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포스터,
[내멋대로 리뷰] 등장입니다.
이번주 5일 동안 극장을 두 번이나 다녀왔습니다. 둘 다 애니메이션을 보기 위해서였지만, 하나는 원래 제 취향대로 재패니메이션을, 또 하나는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왔습니다. 둘 다 참 아름다운 경험이었고, 참 재미있게 봤습니다. 이 포스팅에서는 제 본 취향을 따라 재패니메이션을 이야기해보고,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조만간 다른 포스팅에서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https://medium.com/@Brian_G_Peters/6-rules-of-great-storytelling-as-told-by-pixar-fcc6ae225f50
아무튼, 그래서 이번 포스팅은 각본가 오카다 마리 씨의 화려한 감독 데뷔작.
오카다 마리 씨 다운 관계와 사람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드디어 극장판으로 찾아왔습니다.
극장판 애니메이션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이하 줄여서 《사요아사》)입니다.
플레이무비 공식 페이스북
※ 이 포스팅은 다른 포스팅에 비해, 필자의 주관적인 의견이 유독 더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스포일러는 없으나, 이야기에 도움이 될 정도의 소재 언급 정도는 있을 수 있습니다. 포스팅을 보시는데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
※ 이미지는 공식 PV에서 나온 스틸컷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
이 작품은 오카다 마리라는 한 사람을 100% 밀어주는 작품입니다. 애초에 이 프로젝트도 P.A.Works의 프로듀서 호리카와 켄지 씨가 “언젠가 오카다 마리 씨가 자신의 100%를 보여주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언급한 것에서 출발한 것이고, 오카다 마리 씨는 이 작품에서 감독부터 시작해 각본부터 콘티까지 사실상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모든 역할을 겸임하게 되죠.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둘째치고,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오카다 마리라는 이름의 브랜드 파워가 얼마나 큰 지를 능히 짐작하고도 남을 프로젝트가 바로 이 “마키아 프로젝트(MAQUIA PROJECT)”, 즉 《사요아사》인 것이죠. 오카다 마리라는 감각적인 각본가의 이름, 그리고 예전부터 원작이 따로 없는 오리지널 드라마 장르 작품에서 의미 있는 작품을 많이 남긴 P.A.Works의 조합입니다. 기대가 안 될 수가 없죠.
https://eiga.com/movie/81471/interview/
하지만 이 기대를 잠깐 한 번 걷어보고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해보죠. 일단 이 작품은 충분히 전개를 예상할 수 있는 스토리입니다. 과장 조금 보태면, 작품의 타이틀이 뜨기 전 나오는 몇 분 분량의 이야기로, 앞으로의 이야기를 거의 다 예상할 수 있을 정도죠. 하지만 제가 예전부터 여러 번 언급한 것이지만, 스토리가 새롭지 않다는 건 어디에나 스토리가 널리고 널려 과포화된 현재는 단점이라 지적할 거리도 못 됩니다.
그럼에도 제가 냉정한 이야기를 해보자 말하는 건, 작품에서 오카다 마리 씨가 힘을 준 느낌이 많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제까지 오카다 마리 씨가 각본을 담당했던 작품들을 생각하면 많지 않은 주인공들의 관계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작은 규모를 세세하게 다루는 방향이었는데, 이 작품의 세계관은 만약 TV 시리즈로 뽑아냈다면 충분히 대서사시도 만들어낼 수도 있을 넓은 세계관입니다. 왕국, 종족, 가족. 이런 다수의 사람들을 의미하는 단어들이 오고 가는 넓은 세계관에 맞춰 다뤄야할 캐릭터 수도 많아졌고, 이 캐릭터들을 2시간 남짓한 러닝타임에 담아내기 위해 작품을 처음부터 끝을 모두 다 중요한 장면으로 꽉꽉 채웠습니다. 잠시 한숨을 돌리며 이제까지 작품에서 얻은 정보를 한 번 정리할 수 있을 완급 조절하는 시간이 짧았다는 건, 세계관이나 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정리하는 게 빠르지 않은 저에게는 감정 이입하기 전에 작품이 끝났다는 아쉬움이 좀 남았습니다.
그럼 이 작품이 바라는 감정 이입이 막무가내인가, 하는 질문을 하실 것 같은데,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이 전부 다 중요한 장면이라고 언급했던 건, 작품의 군데군데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게끔 툭툭 던지는 장면이 나중에 어떻게든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이 광경을 2시간 남짓하는 이 작품 안에서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풀리는 것을 보면, 정말 베테랑 각본가의 실력이 이런 거구나, 라고 감탄을 내두를 수 밖에 없을 정도입니다. 또한, 이 작품을 두고두고 더 깊고 파고 들어가 생각해보면, 이런 의도일까? 생각하며 나름대로 빈 자리를 채울 수 있을 연출이나 상징 역시 작품 안에 여럿 있습니다. 제가 포스팅에서 여러 번, 감독 야마다 나오코 씨의 작품 스타일에 대해 애정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을 텐데, 이 작품을 보면서 오카다 마리 씨 역시 제가 애정하는 감독에 올릴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사실은 이미 올렸지만요.
조금 스포일러가 될 것 같지만, 이 작품을 말하는 중요한 키워드 하나를 말해보라면, 저는 ‘인생’이라고 대답해야겠습니다. 제가 ‘인생’이라는 키워드를 붙인 작품이 <클라나드> 하나 정도였는데, 드디어 이 키워드를 이 작품에도 붙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연히 <클라나드>와 이 작품은 인생에 대해 전하는 메시지가 다릅니다. 하지만 하나의 캐릭터를 한 사람의 인생 기간 동안 쫓아다니며, 이 작품이 사람과 그리고 사람들의 인생에 대해 던지는 메지는 절망마저도 아름답게 만드는 그 무언가입니다. 마침 저와 비슷한 시기에 작품을 본 지인이,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가 생각나는 정도의 메시지와 스케일이라고도 말하더군요. 미야자키 하야오의 대표 작품들이 늘 이야기해왔던 것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에 대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를 고려했을 때 저는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의견이었습니다.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증오도, 삶도 죽음도, 그리고 희망과 절망도, 그게 전부 아름다운 인생. 조금 낯 간지러운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사람을 향한 애정어린 시선을 말하며 P.A.Works의 배경 원화 팀에 힘입어 예쁜 장면으로 꽉꽉 채운 이 작품을 예쁘게 봐주시길 바라면서, 제 감상평과 가이드 리뷰 포스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의 주제곡이자 엔딩곡, “ヴィアートル(Viator: 나그네)”는 정말 아름다운 곡입니다. 작품이 마음에 드셨다면 푹 빠져들 수 있을 예쁜 주제곡이니, 스탭롤에서 잔잔히 노래를 감상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저는 나중에 영화관을 한 번 더 가건, 추후에 블루레이를 사건 언젠간 꼭 다시 보게 될 것 같습니다.
블루레이가 나오는 그 때가 되면, 여러분들과는 정식으로 다시 이야기 나눴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