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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재방영(상영)관

#4-4B. 이시다 쇼야: 몰락한 히어로, 나를 찾다 / B파트. 다시, 히어로가 되다 (애니메이션 「목소리의 형태」 5부)




이 포스트는 저번 포스트인 "#4-4A. 이시다 쇼야: 몰락한 히어로, 나를 찾다 / A파트. 히어로의 몰락"과 내용이 연결된 포스트입니다.이전 포스트의 내용 없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이전 포스트 및 영상을 열람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4-4A. 이시다 쇼야: 몰락한 히어로, 나를 찾다 / A파트. 히어로의 몰락 (애니메이션 「목소리의 형태」 4부)



※ 이 포스트는 애니메이션 [목소리의 형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며,

동시에 이 작품의 원작 만화 [목소리의 형태]의 스포일러도 겸합니다. ※


! 중요한 이야기 !


이번 [목소리의 형태] 이야기를 하는 포스트 도중,

가끔씩 여러분들의 도덕적인 직관으로 뭔가 이상하다 싶은 발언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목적은 이 작품이 정말 말하고 싶어하는 이야기의 본질에 제 나름대로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가보기 위해서일 뿐,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도덕적으로 불편한 요소를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이 이야기는 앞으로 [목소리의 형태] 포스트의 시작마다 항상 안내됩니다.


어딜 가나 집단 괴롭힘의 가해자였다는 꼬리표가 자신을 따라다닐 것이며 이걸 만회할 기회는 앞으로 더 이상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 느낀 쇼야는 그래서 자살을 시도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자살 시도 전에 쇼야는 쇼코를 만나러 가는데, 쇼코에게 사과를 하러 간다는 것은 명분이고 사실은 집단 괴롭힘의 가해자가 피해자를 만나러 간다는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지른 뒤 자살하려는 결심을 굳히려는 마음에 한 일이라는 것에 더 가까웠죠. 하지만 쇼야는 사람들이 강 옆에서 불꽃 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살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었고, 결국 자살은 시도하기는 커녕 머릿속에서 상상만 해보는 해프닝으로 끝이 납니다.



그래서 쇼야는 그 다음을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던 쇼코와의 만남을 얼떨결에 이어가야할 상황이 되고 맙니다. 쇼코한테 친구가 되자고 말을 하긴 했는데, 쇼코와의 관계를 친구라고 정의할 수는 있는 건지. 그 전에 애당초 이 말도 안 되는 만남을 이어가도 되기는 하는 건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가 쇼야의 이 죄 의식이 어설프긴 하지만 용기있는 행동을 만들어내며 나가츠카와 인연을 맺게 됩니다. 그리고 나가츠카의 적극적인 친밀 표현을 보면서 쇼야는 용기를 얻고 쇼코에게 파고들기 시작하고, 쇼코는 자신을 신경써주는 쇼야에게 마음을 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카와이와 다시 이야기할 수 있게 되고, 우에노와도 다시 만나게 되면서 쇼야의 노력은 빛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 때까지는 말이죠.



하지만 아무리 쇼야가 예전과 변했다고 해도, 결국엔 초등학교 때의 모습을 반복하게 될 것임은 예전부터 조금씩 조짐이 있었습니다. 이걸 보여주는 상징이, 바로 쇼야가 사복을 입고 있을 때마다 볼 수 있는 옷 밖으로 튀어나온 상표 태그입니다. 옷에서 삐져나온 이 태그는 원작자가 꼭 신경 써달라고 주문한 설정 중에 하나인데, 이것은 쇼야가 자기 자신을 잘 돌아보지 못 한다는 상징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딱 한 번만 뒤를 돌아보거나, 목 주변에 손 한 번 가져가 보기만 하면 알 수 있는 튀어나온 상표를 수습하지 못 할 정도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데 인색하다는 표현이죠.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옷에서 삐져나와있는 상표 태그


쇼야가 자기 자신을 잘 돌아보지 못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연출은 이 작품에서 크게 두 가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다른 사람의 얼굴에 붙어있는 X 표시입니다. 이 표시는 쇼야가 타인의 얼굴을 잘 보지 못 한다는 특징이 반영된 표현인데, 얼핏 생각하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계속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쇼야가 해결해야할 제일 중요한 숙제는 몇 년 동안 지겹게 붙어있었던, 집단 괴롭힘의 가해자라는 꼬리표를 정리하는 일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결국 쇼야가 해야할 일은 피해자였던 쇼코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일이고, 조금 더 하면 친구들에게도 너도 잘못했단 말은 나중으로 미루고 그 때 괜히 휘말리게 해서 미안했다는 말을 전하는 일까지 나아가야하죠. 그리고 이 두 일을 제대로 해내려면 쇼야는 반드시 상대방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있어야 됩니다.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표정을 짓고 있던 그렇지 않던 상관없이 상대방의 모든 것을 마주할 각오가 필요하다는 거죠. 하지만 잘못했다고 생각은 하면서 상대방의 얼굴을 제대로 못 본다는 건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표현하겠다기보다는 일단 내가 다 잘못한 걸로 치고 정작 해야할 표현은 하지 않고 도망치겠다는 모습에 더 가깝습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쇼야가 자신의 귀를 막는 연출이죠.



이 두 연출을 가지고 쇼야를 다시 보면, 쇼야의 말과 행동에서 제일 신경 쓰이는 점은 상대방에게 정말 해야할 자신의 진심을 맨 나중에 말한다는 점입니다. 정말 해야할 표현을 계속 회피하다가 때로는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심한 상황이 닥친 그 때가 되서야 말하거나 아예 말할 기회를 놓치는 일이 많은 캐릭터라는 거죠. 쇼야의 행동으로 친구들이 다시 모일 수 있게 된 건 쇼야가 이룬 성과지만, 놀이공원 때 친구들과 보냈던 즐거운 한 때가 왜 그 때 한 순간만으로 끝났냐면, 정말 해야될 사과의 말은 계속 미뤄지면서 겉돌다가 쇼야는 적절한 시기를 또 놓쳐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쇼야와 친구들은 결국 초등학교 때와 똑같은 상황을 마주하게 되고, 이제까지의 노력이 무의미해진 걸 느낀 쇼야는 자기 방어적인 모습을 또 보여주고 말죠.



하지만 이 일을 겪고서도 쇼야는 자신이 해야할 사과의 말을 미루고 있었습니다.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는 되돌릴 수 없다는 걸 확인했지만, 이제까지 쇼야가 했던 크고 작은 노력으로 쇼코와 유즈루와는 과거의 일을 정리한 것처럼 가깝게 지낼 수는 있었기 때문이죠. 쇼야가 쇼코 엄마의 생신 파티에까지 함께하는 사건까지 지나면, 쇼야는 물론이고 쇼코의 가족들까지 어느 정도 초등학생 때의 일을 정리한 듯 보이는 쇼코를 이젠 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무심코 안심해 버렸습니다. 왜 그 때 헤어지는 쇼코의 인사가 평소처럼 '다음에 봐'가 아니라 '고마웠어'였는지, 쇼야는 그 때 알았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쇼코가 자살하려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쇼야는 쇼코에게 이제까지 무슨 말을 하지 않았는지 알게 됩니다. 자신의 몸을 지지해야하는데 써야할 힘까지도 전부 쇼코를 끌어올리는데 돌리는 쇼야의 모습은 쇼코가 자신을 사랑하며 계속 살아가길 바란다던 쇼야의 말이 진심이었다는 걸 보여줍니다. 쇼코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을 안에 품고만 있다가, 그 말을 드디어 자신의 행동으로 보여주게 되는 순간이자 자신의 힘을 다른 사람을 위해 쓸 수 있게 된 '히어로'의 모습이 쇼야에게 돌아온 순간이죠.



한 편, 이 사건을 계기로 쇼코의 '불쌍한 척'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될 거란 우에노의 걱정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쇼코의 자살 시도로 쇼야는 의식 불명에 빠지고, 엄마와 동생은 대낮에 쇼야의 엄마에게 머리를 땅에 닿을 정도로 숙여 사죄해야했고,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도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을 하면서까지 쇼야의 편에 서고자 했던 친구 우에노에겐 소중한 사람이 다쳤다는 비극을 선사했죠.



자살을 시도했던 일을 계기로 '다른 사람을 위해서'라는 생각으로 한 자신의 행동이나 말이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피해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목격하면서 쇼코는 '미안하다'는 말을 언제 어떻게 전달해야하는지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 쇼코 특유의 망설임 없는 행동력은 쇼야의 친구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려는 용기를 만들어내죠.



이제 남은 건 쇼야 뿐이었습니다. 상황은 정반대였지만, 결국은 똑같이 '잘 사과하는 법'을 알아야했던 둘. 그 표현은 절대 자살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는 걸 똑같이 알게 된 둘. 다르기도 하지만 같기도 한 둘의 대화만이 남은 시점에서, 쇼코는 이상한 꿈을 꿉니다. 내가 대화할 수 있는 지금의 쇼야가 사라지고 이제는 더 이상 목소리가 닿을 수 없는 초등학교 때의 쇼야만이 영원히 남을 것 같은 불안감. 지금이 아니면 쇼야의 무너진 것을 되돌리고 싶다는 자신의 진심을 전달할 수 없을 것이란 초조함이 쇼코를 잠에서 깨웁니다.





앞으로 남은 이야기. 2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