마한 채널로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글만 쓰던 저한테 영상은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이었고, 파일럿 영상을 경험하고 나선 이게 보통 의지론 못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한 번 머리를 스쳤죠. 하지만 힘 닿는 곳까지 계속 한 번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힘들지만 좋아하니까, 후회하기 싫어서. 아주 간단한 이유로 말이죠. 그게 근 1년 동안, 38개의 영상으로 지금까지 온 거죠.


연이어 올라갈 공지 포스트에서 아시게 되시겠지만, 다음주 저는 또 하고 싶은 것을 향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 작품에서 인상깊게 기억한 하나를 가지고 채널을 시작한 것처럼, 이 시점에 이 작품을 다룬 건 말하자면 저한테 의식을 한 번 치뤄주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담할지 무모할지, 성공일지 실패일지,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는데 모든 게 처음인 도전이라 불안함 투성이지만, 적어도 후회만큼은 안 남기겠다는 각오로 해보자는 마음을 다지고 싶었을지도요.


이번 <울려라! 유포니엄 2> 이야기는 이런 저의 사심과, 이 사심과 비슷한 마음으로 살아갈 동력을 찾으시는 여러분들에게 바칩니다. 언제나 제 이야기를 들으러 와주시는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 2019년 3월 10일, 스카이포스터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