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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멋대로 리뷰

[내멋대로 리뷰/No.1] TVA "울려라! 유포니엄" 리뷰 / Part.B


※ 이 포스팅은 TV 애니메이션 [울려라! 유포니엄의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


포스트의 길이 조절을 위해, [울려라! 유포니엄] 리뷰 포스트는 3개로 나눠 업데이트합니다.
지금 보고 계신 포스트는 Part.B 입니다.


▲ Part.A 링크는 여기를 클릭하세요


4. 선배의 가치, 그리고 그 의미에 대하여


리더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꺼낸 김에 상급자들, 여기서는 선배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까 합니다. 카오리에 대한 이야기는 위에서 언급했으니 여기서는 더 언급하지 않겠고, 먼저 취주악부의 부장인 하루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부장이라는 지위에 비해서 다소 나약해보일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준 부장 하루카에 대한 이야기다.


하루카는 아무래도 나약한 캐릭터가 지배적인 이미지인 것이 사실입니다. 조금 난감한 이야기를 전달해야할 때 목소리가 말을 할수록 작아지는 모습은 계속해서 보이는 모습이고, 특히 아오이가 여러 사정으로 인해 취주악부를 그만두기로 통보했을 때는 나츠키가 쿠미코에게 증언한 대로 ‘유리멘탈’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오이가 갑작스레 취주악부를 그만두는 것을 통보한 후 쿠미코가 하루카와 같이 아오이를 따라갔지만 이미 마음을 굳힌 아오이를 그대로 보내버리고 하루카가 자괴감에 휩싸여 있는 상황에서, 쿠미코가 ‘상냥한 점이 좋다’고 말했을 때 하루카는 ‘상냥한 건 칭찬할 부분이 없는 사람한테 하는 말이잖아’라고 치고 들어오죠.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이는 하루카보다는 취주악부의 분위기를 진두지휘하며 자신의 페이스로 끌어들이는 아스카가 부장으로 더 어울린다는 평가가 취주악부 대부분의 의견이었던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의식하고 있는 하루카가 강한 열등감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면 아스카가 부장을 맡았으면 되는 거였잖아.
네가 거절하는 바람에 내가 할 수 밖에 없었잖아."

"그러면 네가 거절하면 됐잖아.
아니야?"

하지만 아스카의 대답에 하루카는 반박할 수 없었습니다. 하루카가 부장을 하는 수 없이 떠맡은 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아스카의 말대로 계속 거절했으면 부장을 맡지 않게 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죠. 그것은 하루카는 자신 없고 냐악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는 반대로 성실하고 또 용기가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아오이가 부활동을 그만두겠다고 통보한 뒤 하루카가 부활동을 나오지 않은 그 날, 부활동을 마치고 하루카의 집으로 찾아간 카오리가 하루카에게 말합니다.


"아스카는 부장을 거절한 게 아니라 이어받을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아마 그 상태의 부를 이어받는다는 건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했을 거고,
아스카는 머리 좋으니까 그런 것도 다 계산해서 이어받을 수 없었던 게 아닐까?"


"그만큼 (하루카가) 용기가 있었다는 거야.
그리고 그 사실을, 적어도 상급생들은 다 알고 있어.
그 때 네가 부장을 맡아줬기 때문에 지금의 부가 있지 않았을까?"

카오리가 이렇게 응원해주는 말에 하루카는 ‘그건 타키 선생님 덕분이야’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부원들을 결속해주는 것은 단지 선생님만의 영역은 아니기 때문에 카오리의 말대로 하루카가 모두가 인정해주는 그녀 특유의 상냥함을 전면으로 내세워, 적어도 작년처럼 선배가 후배의 말을 들어주지 않은 정도를 넘어 그냥 없는 말인 것처럼 무시하는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는데 기여를 해준 것은 사실입니다. 상냥한 것은 정작 상냥한 본인에게는 열등감에 휩싸이게 할 수 있는 주요한 원인이기도 하지만, 상냥하다는 것은 정작 본인은 눈치채지 못 하는 강력한 무기이기도 합니다. 카오리가 응원의 한마디를 전해준 이후로 하루카도 작품 초반에 비해서 조금 더 자신감이 붙은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조금 더 자신감 있는 부장이 될 여력이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한편, 하루카를 제대로 멘탈 붕괴 상태로 만들었던 장본인인 아오이는 어쩔 수 없이 취주악부를 그만둔다는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수험에는 실패했기 때문에 대학교 수험 준비에서는 꼭 성공하고 싶다는 그녀 개인적인 욕심이 주요한 원인이었고 단지 표면적인 이유 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중요한 사안이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수험 준비라는 이유 외에 다른 이유가 존재할지도 모른다 생각하게 되는, 취주악부라는 부활동을 완전히 놓아버리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오이 특유의 억양 등에서, 특히나 색소폰 장식이 달린 샤프를 바라보며 짓는 아오이의 표정은

완벽하게 취주악부 부원으로 활동하는 것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 했다는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아오이가 완벽하게 취주악부에 대한 마음을 놓지 못했다고 가정했을 때, 아마도 아오이를 지배하고 있는 심정은 죄책감일 겁니다. 비록 수험을 이유로 탈퇴를 결정한 멤버가 되었지만, 나츠키의 증언에 따르면 작년 선배와 후배 사이에 의견을 조율해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아오이였습니다.


"작년에 그 애들을 그만두는 걸 막지 못 했으면서 태평하게 콩쿠르를 준비하고 있을 수는 없어.
마침 딱 좋았어, 수험 공부를 해야하는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이 아오이의 대사에서 어딘지 모르게 ‘작년의 분위기를 수습하지 못 해놓고서 나 혼자서 즐거워질 순 없다’는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죠. 이것이 그녀가 단순히 수험 공부만을 이유로 취주악부를 탈퇴하는 결정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서 아스카의 경우는 독특한 경우입니다. 키타우지 고등학교 취주악부 부원 중에서 제일 실력있는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고 성격은 유쾌하며 또 자신의 페이스로 분위기를 휘어잡는 캐릭터죠. 그런 모습이 주를 이루다보니, 하루카가 열등감을 느낄 만큼 ‘부장으로는 아스카가 어울린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것뿐만이라면 특별히 지면을 할애해서 크게 언급할 만한 캐릭터는 아니었을 지도 모르지만, 문제는 다들 어딘가 아스카를 다소 거북하게 느끼고 있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인 쿠미코부터 해서 수많은 선배들에 이르기까지 아스카에 대해 이야기하는 키워드는 ‘뭔가 다른 차원의 사람인 것 같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게 진심인지 꾸민 말인지 그 진위를 알고 싶어도
아스카 선배의 가면은 너무나도 두꺼워서
나로써는 도저히 벗겨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런 아스카의 특징은 자신이 열심히 연주하는 것에 집중하고 싶고 그것을 방해하는 어떤 것에 대해서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모토에서 나온 행보로 보입니다. 하즈키가 슈이치와의 일 때문에 카와시마 사파이어(川島緑輝)가 연습에 집중하지 못 하는 모습을 보일 때, 갑작스레 아스카가 차가운 태도로 돌아선 부분, 그리고 그 행동을 보고 부원들이 ‘화났다’고 말하는 것에서 잘 드러나는 부분이죠. 철저히 자신이 악기를 연주하는 것에 집중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나츠키의 말에서처럼 작년의 갈등 사건에서 아스카는 그 갈등의 한 편도, 또 다른 한 편도, 그리고 그 갈등을 해결하는 편도,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았습니다. 부장을 맡는 건에 관해서는 카오리는 아스카가 어려운 사정을 떠안은 취주악부를 이어받는 게 부담스러워서 그랬을 거라고 말하고 틀리지 않은 말일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그 안에는 부장의 일로 연주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받고 싶지 않고 싶다는 이유가 숨어있을 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한 집단의 대표로 있는 것은 그저 그 구성원들과 같은 행동을 하는 것 그 이상의 업무를 수행할 책임을 맡게 되기 마련이니까요.


"솔직히 말해서 마음 속으론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어.
누가 솔로를 맡는다던가 하는, 그런 시시한 일 같은 거..."


"그런 건 소원을 빌어도 잘 안 돼.
악기도 음악도 전부 자기가 어떻게 하는지에 달려있는 건데
신께 부탁드리는 건 아깝지 않아?"

특히 카오리와 레이나 사이에 갈등이 있었던 상황에서 쿠미코의 질문에 되돌아온 아스카의 대답과 아가타 축제에서 카오리가 오디션이 잘 되길 바란다는 기도를 할 때 카오리에게 했던 말에서 아스카가 악기를 연주하고 또 취주악부의 일원으로 속해있으면서 가지고 있는 신념을 엿볼 수 있죠. 물론 일반적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무책임한 것이 아니냐, 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발언이지만,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철저하게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모토로 삼는 사람이라면 이상할 것 없는 발언이죠.


아스카에 대한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애니메이션 분량에서는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가 어떠한 이유로 소위 ‘멋지긴 한데 어딘가 거북한 느낌이 든다’는 행보를 이어가는지는 당장은 알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원작 소설에서 아스카의 성격이 아스카의 집안 사정과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2기 애니메이션 분량에서 아스카에 대한 이야기가 다뤄질지지는 조금 더 두고 볼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카오리도 하루카도 연주 실력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취주악부를 하는 것 그 이상의 차원을 바라보는 것 같은 아스카의 모습과 성격을 자신의 귀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만큼, 아스카의 이야기는 함부로 무시하기는 쉽지 않은 무게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음은 나츠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츠키도 어떤 의미로는 작년의 일에서 방관자라고 할 수 있지만, 정확히는 평범한 사람들이 갈등이 생겼을 때 취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갔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그 분위기가 무언가 잘못되었고 또 해결하고 싶다는 자각은 하고 있지만 그저 후배의 의견을 무시하는 선배의 편에 설 수도, 그렇다고 선배를 ‘상대’하는 입장에 설 수도 없었기 때문에 어느 쪽 편을 들기 무서웠다고 보는 게 맞을 것입니다. 나츠키도 직접 그렇게 말했기도 하고요.



그래도 나츠키가 어떤 심정으로 선배의 의견에 동의했는지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심사위원들의 개인적인 평가에 휘둘리는 것은 음악 본연의 즐거움과 멀지 않나’라고 했던 작년 선배들의 주장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주장입니다. 그렇지만 그 심사위원들 마저 무너뜨릴만큼의 전력을 다했냐고 물어보면 그건 아닙니다. 그저 남에게 휘둘리는 것은 즐겁지 않고 즐겁지 않은 것에서 좋은 음악이 나올거라고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에서 성과가 나올 거라 기대하는 것도 무책임한 태도죠. 나츠키가 작년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되어 진심으로 전국 대회를 노리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노력하는 환경에서 그건 단순히 변명이었던 거라 말하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선 성과가 올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렇게 반전된 취주악부의 분위기에 편승한 나츠키는 실력에 욕심을 내며 열심히 연습했지만 역시나 뒤늦게 시작한 그녀의 연습은 아쉽게도 올해는 빛을 보지 못 했습니다. 언니를 따라 오랫동안 유포니엄이라는 악기를 접해온 쿠미코에게 실력으로는 모자랄 수 밖에 없었고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셔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쿠미코가 중학교 때 쿠미코를 향해 ‘너만 없었으면 내가 콩쿠르에 나갔을 건데’라는 심한 말을 던진 선배와 나츠키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카오리의 경우와 같이, 어쩌면 나츠키도 쿠미코에게 ‘너만 없었으면’이란 말을 할 수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작년까지는 선배가 우대받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기 때문에, 올해 갑작스레 오디션이라는 실력 중심 정책에 난색을 표할 가능성도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나츠키는 내가 못 했고 쿠미코가 잘 해서 쿠미코가 콩쿠르에 출전 인원으로 선발된 것이니 자신은 신경쓰지 않아도 좋다고 오히려 쿠미코를 배려해주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꼭 금상! 내년에는 같이 가자!
– 나카가와"

쿠미코의 독백처럼, 사람의 마음은 복잡합니다. 모두가 나츠키처럼 행동해주면 이상적이겠지만, 그건 또 지도 선생님이 어떤 지도 방침으로 이끌어서 결정된 문제냐와는 별개의 문제인 건 맞는 말입니다. 중학교 때 쿠미코와 갈등을 겪은 선배의 경우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선배 쪽도 정당한 노력을 통해 정당한 실력을 쌓은 경우라면 선배 쪽의 입장에선 갑자기 들어온 후배 하나가 자신보다 아득한 실력을 가지고 자신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신이 잘못된 책임을 후배에게 돌리고 싶을 만큼 억울하기도 할 겁니다. 사람 일이란 역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법이고,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죠. 하지만 오히려 후배인 전적으로 응원해주는 나츠키의 모습은, 비록 실력으로써 우월한 위치에 있지는 않지만 실력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후배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선배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특히 중학교 때의 일로 선배를 이긴 상황이 신경 쓰일 수 밖에 없는 쿠미코에게 나츠키의 말은 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카오리의 열혈 팬인 유우코에 대해서 언급해볼까 합니다. 유우코가 어떤 일을 했는지는 카오리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언급했으니 상황에 대한 이야기는 넘어가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간단히 말씀드리면, 유우코가 악역이라는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하고 당부드리는 바입니다. 카오리가 레이나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충분히 솔로를 맡을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고, 또 카오리가 자신이 취주악부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 조력자였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레이나와 타키 선생님이 서로 아는 사이였다는 점은 신경 쓰이는 것이 당연합니다. 더 이상 갈등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애써 덮어두는 카오리의 모습을 그저 볼 수 없었으니까 그것을 직접 타키 선생님에게 따지고 들어간 것도 당연한 이야기죠. 물론 유우코의 해결 방식이 현명했냐고 물어본다면 그것은 아닌 것 같지만, 저에게 그럼 더 좋은 해결 방식은 뭐라고 생각하는데, 라고 묻는다면 저 역시 제대로 대답할 자신이 없을 만큼 어려운 일인 것도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유우코 또한 자신이 아끼는 사람을 위해 악역까지 자처한 캐릭터인만큼, 그녀 특유의 악역스러운 어조에 묻혀 그녀를 단순히 악역으로만 보는 경우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나츠키와는 여러 면에서 대척점에 있는 성격이라 사사건건 으르렁거리는 사이이면서도 정작 아가타 축제 때 같이 축제를 다닌 모습을 보면 말이죠.


처음은 저렇게까지 해야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막상 그녀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이해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5. 사랑, 청춘, 열정, 그리고 특별해진다는 것


지금부터 이야기하려는 것은 [울려라! 유포니엄]의 핵심인 열정과 사랑과 청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구체적으로 언급이 된 사항은 아니지만, 마지막 쿠미코의 내레이션이 이제까지 해왔던 것과 똑같이 ‘그리고, 교토부 대회 다음인 칸사이(관서) 대회로 진출하는데 성공했을 거란 암시를 남기는 연출로 작품이 마무리되면서 그들의 열정은 제대로 결실을 맺었습니다. 그 사이에는 운동부조차도 취주악부 은근 빡세네, 라며 대단해할 정도로 쏟아부은 시간과 열정이 있었습니다. 취주악부 전체적으로도 마찬가지고, 작년까지만 해도 의욕이 없는 편에 속했던 나츠키조차도 오디션에 욕심을 내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취주악부에 관련된 사람들 모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그 열정의 이야기 안에서 사람과 사람들이 얽히는 이야기가 섞여 들어가며 하즈키와 츠카모토 슈이치(塚本秀一)가 얽히면서 생겼던 감정적인 갈등 상황, 중후한 성격의 고토 타쿠야(後藤卓也)와 푸근한 성격의 나가세 리코(長瀨梨子)가 달달하게 사귀는 모습 등을 그리며 조그맣게 청춘의 모습과 사랑하는 모습도 그려내고 있습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둘의 결과가 어떻게 될 지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부분이었지만... 크흠크흠...


아주 잠깐 등장하는 장면이지만 아마 취주악부에서 등장하는 제일 귀여운 커플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잠깐 하즈키와 슈이치 사이의 이야기를 해봅시다. 하즈키는 슈이치가 자신을 배려해주는 사소한 모습에 슈이치를 마음에 들어했고, 거기에서 발전해 쿠미코와 슈이치가 접촉이 잦은 것을 보며 하즈키는 쿠미코에게 직접적으로 슈이치와의 관계를 물어봅니다. 하즈키가 중학교에서는 분위기가 섬세함과는 대체로 거리가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운동 계열 부활동을 했었다고 이야기하죠. 이런 하즈키의 경험에서 비추어보면 그런 슈이치의 자신의 짐을 대신 들어 옮겨주는 사소한 배려로부터 하즈키는 특별한 감정을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슈이치 입장에서는 여학생 중심의 취주악부에서 힘을 쓰는 일을 담당하는 건 몇 안 되는 남학생이 될 것이라는 당연한 일에서 출발한 것일지도 모르지만요.



여튼 그 때가 곧 아가타 축제가 다가오는 시기였고, 쿠미코는 슈이치에게 아가타 축제에 같이 가는 제안을 받으면서 쿠미코는 당황스러웠지만, 어쨌든 쿠미코는 그 당시 슈이치에게 별다른 감정이 없었기 때문에 하즈키에게 슈이치와 함께 아가타 축제에 가는 것을 넘기고 슈이치에게 얼렁뚱땅 둘러대다가 얼떨결에 주변을 지나가던 레이나와 함께 아가타 축제에 가게 되죠. 하지만 아가타 축제에서 함께하는 때까지 슈이치와 하즈키 사이에 아마도 맞춰지지 않을 것 같은 감정 균형은 예상대로 결국 맞춰지지 않았고, 아쉬우면서도 어쩌면 당연히 둘 사이는 사귀는 관계로 발전하지 못 하고 마무리하게 됩니다. 그 사건 이후에 하즈키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줬던 사파이어가 하즈키의 일로 일종의 죄책감을 느끼는 것을 달래주고 하즈키와 쿠미코가 귀가하는 길에 하즈키는 사파이어에게 자신이 슈이치를 좋아하는 것을 말하면 당연히 전폭적으로 지지해줄 것이고, 쿠미코도 상냥한 부분이 있으니 말하면 물러서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하면서 나쁜 생각을 먹어 미안하다는 말을 쿠미코에게 전달합니다. 쿠미코는 슈이치에게 좋아하는 감정인지 자체를 자각하기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 무난하게 넘어갔지만, 만약 쿠미코가 슈이치를 좋아하는 상태였다면 하즈키의 이야기는 대단히 위험한 이야기였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너도 마음 약한 부분이 있으니까,
내가 먼저 이야기하면 물러나줄 거라 생각했거든.
미안해, 나 정말 최악이지?"

감정적으로 얽히는 관계는 복잡합니다. 하즈키처럼 같이 친하게 다니는 친구지만 그것이 나쁜 걸 알면서도 그 친구를 ‘어쩌면 이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게 되는 모순적인 일들이 이상하게도 일어나게 되고 맙니다. 이것은 어쩌면 좋아하는 것과 같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일종의 시행착오와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연애를 해봐라’라는 조언은 단순히 친한 관계를 넘어선 사람 사이의 관계를 조율하고 또 맞춰가는 법을 배운다는 측면에서 이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죠. 비록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잊을 만하면 시달리는 조언이라 부담스럽긴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가 지내는 곳에서 상처 한 번 주지 않는 완벽한 관계를 만들 수 있느냐 하면 그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고, 따라서 그렇게 실패하고 또 잘못하는 과정 사이에서 사람들은 사람 사이에서 지내는 법을 조금씩 완성하며 성장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측면에서 하즈키의 이야기는 비록 짧지만 어느 정도의 의미 부여는 할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하즈키가 슈이치가 매번 지하철 안으로 들고 들어오는 핫도그를 먹는 이 장면을,

하즈키가 자신이 어떤 감정인지 전부 다 털어놓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는 일종의 상징적인 장면으로도 볼 수 있다.


자, 그럼 이제 다시 열정과 사랑과 청춘이라는 키워드로 다시 돌아와 봅시다. 취주악부의 여러 캐릭터들 중에서도 쿠미코는, 당연히 주인공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핵심에 관계된 중요한 캐릭터입니다. 자세히 묘사되지는 않았지만 슈이치가 마음에 두는 사람은 쿠미코라는 정황이 여러 군데, 특히 슈이치가 쿠미코에게 아가타 축제에 가자고 제안하는 장면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했고, 쿠미코는 그것이 슈이치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못 하고 있는 것에서, 그리고 잠깐이기는 했지만 하즈키가 슈이치에게 마음이 생기면서 얼떨결에 삼각관계로 얽히는 것에서 고등학교 시절의 복잡하다면 복잡한 ‘좋아하는 이야기’라는 키워드로 연결됩니다. 이제껏 방영된 애니메이션 분량에서는 쿠미코의 성장과 관련해서 레이나와의 관계를 묘사하는 것이 매우 두드러지며 묻혀버린 감은 있지만, 쿠미코 쪽도 뭔가를 눈치챈 것 같은 묘사에서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두 사람입니다.


"그건 절대로 생각하고 있지 못 했던 거여서,
내 사고회로는 엄청나게 혼선되고 있었다."

갑작스레 만들어진 삼각관계 때문에 쿠미코의 망상 아닌 망상이 더해지며 쿠미코의 귀여움이 폭발했던 장면


쿠미코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애니메이션의 처음, 그러니까 쿠미코가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처음으로 등교하는 그 시점의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쿠미코의 내레이션으로, 쿠미코는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자신에 대한 이것저것들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언급을 합니다. 머리도 묶어보고, 스커트도 살짝 올려보고, 비록 들은 것과는 달리 고등학생이 되서도 가슴이 커지지는 않았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뭐든 변할 거고 뭐든 변하고 싶다는 내레이션과 행동을 보이고 있죠.


"여러 가지를 한 번 리셋해보고 싶어서..."

하지만 사람의 삶이 RPG 게임의 세이브 데이터와 같지 않듯, 쿠미코는 여러가지를 리셋해보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과는 다르게 특별히 중학교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주변 환경과 취주악부의 유포니엄 경험자라는 결코 지울 수 없는 과거와 맞물리게 됩니다. 직접적으로 쿠미코의 내레이션을통해 언급한 부분은 아니지만, 헤어 스타일도 다시 예전으로 돌아오고 고등학교에서도 부활동은 취주악부인데가 반복적으로 비춰지는 연출로 쿠미코가 일종의 죄책감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대상인 레이나와도 취주악부에서 재회하고 그곳에서 담당할 악기도 결국 유포니엄으로 결정되는 여러 가지 정황으로, 쿠미코는 결국 특별히 자신의 무언가를 변화시키지 못한 채 적당적당히 흐름에 따라가는 고등학생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쿠미코가 고등학교 두번째 날부터 표정이 무표정으로 바뀐 것, 아오이에게 결국 또 유포니엄을 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에서 쿠미코가 다소 허탈한 심정이 엿보이죠.


그렇지만 모든 것이 정체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쿠미코가 기대했던 것 그 이상의 변화가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쿠미코가 기대한 것처럼 모든 것이 한순간에 역변하는 것이 아닌, 마치 가랑비에 옷이 젖어가는 것처럼 서서히 쿠미코를 변화시키는 형태로 변화는 다가오고 있었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느낀 시점에서 실망하는 둣한 모습은 있었지만, 선라이즈 페스티벌에서 재회한 중학교 친구로부터 무슨 이유로 키타우지 고등학교에 갔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1화에서의 내레이션과 똑같은 대답을 하죠. 이곳에서, 쿠미코는 여전히 변화에 대한 의지를 계속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내가 키타우지를 고른 이유... 시작하고 싶었어.
알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는 고등학교에 가서 새롭게 처음부터..."

어딘가 특출난 것 같지 않은 소탈한 이미지가 쿠미코의 정체성이긴 하지만, 쿠미코가 성장의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그녀의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내부적인 이야기를 먼저 해보도록 하죠. 쿠미코가 단순히 그렇게 흘러가는 것에 편승해서만 지내지 않을 거라는 일종의 저항 장치가 쿠미코의 내면에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쿠미코가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그것이 조심스럽게 이야기해야 할 비판의 의견일지라도, 가감없이 밖으로 꺼내는 그녀의 성격입니다. 따지고 보면, 쿠미코가 레이나를 신경쓰는 것은 쿠미코의 그런 성격에서 나온것입니다.


"정말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야?"

일반적으로 어떤 목표를 위해 최대한 노력했지만 못 한 것이 분하다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친구를 향해 당장 이런 질문을 한는 것은, 적어도 당장 그 상황에서는 함부로 나오지 않는 질문입니다. 그 질문의 의미는 바꿔 말하면 ‘당연히 안 될 걸 가지고 노력한거야?’라는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는 그 사람의 노력을 전반적으로 무시하는 발언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만큼 위험한 말입니다. 특히나 당장 그 결과를 이성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어떻게 받아들이지 못 하고 있는 그 시점에서는 말이죠. 하지만 쿠미코는 그 질문은 기어이 레이나에게 이야기하고야 맙니다. 그 질문을 던진 쿠미코도 곧바로 그것이 그 때 함부로 나와서는 안 되는 질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새로 들어간 고등학교에서 다시 만난 레이나를 불편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죠. 그것이 자신의 문제라는 것을 쿠미코 자신도 어느 정도 인식은 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작품 중에서 마음 속의 말이 툭 튀어나오면 옆에 있던 하즈키가 ‘밖으로 나왔어’라고 지적하면 그제서야 입을 막는 전개가 꾸준히 등장하며 쿠미코의 중요한 정체성으로 볼 수 있죠. 이 정체성은 심지어 아스카라는 선배에게 진심을 물어볼 때까지도 나왔던 부분이기에 어딘지 모르게 쿠미코가 단순히 주변의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을 돌출하려는 일종의 저항 의식을 내포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꾸준히 등장하는 이 장면은, 그것이 자칫 잘못될 수도 있는 습관임을 알면서도 등장함으로써,

쿠미코라는 캐릭터의 중요한 한 줄기를 구성하고 있다.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표면적으로 쿠미코가 레이나에게 화살 하나를 날린 이 사건은 추후 다른 형태로 쿠미코에게 다시 돌아온다.


이런 쿠미코 내부적인 특징은 쿠미코가 고등학교에 들어와 만난 여러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 본격적으로 밖으로 표출되기 시작합니다. 사파이어와 같이 어렸을 때부터 콘트라베이스를 한 자부심을 가지고 음악의 힘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악기를 연습하다 피가 나는 경우가 있어도 그 이상향을 향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과, 나츠키 선배와 같이 본래는 의욕이 없었다가 부활동의 열정적인 분위기에 편승해 잘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 사람과, 의욕없는 사람들마저 열정적인 태도를 보일만큼 취주악부의 분위기를 바꿔놓은 일등 공신인 타키 선생님 등등, 취주악부를 통해 만나게 된 사람들과 인연들이 알게 모르게 쿠미코에게 조금씩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열정과 격려를 들려주고 또 보여주며 쿠미코의 변화에 등을 밀어준 사람들


여기에 선라이즈 페스티벌에서 중학교 시절의 친구를 다시 만나는 장면에서, 모든 사람들이 열정을 보여주는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희망을 보여주며, 친구에게 변화하고 싶다는 의지를 전달하며 1화에서 보여준 모습을 재확인하죠. 그 때 친구가 말합니다.

"그래서, 시작은 했어?"


특히 이 장면, ‘시작했어?’라는 질문에 바로 대답을 망설이는 중에 곧바로 페스티벌을 ‘시작’한다는 안내 방송이 얹어지며

‘시작’의 모습으로 캐릭터와 배경과 스토리가 시작으로 연결되는 연출.


그 중에서도 특히 레이나는 쿠미코의 변화에 성장에 큰 영향을 준 캐릭터로 작용합니다. 레이나와 함께 아가타 축제에 가게 된 것은 사실 마침 슈이치가 축제를 같이 가자는 제안에 대한 대답을 둘러대고 있을 때 우연히 레이나가 그 옆을 지나가며 얼떨결에 이뤄진 자리이긴 하지만, 그곳에서 레이나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며 쿠미코를 헤집어두기 시작합니다.


"쿠미코 너 말이야, 성격 나쁘지? (중략)
하지만 나, 너의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어. (중략)
친절하고 좋은 아이인 얼굴을 하면서, 그러면서도 어딘가 식어있는...
그러니까 그 착한 얼굴을 휘리릭 하고 벗겨버리고 싶어, 라고 생각했어."

물론 그 때 당시 쿠미코의 질문에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쿠미코가 생각하는 만큼 레이나는 그 사건을 불편하게만 생각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사건을 계기로 쿠미코를 재밌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죠. 레이나는 이미 그 사건을 통해서 쿠미코가 단순히 그저 그런 사람들의 흐름에 자연스레 몸을 맡기는 사람이 아닐 것을 간파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이어지는 레이나의 대사는 이렇습니다.

"축제 하는 날에 산을 오르는 것 같은 바보 같은 짓, 다른 사람들은 안 하겠지? (중략)
나, 흥미없는 사람들과는 무리해서 어울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하는 걸로 안심하겠다니, 바보 같아.
당연한 듯이 이뤄지는 흐름에 저항하고 싶었어."

"나는 특별해지고 싶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되고 싶지 않아."

이 대사는 레이나를 상징하는, 또한 쿠미코에게 어떤 변화를 안겨줬던 중요한 한 마디입니다. 특별해지고 싶다는 바로 그것. 그것이 레이나가 쿠미코가 ‘정말 될 거라고 생각했어?’라고 반문하는 와중에도 그렇게나 노력했고 그 노력에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 했다는 마음에 분한 감정을 느꼈던 이유였습니다. 이런 레이나의 생각이 쿠미코를 제대로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빨려들 것만 같았다.
나는 지금 이 때라면 목숨을 잃어도 상관없을 거라 생각했다."

레이나의 말을 빌려 ‘착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 어딘가 죽어있는 부분’은 바로 쿠미코가 좋아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에 반대되고, 그 둘 사이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갈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어딘지 갈피를 잡지 못 하고 헤매는 모습이 나타났던 형태인 셈이죠. 어쩌면 그저 좋아서 열심히 하고 그래서 선배보다 뛰어난 실력이 될 정도가 되었던 것인데 그 사건에 의해서 되려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는 쿠미코였으니, 그녀의 희망사항은 좀 더 억눌린 형태로 있을 수 밖에 없었고 그러면서도 쿠미코는 그 희망사항을 마냥 포기하지만은 않은 그런 상태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서부터 쿠미코의 변화는 시작됩니다. 부정적으로 말하면 본격적으로 비뚤어지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긍정적으로 말하면 특별해지기 위한 노력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 이후로도, 혹시나 그것이 일반적으로 완벽하게 옳은 일이 될 수 없을 지라도, 특별해지는 것을 포기할 수 없는 레이나에게 좀 더 귀감을 얻으면서 쿠미코는 이제까지 특별히 묘사된 적 없었던 열정적인 모습을 조금씩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그 시점에서 돌연 찾아온 것이 타키 선생님의 요청입니다. 한 부분에서 콘트라베이스로는 소리가 모자라니 유포니엄 또한 소리를 보태달라는 요청이었는데, 얼추 악보만 봐도 상당한 실력을 요구하는 복잡한 음을 연주해야하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을 해낼 수 있어야 자신은 사람의 흐름에 그저 휩쓸려 사는 것이 아닌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상은 연습했던 것에 비해 생각보다 진전되지 않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지만, 타키 선생님이 기한까지 할 수 있겠냐는 물음에 곧바로 ‘할 수 있다’고 대답했고, 모두가 따라가는 흐름에 순응하고만 자신의 언니와 아오이를 떠올리며 그 흐름에 저항하는 마음으로 한밤중에 집에서 유포니엄을 부는 기행(?)을 하는 등, 본격적으로 특별해지기 위한 저항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건물의 바깥에서 일사병으로 보이는 증세까지 겪으며 연습에 몰두했건만 돌아온 결론은 처절했습니다.


"그리고 유포.
여기는 타나카 혼자서 해주세요."

쿠미코의 내레이션대로 그것은 반론할 여지도 없이 순식간에 결정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교토부 대회를 넘어 칸사이(관서) 대회를 통과해 전국 대회를 노려야하는 치열한 레이스가 걸린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쿠미코는 자신을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마치 그 장면 바로 뒤에 나비가 거미줄에 걸리는 화면에서 보이는 나비의 심정처럼 말이죠. 죽어라 연습한 대가는 그저 현실을 재확인하게 되는 형태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그제서야 쿠미코는 그 ‘분한 느낌’에 눈을 뜨기 시작합니다.


"잘 하고 싶어,
잘 하고 싶어,
잘 하고 싶어!"

"분해서, 죽어버릴 것 같아."

레이나가 어째서 중학교 때 콩쿠르 수상 결과를 보고서 분해서 죽어버릴 것 같다고 울고 있었는가. 그것은 말 그대로 특별해지기 위한 자신이 노력을 쏟아부어 쌓은 어떤 것을 인정받지 못 할 때 받는 억울하고도 분한 느낌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쿠미코가 레이나에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레이나를 거쳐 쿠미코에게 다시금 돌아오게 됩니다. 결국 쿠미코는 그 부분을 연주하는 것에서 제외되었지만, 그 날 하필 핸드폰을 학교에 두고 오는 바람에 다시 학교에 찾아가서 만난 타키 선생님에게서 격려를 받고 쿠미코는 한층 더 특별해지기 위한 마음을 굳힙니다. 쿠미코가 레이나에게, 그리고 자신이 저항하는 흐름에 편승한 언니에게 ‘나는 유포가 좋아’라고 말하는 것은, 그리고 마침 그 날 길거리의 뽑기 기계에서 유포니엄 마스코트를 한 방에 뽑게 된 것도 이 점에서 꽤 상징적인 부분이죠. 그리고 쿠미코와 레이나만큼까지는 아닐 지 몰라도 그 열정에 고양된 키타우지 고등학교 취주악부는 그 열정의 결실을 얻는데 성공하는 연출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애니메이션 분량의 마무리였습니다. 이렇게 쿠미코의 소탈한 이미지라는 평범함에서 시작해 평범에서 벗어나 특별해지는 입체적인 캐릭터의 모습을 쭈욱 추적하고 쿠로사와 토모요(黒沢ともよ)의 소탈한 목소리가 잘 어우러지며, 쿠미코 자신의 이야기로 보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나, 유포가 좋아!"


특별해지려는 희망, 그리고 열정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음에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좋아하지 않는 일에 열정을 다하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그렇기에 열정은 오로지 자기 자신에서 발생되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가치 그 자체입니다. 타키 선생님의 말대로 어떤 것에 관계없이 좋아하는 것은 그저 좋아하니까 하게 되는 그런 것이기 마련이죠.


"결국 좋아하는 것은 그런 것 아닐까요?"

때로는 그것이 큰 흐름에서 벗어나거나 혹자는 그 흐름을 거슬러야할 때도 있을 겁니다. 레이나의 경우는, 사실 조금 더 원만하게 이야기하는 방법도 있지 않았나, 하는 비판까지 피해갈 수는 없을 지 모르지만, 내가 선배보다 잘 하기 때문에 뽑힌 것이 정당하다는 저항을 선배에게 해야할 지도 모르죠. 왜냐하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이 일에 대해 특별해져야하기 때문입니다. 특별해진다는 것은 반대로 평범함을 부정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이것은 평범한 큰 흐름에 때로는 반기를 들어야할 지도 모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해지는 것은 또한 고통이죠. 하지만 그 특별함에 도달하는 그 순간, 그 한순간의 짜릿함, 그것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특히나 그것을 한 번이라도 겪어봤다면 마치 중독과도 같은 그 짜릿한 감정을 또 한 번 맛보기 위해 달려나가기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것들을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래도’ 특별해지고 싶으니까요.



이렇게 열정은, 그리고 특별해지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라는 자신 안의 순수함에서 발생하면서도 그것을 달성하기까지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성취감보다 고통이 커지는 경우에 깊은 좌절감으로 빠져드는 경우도 결코 적지 않은 경우입니다. 특히나 나와 같은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 2~3명이 함께해야하는 취주악부와 같은 경우 자신의 처지를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계속 옆에서 함께 하는 특징 때문에 ‘나와 같은 악기를 연주하는 저 사람은 잘 하는데 나는 왜 못 하는 거지’라는 열등감에 빠지는 경우도 많이 나오는 사례입니다.


"노력하는 자에게 신이 웃어준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바로 이 곳에서 내 열정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결정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아무리 해도 안 되지만 그 한계를 정공법이든 다른 방법을 사용하든 간에 어떻게든 뚫어보려고 할 것이냐, 아니면 이것은 어떻게 해도 그 한계는 내가 접할 수 없는 그런 것으로 인정하고 그곳에서 멈출 것인가. 그것은 결국 그 사람의 결정에 따라 달려있는 것이기에 어느 쪽이 비판받아야 하고, 어느 쪽에 잘못이 있다 이야기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쪽을 택하건, 그것은 상관 없습니다. 어쨌든 두 쪽 다 특별해지기 위해 고통을 감내한 사람들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해온 순수한 열정을 보인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모든 열정은 가치 있고 또 박수 받아야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언젠가 쿠미코도, 쿠미코와 같이 해내야할 부분을 잘 해내지 못 해 고전했지만 쿠미코와는 다르게 타키 선생님의 인정을 받아 짜릿한 성취를 얻어낸 슈이치와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기를 조용히 바라봅니다. 왜냐하면 쿠미코의 열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고, 곧바로 쿠미코가 연주해야할 ‘다음 곡은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운명의 신은 내 쪽을 바라보며 윙크를 했고...
그리고, 다음 곡이 시작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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