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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재방영(상영)관

#4-2. 우에노 나오카 & 카와이 미키: 오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애니메이션 「목소리의 형태」 2부)




애니메이션 이야기하는 낭인.

스카이포스터, 인사드립니다!


저번 영상에서 니시미야 쇼코라는 캐릭터의 표현이 얼마나 솔직하고 투명한지. 그런데도 불구하고 쇼코가 청각 장애인이란 특징이 이런 쇼코의 표현을 왜 오해하게 만드는 지를 이야기 해봤습니다. 오늘은 이 오해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파고들어가 보죠.


이번 포스팅에선 여러 가지 의미로 오해의 중심에 서있는 두 캐릭터, 우에노와 카와이를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이 두 캐릭터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인지, 그리고 우리는 왜 이 두 캐릭터를 불편하게 생각하는지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본격적으로 아슬아슬한 발언들이 많이 나올 것 같은 오늘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해보죠.



※ 이 포스트는 애니메이션 [목소리의 형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며,

동시에 이 작품의 원작 만화 [목소리의 형태]의 스포일러도 겸합니다. ※


! 중요한 이야기 !


이번 [목소리의 형태] 이야기를 하는 포스트 도중,

가끔씩 여러분들의 도덕적인 직관으로 뭔가 이상하다 싶은 발언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목적은 이 작품이 정말 말하고 싶어하는 이야기의 본질에 제 나름대로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가보기 위해서일 뿐,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도덕적으로 불편한 요소를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이 이야기는 앞으로 [목소리의 형태] 포스트의 시작마다 항상 안내됩니다.


1. 우에노 나오카: 사람은 본디 이기적이란 생각의 함정


우에노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쇼코가 뭔가 들리긴 한다는 걸 일찌감치 눈치챈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우에노는 처음부터 쇼코를 그저 배려해주기만 하는 자세에서 살짝 거리를 둔 캐릭터죠. 하지만 우에노가 쇼코와 엮이면서 겪었던 사건은 별로 좋지 못 했습니다. 쇼코 혹은 쇼코를 향한 배려가 자신에게 피해로 다가온 자그마한 사건을 몇 번 겪게 되면서, 쇼코라는 한 사람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자세가 될 수도 있었던 우에노의 거리 두기는 되려 쇼코를 "불쌍한 척해서 무슨 일이든 남에게 의지하려는 응석받이"로 보이게 하고 맙니다. 그래서 우에노는 쇼코가 자기 스스로 일을 해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일부러 노골적으로 쇼코를 피하기 시작하죠.



이런 우에노의 입장에서 대단히 노골적으로 쇼코를 놀리고 있는 낙서에 조용히 '고맙다'는 답만을 적은 쇼코의 행동은 '쇼코는 응석받이'라는 생각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 사건입니다. 우에노의 생각을 바탕으로 쇼코의 행동을 읽어내면 "나를 놀리는 일에 화내지 않는 착한 아이처럼 행동하면 나를 놀린 애들은 그만큼 나쁜 아이가 될 거고 그만큼 나는 더 불쌍해보일 수 있겠다"로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쇼코가 "나는 무슨 상황이든 꿋꿋하게 불쌍한 척을 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내겠다"고 굳은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 생각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어디까지 해야 너가 불쌍한 척을 안 하나 보자"하는 느낌으로 쇼코를 향한 괴롭힘은 나날이 그 강도가 올라간 것이고, 이 때문에 쇼야를 필두로 우에노와 함께하던 친구들의 사이가 틀어지자, 이 사건을 계기로 우에노는 그렇게 사인을 보냈는데도 변하기는 커녕 가면 갈 수록 자신에게 더 큰 피해를 주기만 하는 쇼코를 이 사태의 책임자로 생각한 것이죠. 우에노가 쇼코에게 하는 말을 유심히 지켜보시면, 우에노가 '쇼코는 응석받이'라는 생각을 일관되게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걸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초등학생 때 쇼코에게 노골적으로 싫어한다는 표현을 한 건 우에노 자신도 잘못한 일이었다 스스로 인정하는데도 우에노가 여전히 쇼코를 싫어한다고 표현하는 건 바로 '사람이라면 적어도 최소한의 자존심은 있겠지'라는 생각이 그 기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우에노의 모습이 하면 안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왜냐하면 저번 포스트에서도 말씀드렸듯, 쇼코는 자신이 듣기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으로써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상황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받는 일을 더 피하려고 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입니다. 힘겹게 억지 미소를 짓거나 미안하다는 말을 제일 먼저 꺼내는 표현이 다른 사람들과 충돌하지 않기 위해 쇼코가 자신의 자존심을 죽였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면 우에노가 이 정도까지 쇼코를 싫어하는 일은 아마 없었을 지도 모르죠.


이 표현이 쇼코에게 무슨 의미인지 우에노가 알았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


2. 카와이 미키: 표현의 기준은 누구에게나 다 다르다


카와이라는 캐릭터를 향해 흔히 언급되는 비판은 이렇습니다. 쇼코가 괴롭힘을 당할 때 적극적으로 말리는 행동도 한 적 없으면서, 막상 자신도 집단 괴롭힘의 가해자로 지목되니까 자기는 아니라고 빼는 위선자로 보였다는 거죠. 그런데 야마다 나오코 감독님이 카와이의 성우 분에게 지시했던 키워드는 예상 외로 '성녀'였는데,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카와이가 이 키워드에 제법 잘 맞는 캐릭터입니다.


카와이는 친구들이 쇼코를 싫어한다는 움직임이 커지는 것과는 상관없이 쇼코에게 늘 친절히 대해주는 캐릭터였습니다. 우에노처럼 노골적으로 싫다는 표현을 한다거나 쇼야처럼 직접적으로 괴롭힌 적이 없고, 언제나 하면 안 되는 일에 먼저 나서서 표현하는 캐릭터도 카와이죠. 쇼야가 너도 쇼코를 괴롭힌 사람이라고 말했을 때 카와이는 굉장히 당황했던 건 카와이는 정말로 쇼코를 괴롭힌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카와이가 앞으로도 하면 안 되는 일에 제일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녀'의 모습을 계속 보여주는 캐릭터인데, 카와이가 감정적으로 욱하는 때가 언제인지를 보시면 이 생각에 어느 정도는 동의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카와이를 향해 불편한 기분을 떨쳐내기 어려웠을텐데요. 이 불편함이 왜 느껴지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생각해볼만한 지점은 카와이가 자신이 생각한 것만큼 제대로 행동으로 보여줬는가의 문제입니다. 카와이가 쇼코를 향한 괴롭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건 쇼코를 괴롭히는 일에 동조하고자 하려는 의도가 아닐 것이라 생각해도, 카와이가 누군가에게 자신이 잘못했다 지적당했을 때만 적극적으로 안 되는 일이라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카와이를 쇼코를 괴롭히는 일에 동조하는 사람이라는 의심이 자꾸 들게 됩니다. 카와이 자신은 그럴 생각이 없었을 테니 억울하겠지만, 자신의 생각이 이렇다는 걸 다른 친구들이 알 만큼 제대로 표현을 했는지, 그 표현 방식이 뭔가 잘못된 건 아닌지는 카와이가 충분히 돌이켜 생각해봐야할 문제겠죠.


하면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하는 건 눈표정에서 보이지만, 미동도 하지 않는 카와이의 모습은 자꾸만 의심을 불러오는 요소다.


3. 오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결국 이 작품에서 만들어지는 오해는 그 사람의 본성이 착하고 나쁘다의 문제만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문제의 핵심은 내가 상대방의 말을 내 생각에 맞춰 듣고, 상대방에게 내 말을 내 생각에 맞춰 전달하기 때문이라는 것에 더 가깝죠. 우에노는  쇼코의 표현을 자존심도 없는 뻔뻔한 사람이란 자신의 생각에 맞춰 받아들였고, 쇼코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우에노가 받아들일 수 있는 표현을 하지 못 했습니다. 카와이는 쇼코를 괴롭히는 일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듣는 상대방의 기준이 아니라 카와이 자신의 기준에 맞춰 표현했고, 그래서 우에노와 쇼야는 카와이의 표현을 가만히 보고만 있음으로써 쇼코를 괴롭히는 일에 가담했다고 받아들였죠. 그리고 그걸 의도한 적이 없는 카와이는 우에노와 쇼야의 말을 부당하다 생각한 것입니다. 쇼코가 청각 장애인이고 집단 괴롭힘을 당했기 때문이라는 건 겉보기의 이유일 뿐이고, 정말 본질적인 원인은 그 말을 한 사람이 의도한 대로 말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다는 송신 오류, 디스커뮤니케이션에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의 디스커뮤니케이션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쇼코의 믿음직한 버팀목이자 동생인 유즈루와 그 외 다수의 캐릭터들을 다뤄보면서 디스커뮤니케이션 이야기를 다음 포스트에서 조금 더 이어가 보겠습니다. 본격적으로 이 작품의 제일 충격적인 '그 사건'을 이야기하며 스포일러 수준도 한 단계 높아질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


다음 포스트에서 다시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