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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재방영(상영)관

#2-3. 하루카&나츠키 : 함께 성장하다 (애니메이션 《울려라! 유포니엄》 3부)


애니메이션 이야기하는 낭인, 스카이포스터

한 주 쉬고서 인사드립니다.


원래는 한 작품 연재가 시작되면 안 쉬고 가려고 했는데요, 학기 말이라 여러 일이 겹쳐 부득이하게 쉬어가게 됐습니다. 한 주 쉬었으면 또 제때 올리기라도 하면 됐을텐데 이번 주 이야기는 이상하게 막히는 적이 많아서 애를 좀 먹었습니다ㅠ... 많이 늦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올리게 되서 다행입니다.


한 주 쉬어가는 특이사항이었으니 제 근황을 간단히 말씀드렸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보죠. 오늘은 4명의 선배 캐릭터 중 2명, 오가사와라 하루카나카가와 나츠키라는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두 캐릭터를 데리고 같이 성장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스카이포스터의 애니메이션 재방영관]

두번째 이야기. 《울려라! 유포니엄》


세번째 이야기 제목은


“함께 성장하다” 입니다.



※ 이 포스팅은 TV 애니메이션 《울려라! 유포니엄》의 스토리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


1. 자신의 힘을 깨닫는 성장하는 부장, 하루카


아마도 많은 분들이 하루카를 무기력하고 휘둘리기만 하는 유리 멘탈 캐릭터로 기억하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저도 하루카가 자기 자신감이 낮은 모습을 보여준 것은 부장이라는 직책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하루카를 무기력한 부장이었다고만 기억하기엔 아깝다고도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하루카의 장점이자 무기는 그녀의 상냥함인데, 그 무기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죠.



생각해보면 하루카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장점을 장점으로 받아들일 상황이 없었습니다. 당장 옆에 붙어다니는 사람도 자타공인 하루카보다 월등하게 수완이 좋은 아스카고, 자신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을 법한 때에도 누군가에게 그 공을 뺏기거나 전혀 효과를 보지 못 하고 있죠.


그래서 저는 하루카를 자신의 장점을 장점으로 받아들일 환경이 조성되지 못 했을 뿐, 자신의 부장이라는 직책에 대한 책임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고뇌하는 긍정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애당초 하루카가 부장이란 자신의 직책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무얼 해도 아스카와 비교 당하는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을 이유도 없죠.



아오이의 탈퇴로 제대로 멘탈 붕괴된 하루카에게 카오리가 ‘너는 용기 있는 사람이야’라고 조언해줍니다. 드디어 자신에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밑바탕을 엎게 된 하루카는 그 이후, 아스카나 타키 선생님처럼 카리스마로 이끄는 모습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드디어 자신의 상냥함을 활용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주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부장으로 성장하게 되죠.



2. 방관자의 죄책감에서 벗어나 성장한 선배, 나츠키


나츠키라는 캐릭터는 그녀 특유의 냉철하고 냉소적인 말투와, 주변 분위기에 잘 휩쓸리는 성격이라는, 언뜻 봐선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가지 특징을 동시에 보여주는 캐릭터입니다. 냉철한 모습이 자신의 주장을 지키는 모습이고 냉소적인 모습은 ‘내가 해봐야 뭐해’로 요약할 수 있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모습인데 반해, 주변에 잘 휩쓸리는 성격은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것이 굳건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모습이니까요.



하지만 나츠키가 자존감이 낮아서 그런 걸까, 라는 생각을 해보면, 의외로 나츠키의 이런 성격은 일관되게 그녀의 낮은 자존감이라는 이유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나츠키는 기본적으로 무엇이 옳은 일이고 무엇이 잘못된 일인지를 판단하는 자신의 기준이 명확히 있는 사람입니다. 나츠키가 점점 우호적인 평가를 받기 시작할 때에도 똑 부러지게 말하는 냉철한 모습이 그녀의 냉철한 모습을 증명할 수 있죠. 문제는 자신의 냉철한 판단을 당당하게 지킬 자신감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건 잘못되었지만 그 잘못됨을 해결함이 자신에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츠키는 ‘내가 해봐야 뭐해’라는 낮은 자존감에 빠졌고, 그래서 작품 초반에 우리가 볼 수 있었던 것이 관현악부에서 나가지고 그렇다고 관현악부에 적극적으로 임하지도 않는 늘어진 나츠키의 모습이었던 거죠.



이런 방관자의 죄책감을 떠안고 주저앉은 나츠키는 다행히 관현악부의 분위기가 회복되면서 자신감을 회복할 기반이 다져지자 점점 의욕적인 모습으로 변해가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에 자신감을 붙이기 시작한 나츠키는 그녀 특유의 냉철한 성격을 발휘하며, 누구보다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고 동시에 정이 많은 모습을 둘 다 보여주는 캐릭터로 성장하게 되죠. 특히 쿠미코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 작품에서, 쿠미코와 여러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쿠미코와 같이 성장해나가는 위치인 나츠키의 존재는 보는 사람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을 겁니다.



3. 같이 성장하는 사람의 가치


정리하면, 하루카와 나츠키는 한 개인인 자신의 모습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구성원으로써의 역할이 서로 맞지 않아 고민하고 고뇌하는 캐릭터들입니다. 하루카는 타인을 신경쓰는 상냥한 모습이, 나츠키는 자신의 낮은 자존감이, 자신들에게 무기력한 모습을 선사했던 이력이 있는 캐릭터라는 거죠.


제가 이런 캐릭터를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캐릭터가 의외로 어느 집단에서나 있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집단 안에서 특별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사람은 특별하다는 말마따나 언제나 소수고 대부분의 사람은 집단 안에서 그저 그런대로의 존재감 정도를 발휘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하루카나 나츠키 같은 캐릭터는 대체로 후자에 속하죠. 그렇기에 고민 끝에 자신만의 해결책을 찾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런 사람들이야 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또 같이 성장해 나가기엔 누구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다음 포스팅에서 《울려라! 유포니엄》의 이야기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