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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건의 이야기로 돌아가봅시다. 탐정역을 자원한 3명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들과 그리고 에바 쿠라코를 통해 얻었던 단서들과 증언만이 남고 탐정역을 자처한 3명이 제시한 결론은 호타로가 모두 저마다의 모순이 있었음을 어필하며 기각됩니다. 탐정역의 참관인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탐정역의 말을 전부 기각해버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후유미가 호타로의 앞에 찾아옵니다. 그리고 후유미는 적당히 할 생각이었으면 셋 중에 하나를 적당히 채택했을 것인데 굳이 그 안을 전부 다 기각했다는 것을 언급하며, 이들은 결국 기술이 없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고 애초부터 호타로가 목적이었다는 진의를 꺼냅니다. 왜 내가 목적이었냐는 호타로의 질문에, 후유미는 호타로가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하죠.
여기서 <빙과>에 등장했던 장밋빛의 연출이 다시 등장하고,
호타로에게 에루의 주변에서 사용했을 법한 색감이 사용되었다는 것에서
호타로가 심적으로 동요할 것임을 화면으로 연출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호타로는 사토시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신경 쓰고 있었습니다. 학교의 수영부 부원 중 한명이 결승에 진출했다는 플래카드를 다는 것을 보며 사토시와 호타로가 특별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 편 초반에 등장합니다. 사토시가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을 부럽다는 말에 호타로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은 평범한 삶을 동경할 것이라며 맞받아치는데, 사토시가 평범한 삶에 매력을 느끼는 호타로를 보며 말합니다.
나는 후쿠베 사토시에게 재능이 없다는 걸 알고 있어.
하지만 오레키 호타로까지 그런지는 조금 보류해두고 싶네.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확실히 답을 내지 않는 호타로를 향해 후유미는 어느 일화를 들려줍니다. 한 운동부에 보결 선수가 있었는데, 그 보결 선수는 어떻게든 주전이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보결이 하늘을 난다고 해도 그것은 결국 주전 선수의 손바닥 안에 불과했죠. 이 때, 1등을 차지한 주전 선수에게 사람들이 비결이 뭐냐고 물었을 때 그 주전의 답이 ‘단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라고 답했다면, 그 보결 선수는 무슨 기분이었지를 묻는 것이 후유미가 들려준 일화였습니다.
누구라도 자신을 자각해야 되는 법이야.
그렇지 않으면 바라보고 있는 쪽이 한심스러워.
이 일화는 호타로에게 결정적이었습니다. 호타로는 후유미의 부탁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능력이 특별하다는 것을 믿고 싶다는 ‘드문’ 마음으로 학교를 나섭니다. 하지만 호타로는 같이 학교를 가는 사토시에게 ‘너는 너만의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냐’고 질문합니다. 이 질문은 여전히 호타로가 자신의 능력이 특별한 것인지를 확신하지 못 하고 있음을 의미는 질문이죠. 이를 간파한 사토시가 다시 한 번 자신은 재능이 없다고 못을 박습니다. 자신은 어디를 파고 들어가려고 하지 않으니까 최고가 될 수 없을 것이고, 이 점은 마야카가 자신과 같은 분야에 흥미를 붙이기 시작한다면 금방 자신을 따라잡을 만큼 파고들 것이라며 보증할 수 있다고도 단언하죠. 사토시에게는 없는 자신만의 특별한 능력이 나한테는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없었던 호타로는 사토시 또한 능력이 있다고 북돋지만, 사토시는 파고드는 것 말고 재미있는 건 얼마든지 있다는 말로 호타로의 말에 대한 대답을 회피합니다. 이런 미묘한 말과 어두운 표정을 호타로에게 전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말이죠.
그렇다곤 해도 부러울 따름이네, 정말.
사토시의 이 감정은 다음 편 <쿠드랴프카의 차례>에서 사토시의 행동 동기가 된다.
호타로는 사토시와 마야카가 짚어준 영상의 특이한 점을 단서로 후유미가 만족할 만한 영화의 결론을 만들어내는 것에 성공하며 후유미가 호타로에게 부탁했던 ‘탐정 역’을 훌륭히 완수합니다. 호타로가 냈던 이 영화의 결말은 기발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습니다. 상황을 전달함에 있어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았던 카메라 구도, 사사건건 간섭하는 조명이라는 단서를 밑바탕으로, 혼고 마유가 꼼꼼한 성격이었다는 것에 기반을 두어 범인이 바로 카메라맨이었다는 결론은 신선한 발상이었죠. 적어도 이 영화의 주변에 흩뿌려져 있었던 사소해 ‘보이는’ 단서들을 전부 배제하고 있었다면 말입니다.
호타로가 낸 영화의 결말로 시사회가 열린 날. 완성된 영화를 보며 퇴장하는 사람 중, 소품 담당이었던 하바만이 마음에 안 드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호타로는 본래 하바가 탐정 역할 자원자 중에서 유일하게 미스터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자신감을 보여줬던 사람이었기에, 자신의 생각과 다른 전개였던 호타로의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냥 넘겼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낸 영화의 결론에 별로 놀라지 않는 고전부원들을 보며 호타로는 어디선가 위화감을 느낍니다. 에루가 바로 달려와 호타로가 낸 영화의 결말에 놀랐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나중에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제스처만 남기고 먼저 사라졌죠. 뒤이어 사토시도 자리를 뜹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마야카는 자일이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호타로가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장밋빛”에 대한 호타로의 기대감이 무너지는 순간의 시작이었습니다.
화면의 색 톤이 회색, 즉 “잿빛”으로 바뀌는 것은 호타로의 심정을 보여주는 굉장히 인상적인 연출이었다.
그 이후, 고전부원 3명 모두 호타로가 낸 영화의 결말에 이상한 점이 있음을 호타로에게 알려줍니다. ‘에너지 절약’의 호타로가 자신의 능력을 특별하다고 믿고 싶다는 마음을 행동 동기로 삼아 제법 의욕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움직여 만들어낸 첫 결과인 그 영화의 결말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공공연하게 말하는 것은 친구들에게 상당히 실례였기 때문에 이들은 호타로에게 각각 찾아와 조용히 이야기를 해주고 가죠. 마야카는 그 꼼꼼한 성격인 각본 담당자 혼고 마유가 직접 부탁한 자일이 영화 안에서 쓰이지 않을 리가 없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사토시는 혼고 마유가 미스터리 소설을 공부하는데 사용한 책이 홈즈라는 사실을 조명합니다. 호타로가 낸 결말인 “서술 트릭”은 홈즈의 이후인 크리스티 때부터 나온 트릭 방식으로, 홈즈를 베이스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다는 것을 말하죠.
마지막으로 에루는 성실하고 여린 사람이라고 알려진 혼고 마유가 더 이상 각본을 진행시키지 않은 이유에 의문점이 있었고, 그 의문점이 호타로의 결말로는 해소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여기가 바로 전에 언급했던 부제 ‘왜 에바에게 묻지 않았지?’를 적용할 수 있는 시점입니다. 혼고 마유가 쓰러져서 다시는 각본 작업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면 에바 쿠라코가 각본 일로 자신의 친구를 그 정도까지 밀어붙인 일을 도와주는 일에 선뜻 나설 수 있었을까요? 혼고 마유는 각본 작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아픈 상태는 아닐 것이라고 이 질문에 답을 하고 나면, 곧바로 왜 혼고 마유를 두고 영화의 결말을 찾는 번거로운 일이 벌어진 것일까, 라는 의문이 남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혼고 마유가 아무에게도 이 영화의 결말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겠죠. 그런데, 혼고 마유의 각본을 근거로 혼고 마유란 이 각본 담당자가 각본을 섬세하게 짜는 사람이고 그렇다면 분명히 자신의 각본에 대한 결말을 이미 생각해 뒀을 것인데, 반 친구들이 혼고 마유를 의도적으로 괴롭히는 것이 아닌 상황에서 그럼 무엇이 혼고에게 결말을 말하지 못하도록 밀어부친 것인가, 라는 또 다른 의문이 남게 되죠. 하지만 그 의문을 해결하기엔 호타로가 놓쳐버린 단서가 너무 많았습니다. 마야카의 자일, 사토시의 홈즈에 이어, 혼고가 지시한 피의 양이 상당히 적은 양이었다는 것까지. 2-F반의 자체 제작 영화 <만인의 사각万人の死角>의 결말은 호타로에게 있어 상당히 큰 실패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제 호타로는 이 일이 자신에게 실패가 되어버렸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야카의 말에도 사토시의 말에도 일단 부정하고 봤었지만 사실은 호타로도 그것이 자신의 틀린 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영화의 그 결말은 혼고가 쓴 것이라고 볼 수 없었다는 에루의 말은 결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호타로는 자신이 왜 틀린 결말에 도달했는지를 알 수가 없었죠. 자신의 화려한 첫 데뷔라고 생각했던 영화의 결말을 뼈 아픈 실패로 마무리하고 상실감이 고조될 무렵, 기분 전환으로 타로 카드 책을 보며 사토시가 고전부원들에게 상징으로 부여했던 타로 카드를 떠올리며 의미를 봅니다. 사토시가 고전부 부원들에게 대응해준 타로 카드의 의미는 각자에게 딱 맞는 의미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호타로만 타로 카드의 의미가 아닌 상냥한 여성에게 다뤄지는 영맹한 사자를 표현하고 있는 타로 카드의 일러스트와 연관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죠. 시점을 바꾼 신선한 발상이라고 생각하던 중, 호타로의 머리 속을 뭔가 스치고 지나갑니다.
시점을 바꾼다?
처음부터 후유미는 혼고 마유가 쓴 각본의 뒷부분을 추리해달라는 부탁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호타로가 첫 시사회 자리에서 이어질 뒷부분을 추리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냐고 물었을 때, 후유미는 그걸 부탁하지 않는다고 확실히 언급합니다. 후유미가 고전부에게, 정확히는 호타로에게 요구했던 것은 일관되게 이 영화에서 살인 사건을 일으킨 ‘범인이 누구냐’를 밝혀 달라는 것이었죠. 호타로가 범인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 했을 경우에 곤란해지는 것은 2-F반의 사람들인데 이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다며 완강히 반대했습니다. 호타로는 이 영화의 결말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없었던 것은 확실한 이야기죠. 하지만 그럼에도 호타로가 결국 영화의 결말을 ‘창작’해내는 결론을 낸 것은 전부 후유미가 의도한 대로였습니다. 호타로가 부담을 느끼는 걸 간파한 후유미가 탐정역 지원자 3명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참관인 역할로 부담스럽지 않게 시작하다가, 찻집에서 개인적으로 일대일 대면을 한 자리에서 그들은 ‘영화의 결말’을 만들 그릇이 못 되고 너에게는 ‘추리’하는 ‘기술’이 있으니 너에게 ‘영화의 결말’, 즉 범인을 찾아 달라는 부탁을 한 것이 후유미의 작전이었는데요. 이 과정 중에서 미완성된 각본의 나머지를 ‘추적’하는 것과 가장 적합한 해결편을 ‘창작’하는 것의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 ‘추리’라고 하는 단어에 의해 호타로가 엇나가기 시작했던 것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생각에 이르자, 호타로는 단순히 각본이 미완성으로 남아서가 아니라, 혼고 마유가 작성한 각본이 반 친구들이 원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 책임감으로 더 이상 각본 역을 맡기 어려워했을 것이란 결론에 도달합니다.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후유미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 아무리 힘을 써도 결과는 뻔한 것’이라고 말해왔었고, 이 말은 후유미가 호타로에게 말했던 운동부의 주전과 보결 선수의 이야기와 맞지 않았죠. 왜냐하면 능력 없는 사람들의 마음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신념과, 능력 있는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알지 못 할 때 능력 없는 사람들이 어떤 기분일지를 생각해달라는 의도로 말한 그 일화는 전혀 짝이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제게 기술이 있다고 했던 것도 전부 혼고를 위해서였나요?
누구라도 자신의 능력을 자각해야한다는 그 말도 거짓말인가요?
이 호타로의 질문에 후유미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난 말은 아니야.
그걸 거짓말이라고 생각할지는 너의 자유야.
굉장히 완곡한 표현이었지만 결론은 확실했습니다. 후유미는 호타로를 이용한 것이었죠. 이 말이 왜 결국 호타로를 이용한 것이라는 의미가 되었냐면, 호타로가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던 말은 본인의 진심이 아니라고 못을 박았고, 자신이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호타로가 결론을 내야할 문제로 넘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자신이 이용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호타로는 분노하는 감정과 함께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수단을 잊어버린 상실감과 혼란에 빠지며 씁쓸하게 뒷마무리를 하게 됩니다. 호타로가 후유미와 대면할 때 호타로한테 캐릭터의 모습이 가려질 만큼의 짙은 그림자를 연출하면서까지, 호타로의 탈진한 심리 상태를 보여주고 있죠.
뒷마무리가 씁쓸했던 것은 자신의 의중을 결국 다 간파하고서 호타로가 분출한 복합적인 감정을 목격해버린 후유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후유미는 호타로에게 시주를 했던 선배에게 “그에게는 면목 없는 짓을 해버렸”다고 하면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에게 허세를 부려봐야 소용 없잖아요地球の反対側の人に虚勢をはっても仕方ないでしょう”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전합니다. 여기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란 호타로를 말하는 것이겠고 자신의 의도를 간파해버린 호타로의 능력은 내가 따라갈 수 없는 것이다는 의미를 담았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배’는 호타로에게 거의 다 간파되어버린 후유미의 의도를 밑바닥까지 파고들고 맙니다.
애당초 각본이 재미가 없었던 게 문제였잖아?
그 애가 상처받지 않도록 받아들일 수 없는 각본을 기각하고 싶었던 거지?
そもそも脚本がつまんかったのが問題だったんでしょう?
その娘が傷つけないようにウケない脚本を却下したかったんでしょう?
호타로를 중심으로 봤을 때, 그다지 개운하지 않은 결말을 하고 있는 편이었습니다. <빙과> 편에서 호타로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 본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불안한 시기를 파고들어 이용하는 사람이 등장했다는 것은 꽤 잔인한 일입니다. 호타로를 ‘그 바보あのバカ’라고 부를 수 있는 후유미의 ‘선배’이며 호타로를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 후유미의 은유를 내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라고 직유로 받아친 사람이라고 한다면, 정황상 후유미에게 호타로를 사주한 ‘선배’는 호타로의 누나 토모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빙과>에서 토모에는 호타로에게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를 적재적소에 던져주는 사람으로 등장했죠. 그렇다면 토모에가 후유미의 의뢰 때문에 호타로가 어떤 심리가 되었을 지도 충분히 예상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것을 ‘사실은 각본이 재미 없었던 게 문제였잖아’라며 굳이 직접적으로 의도를 간파해 후유미를 곤란하게 만든 것은 후유미가 호타로에게 악역으로 작용하게 됨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문제는, 호타로를 귀찮게 하는 인물임에는 확실하지만 그것이 호타로를 악의적으로 괴롭히기보다는 호타로를 위하는 행동을 취하는 이 누나가 호타로에게 이런 뒷맛이 좋지 않은 일을 겪도록 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빙과>도 사실은 호타로를 동요시켜 결과적으로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마련해보라는 의도였지만, <빙과>의 사건이 호타로를 굳건하게 만든 계기였다면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는 그 굳건함을 무너뜨리는 사건으로 그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죠. 왜냐하면, 후자의 경우는 자신이 쌓아온 탑이 무너지는 것을 어디까지 받아들이냐에 따라 다시는 회복할 수 없을 위험을 떠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도박이었다는 것이죠.
저는 이 문제의 답이, 자만과 자신감은 다르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간단하게 이용당하지 않는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을 더 파고 들어가 <빙과> 편에서 호타로가 했던 작업이 자신의 자존감을 세우는 작업이었다고 가정해 이를 이번 사건과 연관지어보면,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 편에서 호타로에게 요구된 작업은 그 단단한 자존감으로 자신이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이란 자만에 빠지지 말라는 ‘의도된 파괴’의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호타로가 <빙과>에서 훌륭한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고전부 부원들의 도움이 밑바탕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고전부 안에서 결론을 내기 전엔 언제나 고전부 부원들의 조언을 받아 수정하는 작업이 있었죠. 그렇게 생각하면 이번 편에서 호타로가 제안한 영화의 엔딩을 후유미에게 보고하기 전에 고전부 부원들의 조언을 얻는 과정이 없었다는 것은 생각해볼 만한 부분입니다. 자신이 잘 해낼 것이란 자신감을 가지되 자신이 모두 다 가능할 것이란 자만에 도달해서는 안 되는 것. 그 어려운 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 바로 이번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라는 제목에 대해 생각해보자면, 이 제목은 꽤 많은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하나는, 미스터리 이야기에서 사람이 죽는다는 흔한 것 하나도 등장시키고 싶지 않았던 바보 ‘혼고 마유’의 엔딩이라고 할 수 있죠. 이렇다고 하면 혼고 마유와 자신을 동일하게 여겼던 바보 ‘에루’에 의해 발생한 엔딩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또 하나는, 토모에일 것으로 추측하는 인물과 후유미 사이의 채팅에서 호타로가 “그 바보”라고 언급되었던 것에 착안하면, 자신이 정체성을 만들고 있던 불안한 시기에 이용당해버린 바보 ‘호타로’의 엔딩이라는 의미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토모에에게 자신의 의중이 남김없이 들켜버린 ‘후유미’ 또한, 이 ‘바보’에 고려된 인물일 지도 모릅니다.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이 편에서는 주제에 관해 크게 이야기를 다루지 않고, 이야기의 흐름을 되짚으며 의미를 정리하는 정도로 정리해봤습니다. 이 편의 내용은 다음 포스팅인 <쿠드랴프카의 차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재조명할 수 있습니다. 특히 후유미가 호타로를 설득하기 위해 꺼냈던 운동부의 주전과 보결 선수의 일화에서 보결 선수가 주전 선수에게 느꼈을 심리는 <쿠드랴프카의 차례>에서 그대로 이용됩니다.
다음 <쿠드랴프카의 차례> 편에서의 이야기는 특히나 제가 ‘기대’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만큼 잘하고 싶은 욕심과 더불어 잘 할 수 있을까란 불안감이 함께 하는 편입니다. 부디 다음 포스팅을 즐겁게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기대’가 사실 진짜가 아니게 될 정도로 말이죠.
그럼 다음 「빙과」의 6번째 포스팅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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