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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재방영(상영)관

#1-2(완결). 달콤한 사랑 놀이의 앞면과 뒷면 (애니메이션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2부)




안녕하세요, 스카이포스터입니다.


YouTube에 영상을 월요일 자정에나 올렸는데, 덕분에 포스트로는 며칠 더 늦게 등장해 버렸네요. 늦어봐야 하루 이틀 이 정도겠거니 했는데, 이번 영상에는 영상 효과를 좀 더 정밀하게 설정하느라 훌쩍 늦어버렸습니다. 아직은 영상 제작에 관해선 말 그대로 헤딩하면서 알아가는 중이라, 완성 기간이 예상을 벗어나는 일이 자주 일어나네요 ㅠㅠ... 그래도 기다리시는 분들에게도, 그리고 영상을 만들고 포스트를 작성하는 저에게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 금요일을 설정한 것이니, 늦는 것에 대해선 언제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죄송, 또 죄송.. ㅠ...


인사는 여기까지 하고, 오늘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의 이야기를 마무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스카이포스터의 애니메이션 재방영관] 첫번째 이야기,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편의 2부.


“달콤한 사랑 놀이의 앞면과 뒷면”이라는 제목으로, 바로 시작해보죠.



※ 이 포스팅은 TV 애니메이션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의 소재 누설을 적극적으로 포함합니다. ※


“독점당하고 싶다, 독점하고 싶다,

그 표리일체의 좁은 도량이 사랑의 실마리야.”


- 《안녕 피아노 소나타 encore pieces 中》


사랑을 흔히들 권력 싸움에 빗대곤 합니다. 서로가 상대방보다 더 위에 올라가려고 엎치락뒤치락하는 게 바로 사랑이고, 연애라는 거죠. 사랑을 이런 권력 싸움 관계로 본다면, 지는 쪽은 보통 더 좋아하는 쪽이 되기 마련입니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주려고 더 노력하게 되는 쪽이 보통은 더 좋아하는 쪽이라는 거죠. 이게 왜 지는 것이냐 하면, 바로 타인을 사랑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것을 어느 정도 포기하겠다는 결정을 내포하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과 함께 할 시간을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시간을 포기하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싶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포기할 수 있는 것. 이것을 사랑이라 한다면, 자기 것을 상대방에게 더 내주고 있는 쪽이 보통은 더 좋아하는 쪽이라는 거죠.



이런 구조를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에 들고 오면, 타카기와 니시카타의 관계에서 지고 있는 쪽은 바로 타카기입니다. 에피소드 구성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타카기가 니시카타에게 먼저 말을 걸면서 시작하거나, 니시카타가 머무르고 있는 장소에 타카기가 찾아오면서 시작하는 게 대부분이죠. 물론 니시카타가 먼저 시작하는 예외도 있습니다만, 니시카타가 먼저 접근하는 경우는 장난에서 타카기에게 이기려는 경우라는 걸 생각하면, 장난도 타카기가 깔아둔 판 안에서 시작하는 것뿐이죠. 이렇게 타카기가 니시카타를 좀 더 좋아한다는 에피소드를 계속 깔다가, 11화 5번째 에피소드 <크리티컬クリティカル>에서 의도치 않았던 니시카타의 발언에 제대로 휘둘리는 타카기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제까지의 행동이 타카기가 니시카타를 좋아해서 그랬다는 것을 확실히 각인시켜 버립니다.



“크리티컬... 무섭네...”


그러면 타카기는 지금 니시카타를 좋아한다는 것 하나 때문에 자신의 많은 것을 상대방에게 다 내주고 있는 상황이라는 건데, 이 상황에서 니시카타가 타카기의 마음을 알아버리면 이 둘의 균형은 완전히 무너져버리게 됩니다.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 상대방이 알아채면, 이젠 ‘내 마음 아니까 날 좋아한다면 나만큼 행동해줄 거야’라는 기대감이 생기게 됩니다. 그런데 이 기대감은 자신과 상대방 사이의 좋아하는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굉장히 부각시키기도 하죠. 그래서 상대방의 조그마한 행동에도 기분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감정적으로 굉장히 힘든 순간이 연출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감정적인 관점에서 타카기는 니시카타의 행동 하나하나에 일방적으로 질질 끌려다니게 된다는 거죠.



타카기는 지금 니시카타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니시카타에게 제대로 마음이 알려지는 것은 곤란하죠. 이 둘의 좋아하는 정도가 균형이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음을 알려줄 수 있으면서도 적당히 마음을 숨길 수도 있는 수단으로 타카기는 장난을 사용하는 겁니다. 이 장난 때문에 니시카타가 자신에게 능동적으로 다가올 수 있게 할 수도 있으니 이것만큼 좋은 선택지는 없죠. 이렇게 타카기에게 있어 장난은 니시카타와의 관계에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핵심적인 무게추이기 때문에, 타카기는 반드시 장난에서 승리해야하는 거죠. 타카기가 장난에서 니시카타에게 짖궂은 말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역시 둘 사이의 균형 유지라는 측면으로 바라볼 수 있구요.


그런데 보통 권력 싸움 관계라고 하면 서로 죽일듯이 첨예하게 싸우는 관계가 대부분입니다. 성인의 연애, 굳이 성인이 아니어도 고등학생까지만 가도 연인 관계에서 살벌한 감정 싸움을 자주 목격할 수 있죠. 이 감정 싸움이 왜 이렇게 살벌해지냐하면, 이제껏 살아오면서 자신만의 확고한 가치관을 세우게 되면 그 가치관에 따라 자신이 포기할 수 없는 게 많아지기 때문이죠. 사랑은 자신의 것을 포기하는 과정이 들어간다고 본다면, 포기할 수 없는 게 생긴다는 것은 상당히 치명적으로 다가오는 요소인 게 당연하다는 겁니다.


보통 사랑 싸움하면 이런 살벌한 분위기를 연상하기 마련인데... (애니메이션 《잔잔한 내일로부터》)


그런데 이 둘의 관계는 그렇게 살벌하게 연출되지 않습니다. 그저 달달하고 귀여운 에피소드들의 연속이죠. 결론부터 말하면, 이 두 캐릭터가 아직은 아이처럼 보이기 때문이고 작품 외부적인 요소, 특히 음악도 이 캐릭터를 아이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돕고 있기 때문에 이 둘의 관계는 일관되게 달달하게 보이는 겁니다. 성장했다는 것이, 자신이 어떤 걸 포기하고 버리고서라도 지키려는 가치관이 확고하게 세워진 상태라고 미리 가정하고서 이야기를 시작해보죠.



타카기의 경우, 가치관은 명확합니다. 12화 2번째 에피소드 <입학식>에서 손수건을 찾아주는 일이라는 명확한 계기와, 니시카타가 자신의 무례한 발언에 진심을 담아 오버해서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며 웃었다는 명확한 포인트가 존재하는 캐릭터죠. 그런데 문제는, 가치관이 세워진 건 보이는데 이게 명확해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타카기가 니시카타와의 시간을 만드는 것은 분명히 자신만의 시간, 이를테면 잠을 더 잔다거나 집에서 독서를 더 하는 것과 같은 여러 선택지를 포기한다는 것이 기저에 깔려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포기하고 있는 것에 대해, 타카기가 신경쓰거나 괴로워하는 모습이 다 잘려나가고 니시카타와 만나 시간을 보낸다는, 타카기에게 해피한 상황만 보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뭔가를 포기하면서 치열하게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고 있다는 모습을 우리가 볼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타카기를 아이처럼 보고 있는 거죠.


니시카타는 타카기와 비교하면 정말로 그냥 아이 정도의 수준입니다. 타카기가 매력을 발산하거나 은근슬쩍 진심을 말하면 순식간에 반하는 게 니시카타의 행동인데, 사실 이 정도는 그냥 즉각적인 반응 정도의 수준이구요. 니시카타가 타카기의 장난에 일방적으로 휘둘리고, 자신이 상대방을 좋아하는 건지,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하는 건지 확신을 못 하는 것도 니시카타가 사람을 대하는 자신만의 확고한 가치관과 판단 기준이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죠. 이렇게 본다면, 니시카타는 아직 성장했다고 보기는 어려워지게 되는 겁니다.


여기에, 이 작품이 장난의 소재로 활용하는 것도 ‘어렸을 적 학교에서 더 자주 봤을 법한’ 소재들, 예를 들면 철봉이나 서예 등과 같은 소재를 다수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소재들은 사회에선 그다지 접할 기회가 없는 소재인 것이 더 많죠. 거기에 음악도 잘 들어보시면, ‘어렸을 적 학교에서 연주할 법한’ 악기, 특히 리코더의 멜로디가 부각되는 BGM이 많습니다. 이렇게 캐릭터의 내부적인 요소와 작품 외부적인 요소들이 이 둘을 아이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 둘의 관계를 마치 아이들의 소꿉놀이를 보는 것처럼 귀엽게 바라보는 거죠.





[ 에필로그 : Epilogue ]


사려 깊은 사람의 예쁜 사랑을 바라며


타카기가 니시카타를 좋아하는 이유는, 니시카타의 상냥한 모습입니다. 뭐 하나 타카기에게 이기는 게 하나도 없고, 센스도 모자라지만, 분실물 주인을 찾아주려고 입학식 시간에도 늦을 만큼 노력하는 모습과 상대방을 막 대하지 못 할 만큼 상냥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니시카타라는 인물인 거죠. 장난에서 이기겠다는 일념 하에 장난에서 당한 만큼 매일 팔굽혀펴기를 하는 은근히 근성 있는 캐릭터지만, 한 편에선 몰래 <100% 짝사랑>이라는 순정 만화를 섬세하게 좋아하는 면도 있는 매력 있는 캐릭터가 바로 니시카타구요.


저는 니시카타 같은 사려 깊은 친구들이, 자신의 사려 깊음을 간직하며 멋지게 발전해 잘 되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는 그 사려 깊은 모습을 호구라고도 하겠지만, 누군가는 그 모습을 좋아해주고 또 자신의 시간을 내주고 있을 만큼 져줄 수도 있다는 건 그 상냥하고 사려 깊은 모습이 사람의 강한 무기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음... 니시카타를 너무 좋게만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아보이시나요? ㅋㅋ 아무튼 니시카타랑 타카기, 둘 다 힘내라! 쫌 잘 됐음 좋겠다 ㅠㅠ...



이 둘의 알콩달콩한 관계가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 작품의 휘몰아치는 봄날에, 한 번 쯤은, 생각없이 취해보시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그 다음엔, 한 번 쯤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시는 시간이 되시기를 바라면서.


[스카이포스터의 애니메이션 재방영관],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저는 몇 주 쉬고, 다른 작품을 들고서 돌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