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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재방영(상영)관

#7-2. 아스카, 그 선배의 이야기 (애니메이션 「울려라! 유포니엄 2」 2부)




※ 이 포스트 및 영상은 <울려라! 유포니엄 2>와, 그 전 작품 <울려라! 유포니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울려라! 유포니엄 2>의 아스카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울려라! 유포니엄> 때의 이야기를 조금 해보죠. 선배 아스카는 확실히 첫인상부터 인상적이었습니다. 분위기를 푸는 장난도 잘 치고, 사람들을 이끄는 카리스마도 있고, 연주자로서의 실력도 대단한 사람이죠. 공부도 잘 해서 성적도 좋고, 하즈키가 한눈에 반한 미인이기도 합니다. 사기도 이런 사기가 없을 만큼 만능 캐릭터죠.



그런데 이렇게 만능 인간으로 보이는 아스카가 누가 봐도 적임인 부장 자리를 마다하고 부부장도 마지못해 맡았다는 사실에서부터, 아스카의 석연찮은 구석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아스카란 인물이 자신이 연주할 수 있는 상황 외에는 관심이 없다는 주변 사람들의 관찰은 어느 정도 맞는 걸로 보이죠. 하지만 이 선을 깔끔해도 너무 깔끔하게 긋는 아스카의 모습은 오히려 그 뒤에 숨어있는 게 있다는 인상을 주변 사람들에게 주기 시작했죠.



하지만 교토부 대회에서 콩쿠르 시작 전의 말 한 마디를 시작으로, 아스카라는 캐릭터는 갑자기 미궁으로 빠집니다. 이 말을 콩쿠르가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로 듣기 시작하면, 이 말은 이제까지의 아스카의 모습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말입니다. 생각할 수 있는 건 콩쿠르가 끝나면 더 이상 자신이 악기를 연주할 수 없게 되는 건가, 라는 의문인데, 뭔가 뒤에 사연이 있다는 암시가 강하게 드러난 순간이었습니다. 이 순간을 기점으로 <울려라! 유포니엄 2>에서부터는 아스카라는 캐릭터가 조금 달라진 느낌을 풍기기 시작합니다. 아스카의 아침 연주도 이제까지의 아스카의 모습과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이었구요. 사람의 행동을 이기적인 계산으로 말하는 것도 여전하긴 했지만 말이죠.



아스카란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점점 혼란스러워지던 그 때, 아스카의 엄마가 등장하면서 아스카의 모습은 또 다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듭니다. 극단적인 행동을 하면서까지 아스카의 관악부 활동을 반대하는 그 엄마의 모습을 보고 앞으로도 아스카가 별탈 없이 관악부에 나올 거라 안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스카는 괜찮다며 사람들을 안심시켰습니다만, 아스카의 자리가 비는 날이 하루 이틀 늘어가면서 '그 완벽한 아스카'가 무너지는 모습에 관악부 사람들 모두가 조금씩 불안함을 느끼기 시작했죠. 친구들이 아무리 고민을 털어놔 주기를 부탁해도, 후배들이 아무리 걱정을 해줘도, 아스카는 그저 이전처럼 다 괜찮다는 식으로 대답할 뿐이었습니다. 물론 그 모습이 강한 척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었죠.



점점 아스카가 관악부에서 빠질 것 같은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는 가운데, 아스카는 공부를 가르쳐주겠다는 이유로 쿠미코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합니다. 아스카가 관악부에 돌아오길 바라는 모든 사람들의 염원을 무거울 정도로 떠안은 쿠미코는 아스카의 집에서 드디어 흩어져있던 퍼즐을 모두 맞추게 됩니다. 그 유명한 신도 마사카즈의 유포니엄 소리가 아스카의 그것과 닮았다고 느꼈던 이유. 그것은 아빠와 연을 끊으려는 듯 질색 하는 엄마에게 반대하면서까지, 가족으로서 제대로 된 기억 하나 없는 아빠를 향한 마음 하나로 유포니엄을 연주해왔기 때문에. '완벽한' 아스카의 모습은 모두 이 유포니엄을 연주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만들어진 결과물이었던 겁니다.



하지만 쿠미코에게 자신의 사정을 알려준 뒤로도, 아스카는 여전히 강한 척을 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전까지는 나한테 관악부 같은 거 할 시간 없다고 잔소리하더니 많은 시간이 지나서야 관악부를 계속 했으면 좋았다며 후회하는 언니의 모습에 아스카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쿠미코는 마음을 정하고 아스카에게 돌격합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아스카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쿠미코가 아스카의 그 말에 반박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쿠미코가 이제까지 자기 마음을 숨기는 것도 싫어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도 싫어했던 건 틀림이 없었기 때문이고, 나에게 말하는 모든 말이 진심이라는 보장도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스카가 없는 곳에서도 아스카를 걱정하던 그 수많은 사람들의 말이 전부 거짓말인지, 그리고 근본적으로 선배의 연주를 좋아하는 지금 내 마음이 거짓인지를 되묻자 쿠미코는 드디어 자신이 무슨 말을 해야할 지를 깨닫습니다.



"선배, 아버지께 연주 들려드리고 싶죠?

누구보다도 전국 대회 가고 싶죠?

그걸 왜 없는 걸로 하는 거예요?

저는 아스카 선배랑 같이 본 경연에 서고 싶어요!

그 홀에서 선배랑 같이 연주하고 싶어요!

선배의 유포니엄이 듣고 싶다구요!"


후회하지 말라며 파고 들어오는 쿠미코에게 아스카는 두 손 두 발 다 들 수 밖에 없었죠. 그리고 전국 대회가 끝난 뒤, 심사위원이었던 아빠로부터 대답을 들으면서 아스카의 유포니엄 소리는 닿기를 바라고 또 바랐던 그 장소를 드디어 찾아갑니다.



그 사람에게 내 소리를 전해주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던, 필사적인 애정의 이야기.

타나카 아스카의 이야기였습니다.



한 편, 아스카 문제를 정리하고 한시름 놓았을 때 즈음, 이번엔 레이나에게서 이상한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까지 무엇이든 쿠미코와 뜻이 맞았던 레이나가 갑자기 쿠미코를 피하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지. 다음 포스트에선 코사카 레이나를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포스트에서 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