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이야기하는 낭인.
스카이포스터, 인사드립니다!
한주를 쉬고 갔는데도 과제에 발표에 시험에 정신 없이 할 일이 몰아치고 있는 한 주를 보내고 있습니다, 네에... ㅠㅠ...
오늘은 예고드린 대로 이시다 쇼야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 합니다. 이시다 쇼야의 어린 시절부터 이 작품의 결말 시점까지 쭉 이야기하면서, 이 캐릭터가 어떻게 변했고 왜 이렇게 변했는지, 그리고 이 캐릭터의 한계가 무엇이며 그럼에도 이 캐릭터가 이 작품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맡은 캐릭터인지를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이번 이시다 쇼야 이야기를 하는 4번째 포스트는 길이가 길어져서 A파트와 B파트, 두 포스트로 분리합니다. 그리고 오늘 A파트에선 쇼야의 초등학생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다음 B파트에선 자기가 잘못했다는 걸 잘 알고 있는데도 친구들과의 관계가 잘 해결되지 않았던 한계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쇼야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을 했지만,
친구들 사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히어로'인 이시다 쇼야의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 이 포스트는 애니메이션 [목소리의 형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며,
동시에 이 작품의 원작 만화 [목소리의 형태]의 스포일러도 겸합니다. ※
! 중요한 이야기 !
이번 [목소리의 형태] 이야기를 하는 포스트 도중,
가끔씩 여러분들의 도덕적인 직관으로 뭔가 이상하다 싶은 발언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목적은 이 작품이 정말 말하고 싶어하는 이야기의 본질에 제 나름대로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가보기 위해서일 뿐,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도덕적으로 불편한 요소를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이 이야기는 앞으로 [목소리의 형태] 포스트의 시작마다 항상 안내됩니다.
초등학생 쇼야를 담당하는 성우 마츠오카 마유 씨는 처음엔 이 배역에 정을 붙이기 어려웠다고 무대인사 인터뷰에서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어쨌든 쇼야는 쇼코를 물리적으로 괴롭히는데 앞장선 가해자였으니까요. 하지만 이 사실을 잠깐 딴데에 두고 쇼야의 행동을 다시 보면 쇼야는 친구를 괴롭히는 나쁜 애라기보다는 그저 흔하디 흔한 무적의 초등학교 6학년에 가까운 캐릭터입니다. 자신을 마치 '히어로'라 생각하는 것처럼, 자신이 특별한 존재란 자신감이 넘쳐나서 따분한 일상은 특별한 나한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니까 늘 새롭고 재밌는 것을 찾으러 다니는 거죠. 쇼코가 청각 장애인이라는 사실도 쇼야에겐 이제까지 본 적 없는 재밌는 것이었죠.
쇼코를 재미있는 존재로 받아들였다는 것까지는 별로 문제될 부분은 아닙니다. 문제는 친하게 지내고 싶은 한 사람의 인격체로써 흥미로운 건지, 마치 장난감처럼 내게 재미를 줄 소재로써 흥미로운 건지에 따라 진행 방향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고, 이 사건은 안타깝게도 후자의 경우였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죠. 이야기의 시작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쇼쿄에게 제일 피해를 많이 받았던 우에노를 중심으로 쇼코가 반 친구들 사이에서 점점 밀려나는 상황부터입니다. 쇼야가 이 상황을 눈치채고 처음엔 쇼코에게 조심스럽게 조언하지만, 쇼코에게 돌아온 건 의미를 알 수 없는 손짓과 말 한 마디 뿐이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도통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나 반응을 하지 않는 쇼코의 모습은, 그렇게 쇼야에게 '히어로' 역할을 맡은 사람으로써 물리쳐야할 '악당' 역할이 되고 맙니다. 그렇게 점점 괴롭히는 정도가 심해지던 쇼야의 '히어로' 행동은 결국 쇼코에게 큰 상처를 주는 사고를 일으키게 되고, 이 사건을 계기로 쇼야는 그제야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쇼코에게 너무 큰 피해를 줬다는 것을 알게 되죠. 쇼야가 손을 들어 자수를 할까말까 망설이는 모습을 보면, 적절한 처벌 과정만 따라줬다면, 나쁜 행동을 거부하는 착한 히어로답게 잘못을 뉘우치고 사태를 매듭지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쇼야를 향한 처벌은 쇼야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또 강력하게 다가왔습니다. 친구들이 쇼코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하길래 내가 '히어로'가 되서 '악당'을 괴롭혀준건데 그 친구들이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하자, 쇼야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기 이전에 먼저 친구들에게 너희들도 같이 괴롭힌 거 아니냐고 따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쇼야의 말에 쇼코를 괴롭힐 생각이 조금도 없었던 카와이가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쇼야는 자신의 잘못은 생각도 안 하고 다른 사람에게 누명을 덮어씌우는 사람으로 반 친구들에게 낙인 찍히게 됩니다. 집에 돌아와선 자신을 혼내는 게 아니라 괴로운 듯 눈물 짓고 있는 엄마의 표정을,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이 인출되는 모습을, 그리고 쇼코의 오른쪽 귀가 뜯긴 것을 돌려받기라도 한 듯 오른쪽 귀걸이를 뜯겨서 피를 흘리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게 되죠. 이게 전부 쇼야의 잘못이 밝혀지고 딱 하루만에 벌어진 일들입니다.
다음 날, '히어로'가 자신의 힘을 오히려 남을 해치는 데 쓰는 것을 목격한 친구들은 쇼야에게 등을 돌려 버렸고, 이와중에 쇼코는 쇼야의 책상에 적힌 낙서를 지워주는, 여전히 영문을 알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쇼코의 행동을 쇼야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고, 말로는 통할 수 없었던 둘은 이 때 몸싸움으로 크게 부딪힙니다. 남의 말은 잘 듣지도 못 하고 서로 자기 할 말만 하면서 투닥투닥 싸운 모습이긴 하지만, 쇼야와 쇼코가 폭발적으로 터진 감정을 서로에게 처음으로 전달한 순간이죠.
하지만 쇼코가 전학을 가면서 이 순간이 쇼야와 쇼코가 대화하며 부딪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쇼야는 쇼코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도 못 한 채, 초등학교 6학년을 넘어서 중학교 때까지도 내가 잘못했다는 말 한 마디 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채 친구들에게 고립되고 맙니다. 자신의 힘을 믿고 주눅들 틈도 없이 당당하던 '히어로'가 다른 사람들의 사소한 말 한 마디에도 몸을 숨기기에 바쁜 소형 동물로 몰락한 순간이죠.
" 나는 고립되었다. "
B파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