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애니메이션 재방영(상영)관

#4-1. 니시미야 쇼코: 이 사랑스러운 캐릭터는 왜 오해받는가 (애니메이션 「목소리의 형태」 1부)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새로운 시작입니다.
애니메이션 이야기하는 낭인, 스카이포스터, 인사드립니다.

철학적인 이야기를 많이 꺼낼 거라 예상하고 있던 가운데, 이번 [목소리의 형태] 이야기의 시작을 무엇으로 할까 정말 고민이 많았습니다.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첫 포스트에선 이 작품의 주연 캐릭터 중 한 명인 니시미야 쇼코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해보기로 했습니다. 선천적인 청각 장애인이며 그 때문에 집단 괴롭힘으로 큰 상처를 입은 피해자인 쇼코가 어떻게 이 작품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기억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런 쇼코의 모습이 이 작품에서 만들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이 작품의 핵심 캐릭터인 니시미야 쇼코를 말하는 것으로 [스카이포스터의 애니메이션 재상영관] 4번째 이야기, [목소리의 형태] 이야기를 출발해 보겠습니다.


※ 이 포스트는 애니메이션 [목소리의 형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며,
동시에 이 작품의 원작 만화 [목소리의 형태]의 스포일러도 겸합니다. ※

! 중요한 이야기 !


이번 [목소리의 형태] 이야기를 하는 포스트 도중,
가끔씩 여러분들의 도덕적인 직관으로 뭔가 이상하다 싶은 발언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목적은 이 작품이 정말 말하고 싶어하는 이야기의 본질에 제 나름대로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가보기 위해서일 뿐,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도덕적으로 불편한 요소를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이 이야기는 앞으로 [목소리의 형태] 포스트의 시작마다 항상 안내됩니다.

선천적인 청각 장애인이라는 것은 그저 잘 못 듣거나 잘 말하지 못 하는 특징이 있다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영역입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입 모양이 정확히 어떤 발음과 연결되는지를 제대로 들은 적이 없기 때문에 발음을 흉내를 내는 정도에 그칠 수 밖에 없고, 자신이 어떤 발음으로 말하고 있는지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발음이 틀렸을 때 즉각적으로 수정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죠. 그리고 자신도 사회에서 살다보면 이 사실을 왠만하면 알게 됩니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지만, 적어도 쇼코는 확실히 그렇죠.



그런데 자신의 발음을 다른 사람이 잘 못 알아듣는 걸 뻔히 알고서도 이따금씩 말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는 충분히 생각해봄직한 문제입니다. 쇼코라는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대사가 많지 않지만, 쇼코의 입에서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은 딱 한 상황, 바로 감정적으로 격해질 때 뿐입니다. 쇼코는 주변 상황을 읽는 눈치가 있고 사회에서 주어진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려는 책임감이 강한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론 얌전하고 차분하게 있는 캐릭터인데요. 이 캐릭터가 감정에 휩싸이면 그 차분함과는 딴 판으로 굉장히 저돌적으로 행동합니다. 특히 쇼코의 고백 장면은, 쇼코가 감정적으로 변하면 얼마나 앞뒤없이 저돌적인 성격이 되느냐를 볼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죠.



쇼코라는 캐릭터가 사랑스러워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쇼코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낮은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험한 꼴을 당했다는 것에 대해선 화도 한 번 내지 않으면서, 자신이 조금이라도 연관된 일에 다른 사람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 그걸 전부 자신 탓으로 덮어씌우죠. 하지만 쇼코는 자신감이 낮다고 해서 마냥 손을 놓고만 있지는 않습니다. 자신이 이걸 표현해야겠다 생각하면 주저없이 표현하고, 자신이 이 행동을 해야겠다 결정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해버리죠. 그저 주변 상황에 끌려만 다닐 것처럼 보이지만 안에 품고 있는 강한 행동력과 고집으로 돌발 상황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쇼코라는 캐릭터의 인간성이죠.



그래서 쇼코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에서 제일 오해를 많이 받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아마 피해자였던 쇼코가 왜 가해자였던 쇼야에게 좋아한다고 고백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하셨던 분들도 계셨을 텐데요. 말하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오히려 간단하다면 간단하기 그지 없는 쇼코의 표현은, 다른 사람들에겐 되려 앞뒤가 안 맞는다는 이유로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이라 의심받고 굴절되죠. 그리고 이 굴절 방향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렀을 때 만들어지는 캐릭터가 바로 우에노 나오카구요.

이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의 말을 자신의 생각에 따라 해석하고 때로는 크게 오해하는 건 대화 안에서 생각보다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러면 자신의 말을 오해하지 않도록 완벽하게 전달하려는 노력보단 오해가 발생했을 때 그 오해의 간격을 어떻게 줄여가는지를 고민하는 노력이 더 필요할 수도 있는데요. 쇼코가 유독 이 오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 하는 것은 쇼코가 쓰는 대화 수단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발음은 부정확하고 필담은 중간 과정이 너무 많고 수화는 모르는 사람에겐 그저 손짓에 불과한데 상대방은 자신이 쇼코에게 꼭 전달하고 싶은 말만 선택적으로 전달하죠. 선천적인 청각 장애인이란 쇼코의 특징이 대화에 제약을 만드는 이유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한 번 던져볼 의문이 있습니다. 이제까지 저는 쇼코의 청각 장애인이라는 특징이 대화에서 오해를 해결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쇼코가 청각 장애인이 아니었다면 이 작품에서의 오해와 갈등은 정말로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이제 저는 이야기를 거듭해가며 이 질문의 답에 한 발짝씩 가깝게 다가가보려고 합니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이 작품에서 오해를 만들면서 동시에 또 오해를 받고 있는 또 다른 캐릭터 2명, 카와이 미키와 우에노 나오카를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이 두 캐릭터를 데리고, 오해에 대하여 조금 더 깊게 들어가보겠습니다.

다음 포스트에서 다시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