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포스팅은 TV 애니메이션 [울려라! 유포니엄]의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
※ 극장판 애니메이션 [울려라! 유포니엄 ~키타우지 고등학교 취주악부에 어서오세요~]에 대한 언급을 같이 합니다.
애초부터 TV 애니메이션 [울려라! 유포니엄]의 총집편입니다. ※
포스트의 길이 조절을 위해, [울려라! 유포니엄] 리뷰 포스트는 3개로 나눠 업데이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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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음악에 대한 넓고 얕은 이야기
취주악부라는 음악을 다룬 작품인 만큼, 음악 이야기는 이 작품을 이야기하며 꺼낼 수 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제가 아는 만큼만 동원해서 [울려라! 유포니엄]의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프닝과 엔딩 테마는 둘 다 적당한 곡으로 잘 뽑아냈다고 생각합니다. 오프닝 테마, TRUE의 “DREAM SOLISTER”는 취주악부라는 주제에 어울리는 악기를 사용하며 열정을 연료로 달려나가는 작품의 이야기에 잘 어울리는 멜로디로 진행되는 곡입니다. ‘Solister’라는 단어는 저 단어 통째로는 사전에 존재하는 단어는 아닌 것으로 판단되지만, 솔로 파트를 연주하는 솔리스트(solist)에 주로 직업을 나타내는 ‘-er’을 붙인 단어로 추측되고 ‘Dream’이라는 앞 단어와 연결되어 ‘꿈을 연주하는 솔리스트’ 정도로 해석해서 [울려라! 유포니엄]의 분위기에 잘 맞추고 있습니다. 1학년 주인공 4인방, 쿠미코-레이나-하즈키-사피이어 성우들이 부른 엔딩 테마 “トゥッティ! (Tutti!)”는 ‘모든 연주자가 연주에 참가하는 것을 지시’하는 이탈리아 어 용어로, 역시 오프닝 테마와 같은 맥락으로 [울려라! 유포니엄]에 어울리는 곡입니다.
레이나가 다른 취주악부 강호 고등학교를 마다하고 어째서 키타우지 고등학교를 갔느냐는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레이나가 키타우지 고등학교에서 목표하는 바가 있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이 선라이즈 페스티벌 장면에서 등장합니다. 그 전에 타키 선생님에 대해 아직까지는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었던 때에도 레이나가 타키 선생님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부분이 있어서, 레이나와 타키 선생님 사이에 관계가 있을 거라 짐작을 가능하게한 복선이었습니다.
그것 말고도 음악을 통해 타키 선생님이 쿠미코의 중학교 때 인물과 관련이 있을 거라 암시하는 부분이 음악으로써 등장합니다. 1화에서 신사에 들른 타키 선생님이 듣고 있던 음악의 제목이 ‘다이키치야마 키타중학교 (지역)부대회’였고 이 음악이 그대로 쿠미코가 중학교 취주악부 시절의 악보를 보고 있는 장면으로 넘어가면서 타키 선생님이 쿠미코의 중학교와 관련 있는 사람이라는 암시를 이미 1화에서부터 던지고 있었습니다. 1화의 맨 처음, 중학교 시절의 결과를 발표하는 장면에서 금상에 ‘다이키치야마 키타중학교’라는 학교 이름이 집중된 것을 보면 이를 더 확실히 알 수 있죠.
이 때 등장하는 곡은 자크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라는 독일 태생의 프랑스 작곡가가 지은 오페라 “천국과 지옥”이란 이름이자 “지옥의 오르페우스”에서 나온 곡으로 흔히들 ‘캉캉’이라고 알려진 그 곡입니다. 이는 1화에서 타키 선생님의 실수로 쿠미코가 중학교 시절에 연주했던 곡을 듣고 사람들이 ‘운동회?’, ‘천국과 지옥?’이라는 반응을 보일 때, 정보를 다시 잡아주면서 등장하는 정보이기도 합니다. 이 “지옥의 오르페우스”는 쿠미코가 레이나에게 말 실수를 한 장면을, 그리고 자신의 중학교 취주악부 시절을 회상할 때 등장하고 있으며, 특히 12화에서 드디어 쿠미코가 레이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시점에서 본격적으로 다시 연주되면서 쿠미코의 심리를 극대화해주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3화에서 키타우지 취주악부가 타키 선생님과의 갈등으로 삐걱대고 있는 시점에서 레이나가 불고 있던 곡은 안토닌 드보르자크(Antonín Leopold Dvořák)의 “신세계로부터”라는 곡입니다. 이 곡에 대한 배경지식은 쿠미코가 작품 안에서 이렇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드보르자크가 미국에 있었을 때 고향인 보헤미아를 떠올리며 만든 곡이라고 해.
아직 아무것도 없는 새로운 세계에서..."
드보르자크는 낭만주의 시대에 음악에 민속적인 특징을 녹여낸 작곡가로써 민족, 그리고 국가가 우선하는 민족주의를 드러낸 작곡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를 쿠미코의 설명과 덧붙여 봤을 때, 레이나가 부는 곡은 어째서 이 곡인가에 대한 추측을 어느 정도 해볼 수 있게 합니다. 제 해석은, 중학교 시절에 아무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취주악부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을 그리워함과 동시에 현재 잘 풀리지 않고 있는 새로운 곳, 키타우지 취주악부의 상황을 보며 답답했던 감정을 드러내는 총체적인 곡으로 사용되지 않았나, 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곡을 연주한 이후, 레이나가 답답한 마음을 풀려는 듯 소리치는 것도 제 해석에 대한 근거로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8화 아가타 축제의 엔딩에서 쿠미코와 레이나의 2중주로 연주된 곡은 ‘사랑을 발견한 장소(愛を見つけた場所)’라는 곡으로 오리지널 곡이며, 중학교 취주악부 시절에 송별회 때 연주했던 곡입니다. 이 곡은 쿠미코와 레이나가 점점 서로의 공통점을 찾고 결속하기 시작하는 시점이자 하즈키가 사랑을 실패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리코와 타쿠야가 데이트를 하고 있는 장면을 비추고, 여러 가지 ‘청춘과 학창 시절’을 생각하면 떠올릴 수 있는 장면들과 연결되며 제목도 어울리고 또 활기참과 동시에 애상적인 느낌을 주며 그 장면의 묘사를 효과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키타우지 고등학교가 대회를 위해 준비했으며, 또한 쿠미코를 포함한 많은 취주악부 부원들이 고생하고 절망하며 완성된 자유곡은 “초승달의 춤(三日月の舞)”은 작품 안에서는 호리카와 나미에(堀川奈美恵)라는 저명한 작곡가가 작곡한 곡으로 되어 있습니다. 실존 인물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곡 자체가 [울려라! 유포니엄]을 위해 완벽히 새로 작곡된 곡이라는 점, 그리고 구글에서 호리카와 나미에라는 단독 항목이 존재하지 않고 [울려라! 유포니엄]의 음악 감독인 마츠다 아키토(松田彬人)라는 설명이 항상 쫓아다니는 걸로 보아 [울려라! 유포니엄]에서만 등장하는 가상 인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이 곡은 쿠미코가 느낀 그대로 역동적인 곡이고, 또 상당한 경력자인 쿠미코마저도 고전하는 곡이라는 점에서 타키 선생님이 키타우지 고등학교 취주악부를 특별한 반열로 올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곡입니다.
여담으로, 스폰서 화면에서 쿠미코의 얼굴이 빙글빙글 도는 연출이 있는데, 그 얼굴을 악보가 둘러싸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악보의 정체는 ‘반짝반짝 작은 별’이며, 이 곡은 하즈키가 베이스가 되는 저음만 단조롭게 내야하는 튜바에 대해 지루하다고 느끼는 시점에서 쿠미코와 사파이어가 하즈키에게 모든 음이 모여 합주가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는지 동기를 부여하도록 만든 곡으로 의미가 있는 곡입니다. 실제로 부각되는 음을 연주하지 않는 악기는 단순히 혼자서만 연습을 계속할 경우에 그 악기를 의미를 찾지 못 하고 의욕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꽤 많은 편이죠. 이 때 합주를 통해 자신이 이 악기를 연주하는 의미를 찾는다는 것은 대단히 의미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용된 음악과는 별개로, [울려라! 유포니엄]은 실제로 음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부터 상당히 리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취주악부 부원들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도 실제로 일어나는 갈등이다보니 갈등의 묘사도 사실적이고, 무엇보다 작품 안에서 ‘망했다’고 평가받는 연주에서 쓰인 음은 실제로 음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들어보면 ‘정말로 망했다’고 평가할 만큼 연주 소리도 상당히 디테일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작품 초반부에 키타우지 고등학교의 취주악부의 연주에서 자세히 듣다보면 삑사리나는 소리로 간간히 들리고, 시작도 따로 박자도 따로 놀고 있다는 것을 자세히 들으면 완벽히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캐치할 수 있을 정도로 현실적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음악을 선정함에 있어서, 그리고 음악을 다룬 작품인만큼 음악이 연주되는 소리마저도 실제로 아직은 실력을 올리고 있는 취주악부를 초빙해 들려주는 등, 사소한 부분에도 상당히 공을 들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연주의 디테일을 보는 것도 이 작품을 보는 소소한 재미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타키 선생님이 추가적으로 유포가 합류해달라고 부탁한 부분에 대해, 아스카와 쿠미코가 연주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도 듣기만 해도 금방 눈치챌 수 있고, 카오리와 레이나도 잘 들어보면 레이나 쪽이 훨씬 더 힘있고 또 깔끔하게 음이 울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취주악부 연주에 대해서는 배경 지식이 없는 제가 보증하는 바입니다.
취주악부의 경험이 없는 사람은 잘 인지하기 힘든 부분일지 모르지만,
쿠미코를 제외한 모두가 그저 흥미롭다고 지켜보고 있었던 이 연주를 자세히 들어보면
한 마디로 ‘망했다’는 말 밖에 안 나올 만큼 리얼하게 망했다.
몇 번 듣다보면 시원하게 삑사리나는 소리도 들린다 (...)
7. 쿠미코 – 레이나 관계에 대한 이야기
[울려라! 유포니엄]에서 하나, 논란거리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바로 쿠미코와 레이나 사이의 관계 묘사입니다. 어쨌든 두 사람은 서로가 어떤 마음인지 깊게 공유하는 사이이기 때문에 단순한 친구 그 이상을 넘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은 충분히 내포하고 있는 관계입니다만, 어딘지 모르게 연출은 그 수준마저도 넘어선 수준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8화의 아가타 축제 장면에서 본격적으로 쿠미코와 레이나가 소위 동성애 코드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연출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레이나가 쿠미코를 향해서 ‘이것은 사랑의 고백’이라며 이야기하는 것을 시작으로, 뭔가 연인 사이에나 이뤄질 것 같은 다소 두근두근(?)거리는 스킨십 장면도 묘사되었고, 11화에서 재오디션 직전 레이나를 응원하러 간 쿠미코를 그리는 장면에서 8화에 보여준 것과 똑같은 ‘사랑’이라는 직접적인 단어와 더불어 상당히 진한 정도의 스킨십을 보여주며 애니메이션 계열에선 흔히들 ‘백합’이라 불리는 여자 간의 동성애 코드를 연상시키고 있습니다.
여자가 아니어서 함부로 말은 못 하겠지만,
친구를 넘어 소울메이트까지 도달한 친구 사이에서 나올 수 있는 장면인가는 조금 의심이 된다.
본래 이 작품이 백합 코드를 내포할 것이란 기대가 있어 그 기대를 통해 작품으로 부른 것은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중후반을 넘어서면서 위에서 서술한대로 상당히 농도 짙은 장면들을 일부 쏟아내면서, 이 코드를 취향으로 하는 사람들을 끌어온 것 또한 사실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저는 이런 짙은 수준의 묘사는 근거가 좀 부족한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작품 내부에서만 놓고 봐도, 흥미롭다고 생각한 레이나와 레이나의 감정을 이제야 이해하게된 쿠미코 사이에서 동성애를 연상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직 좀 시기가 이르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원작과의 관계와 연관지어져서, 이 쿠미코와 레이나 사이의 관계 묘사에 집중되며 역시 이야기가 진행되며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쿠미코의 주변 인물들 사이의 묘사가 원작과 비교해 아예 떨어져 나가거나 수정되거나 축소된 점입니다. 쿠미코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고민을 하고 비슷한 역경을 겪고 있는, 쿠미코와는 다소 복잡한 애정 관계로 얽힌 슈이치와의 관계와 자신과 같은 파트에 있으면서 자신보다 아득한 실력을 가진 선배인 아스카와의 관계 등 쿠미코의 앞으로의 행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인간 관계 묘사가 좀 더 자세하지 않은 점은 특히나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가타 축제 전에 슈이치의 제안이 쿠미코의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슈이치와 애정 관계로 얽히는 묘사는 등장하지 않고 있는데 이것이 과연 쿠미코를 이야기하는 데 중요하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자신과 같은 악기를 연주하면서도 자신보다 월등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아스카 선배에 대해서 쿠미코는 아무것도 느끼는 것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쿠미코와 레이나 사이의 묘사에 너무 집중한 점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당연히 어떤 형태의 작품을 원작으로 다른 플랫폼으로 변형된 작품은 반드시 원작을 지켜야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오히려 그 변형된 작품이 원작의 해석을 뛰어넘어 더 깊이 있는 것을 다룰 가능성도 충분히 있고, 상업적인 측면에서 좀 더 상업적인 부분에 집중해 변형하는 것 자체는 특별히 문제 삼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 부분을 아쉽게 여기는 것은, 저는 이 [울려라! 유포니엄]의 묘미는 현실적인 사람 사이의 관계와 취주악부의 분위기가 묘사되고, 쿠미코라는 현실적인 캐릭터가 어떻게 성장하는지에 대해 진중한 묘사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 작품을 저와 다르게 깊이감이 아닌 다른 부분으로 좋아하는 것은 그 이유로 좋아하는 것이니 제 비판에 대해서는 그렇게 신경쓰지 않으셔도 상관 없을 것 같습니다.
8. 총집편 극장판: [울려라! 유포니엄 ~키타우지 고등학교 취주악부에 어서오세요~]
마침 이야기가 나온 시점에서, 한국에서 메가박스를 통해 [울려라! 유포니엄]의 내용을 정리한 총집편 극장판 [울려라! 유포니엄 ~키타우지 고등학교 취주악부에 어서오세요~]가 상영되었습니다. 포스팅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는 이미 극장에서 내려간 상태입니다.
직접 다녀와서 얻은 특전입니다. 쿠미코 마지 텐ㅅ... (퍽)
이 포스팅에서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혹시라도 본편을 다 보시고 극장판을 보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분들을 타겟으로 간단히 이야기를 해보기 위해서입니다. 당연히 총집편이기 때문에, 본편을 다 보신 분들이 다 알고 있는 그 내용이고, 여기에 약간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추가되었지만 크게 중요한 정보는 아닌 것으로 판단되며, 본편의 내용을 정리한다는 느낌으로만 받아들이셔도 무난할 것 같습니다.
먼저 모든 캐릭터들의 더빙이 새로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쿠미코를 연기하는 쿠로사와 토모요의 톤에서 그 변화를 많이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본편에서도 특별히 이질감 없이 어울리는 연기를 했기 때문에, 극장판 더빙도 특별히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고 톤만 변경된 형태로 또 다르게 캐릭터들을 연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극장판이라는 한정된 분량의 영향 때문인지 취주악부 사이의 과거의 일과 ‘좋고 싫고’와 같은 감정들이 얽히고 섥힌 관계에 대한 묘사가 더 축소되고 분량을 대부분 본편의 후반부로 실어주고 있습니다. 특히나 쿠미코에게, 그리고 취주악부에게 의미 있는 충격을 줬던 사건의 장본인인 아오이에 대한 연출은 아예 잘려나갔습니다. 그러다보니 중후반부부터 본편에서도 농도 짙게 묘사된 쿠미코와 레이나의 관계 묘사에 분량이 더 집중된 느낌을 주며 위에서 제가 의견을 말씀드린 대로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마지막 콩쿠르 장면은 키타우지 고등학교가 연주하는 순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담아내면서 이 작품의 하나의 결실을 이룬 의미 있는 부분을 극대화한 것은 괜찮은 팬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중간중간 콩쿠르의 정예 멤버에서 제외된 하즈키와 나츠키가 무대 뒤에서 연출을 들으며 이야기하는 장면도 추가되면서, 극적인 결말의 한 부분에 좀 더 의미를 부여해준 연출은 상당히 인상 깊은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을 토대로 결론을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여느 총집편이 대체로 다 그렇긴 하지만 본편을 본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팬서비스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고, 저처럼 현실적인 사람 사이의 진중한 문제에 가치를 느낀 분이라면 본편에 비해서는 좀 더 아쉽게 느끼실 것 같고, 중후반부 이후로 보여줬던 극적인 연출에 가치를 느낀 분이라면 본편에서 느낀 것 그 이상의 가치를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9. 리뷰를 닫는 이야기: 열정의 가치는 여전히 순수하다
유포니엄이란 악기는 상당히 생소한 악기입니다. 저음 파트 안에서만 예를 들어도, 튜바, 콘트라베이스는 그 이름을 접해봤을 분들이 다수 계시겠지만, 유포니엄이란 악기의 존재는 아마 이 작품을 보고서야 알게된 저 같은 분들이 꽤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마이너한 악기에 속해서, 튜바에 비해선 고음이지만 그렇다고 저음 파트 이상의 음을 내는 악기로 보기엔 무리가 있어서 그 입지가 애매한 악기에 속합니다. 제가 이해한 바로는 필수 편성에 들어가는 악기는 아닌 듯하고 규모가 커질 경우에 추가로 더 넣어줄 수 있는 여러 악기 중 하나, 라는 성격이 강해보입니다.
어쩌면 이 유포니엄이라는 악기는 쿠미코를, 특히나 작품 초반부의 쿠미코를 닮았을 지도 모릅니다. 반드시 두각을 드러내는 악기가 아닌, 구성에 따라 더하거나 뺄 수 있는 악기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관점으로 착한 얼굴을 하며 흘러가는 분위기에 편승하는 쿠미코의 겉모습을 연상하게 합니다. 그럼에도 분명히 자신만의 고유한 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 부분도 쿠미코와 잘 어울리는 부분이죠. 어쩌면 쿠미코가 유포니엄을 다시 연주하는 것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던 이유는 이런 유포니엄이 다소 애매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그것이 자신을 닮았기 때문일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유포니엄 또한 취주악부에서 엄연히 하나의 음을 형성하는 악기입니다. 이론적으로 마이너한 악기라고 해도 그 악기가 연주 안으로 편성되는 그 순간, 유포니엄 또한 연주 안에서 어떤 힘을 가지고 특별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쿠미코가 드디어 자신의 입으로 당당하게 ‘나는 유포가 좋아!’라고 말할 수 있던 것은 쿠미코가 유포니엄을 통해서도 자신을 특별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 포스팅을 쓰는 시점에서, [울려라! 유포니엄]의 2기 애니메이션이 본격적으로 전파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며 또 한 번 쿠미코가, 쿠미코의 주변 인물들이 어떤 과정으로 성장하는지를 중심으로, 또 [울려라! 유포니엄]의 이야기를 다시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최근까지는 교토부 대회 이후로 잠시 휴식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고 듣긴 했습니다. 어쨌든 상업적인 측면으로는 다소 힘이 약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잠시 쉬어가는 타이밍도 필요할 것 같네요. 그러고보면, 이 포스트는 [울려라! 유포니엄] 2기를 위한 사전 정리와도 같은 것이 되겠네요. 업로드는 약간 늦었습니다만...
1기 포스터에 비교해보면 쿠미코의 표정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도 금방 보인다.
또 다시 시작된 쿠미코의, 그리고 키타우지 고등학교 취주악부의 순수한 열정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바라며, 지금처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그 의미가 퇴색된 ‘열정’ 안에 여전히 내재하고있는 순수함을 느껴주시길 바라면서, ‘열정’하는 그들의 ‘청춘’을 순수한 마음으로 응원해 주시기를 바라면서, 제 나름대로 사랑과 열정을 담은 [울려라! 유포니엄]의 리뷰 포스팅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언제나 긴 포스팅 따라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국 대회에 나가고 싶다고 중학생 때부터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말뿐인 약속 같은 거고,
진짜로 실현시키자고는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도 그럴게, 기대를 하면 창피를 당하고,
이뤄지지도 않을 꿈을 꾸는 건 바보 같은 생각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소원은 입 밖으로 내지 않으면 이뤄지지 않아.
반드시 전국 대회에 나가겠어."
"그리고,
우리의 곡은 계속되는 거예요!"
「刃天」의 일러스트 via pixiv / Google 이미지를 통해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