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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재방영(상영)관

#1-1. 이야기를 끌고 가는 아이러니와 디테일의 힘 (애니메이션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1부)




안녕하세요,

스카이포스터입니다.


올해의 봄날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황사랑 미세먼지의 기세도 엄청났고, 갑자기 추워진 날도 있어서, 아마도 좋게 보냈다고만 말하기엔 참 어려운 봄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 이런 봄날 말고, 정말로 따뜻하고 포근한 봄날을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이번 작품을 주목해주시길 바랍니다.


자애 앞에선 쭈뼛쭈뼛. 그래서 여자애의 장난에 매번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한 남학생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애가 장난을 당하는 모습을 보며 재밌어 하는 여학생이 있죠. 그런데 이 둘의 관계를 생판 남의 위치에서 지켜보고 있는 우리는, 이 둘의 ‘썸타는’ 사이를 보며 두근거리는 걸까요?


[스카이포스터의 애니메이션 재방영관] 첫번째 이야기,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편의 1부.


“이야기를 끌고 가는 아이러니와 디테일의 힘”입니다.



※ 이 포스팅은 TV 애니메이션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의 소재 누설을 적극적으로 포함합니다. ※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철학자의 이름을 아실 겁니다. 이 분이 《시학》을 통해 설파한 ‘시’, 그러니까 시, 소설, 희곡 등을 포함한 ‘이야기 예술’에 대한 이론은 3000년이 지난 지금도 ‘이야기 이론’의 기초가 되고 있죠.




이 중에서, ‘아이러니’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아이러니’란, 희곡(연극)을 기준으로 했을 때, 극을 보고 있는 관객들은 알지만 극중의 인물은 모르는 상황을 말합니다. 이 ‘아이러니’를 통해 관객과 극중 인물 사이에서 정보의 차이가 발생하면, 같은 장면도 긴장감이 고조되거나 그 장면의 의미가 바뀌어 버리기도 하죠.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은, 이 아이러니를 자신의 이야기에 끌어당기는 강력한 힘으로 사용하는 작품입니다. 특히 다른 편도 아니고, 이 작품을 접하면 볼 수 있는 첫 편의 첫 에피소드에서 타카기의 지우개에 적힌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이 니시카타라는 것을 보여준 것은 이 작품의 ‘신의 한 수’입니다. 그 한 장면 때문에, 타카기는 장난과 진심을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는 인물이 되고, 니시카타는 타카기한테 휘둘려 타키기의 진심을 알 듯 말 듯 헷갈려하는 인물이 되면서, 이 작품의 가장 강력한 긴장감을 만들고 있죠.




하지만 이렇게 순간순간의 긴장감으로 끌고가는 이 작품은 ‘구조가 단순하다’는 분명한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이 작품은 중간에 어떤 식으로 변칙을 주건 간에, 결국 ‘둘이 만나서 – 서로 장난을 치고 – 니시카타가 진다’는 흐름을 반복하게 됩니다. 이 구조를 빨리 파악하고 당연하게 생각하면 할 수록, 점점 진부해진다는 어쩔 수 없는 딜레마를 떠안고 있다는 의미죠.


그래서 이 작품은 1~2초 남짓한 찰나의 순간, 억양, 표정, 말투, 그리고 그 순간들에 집중하게 하는 음악이나 화면 효과 등을 세심하게 사용해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구조를 다이나믹하게 바꿔 긴장감을 유도하지 않고 구조를 고정시키는 대신, 단순하게 만든 구조로 인물들에게 쉽게 감정 이입하게 설정하고, 한 순간 한 순간을 계속 역동적으로 반응하도록 하는 거죠.


이렇게 한 순간 한 순간이 중요한 작품이기 때문에, 이 작품의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일등 공신인 타카기의 묘사에 특히 집중하고 있고, 또 집중해야만 합니다. 타카기가 미세한 한 순간에라도 감정 이입을 시키지 못 하는 상황이 나와 버리면 이 작품의 매력은 거기서 종료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이 작품은 감정을 집중해야할 때만큼은 온갖 효과들을 동원해서 매력적으로 그려내고 있죠. 그리고 타카기의 목소리를 담당한 성우, 타카하시 리에(高橋李依) 씨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타카기 특유의 매력을 잘 살리고 있고요.




이 둘의 썸타는 관계가, 연인이든 아니면 그냥 친구가 되든, 다른 형태로 바뀌려고 한다면, 특별한 외부적인 요소(제3의 인물이 끼어드는 것과 같은 요인)가 개입하지 않는 이상 딱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타카기의 장난이 정말로 실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니시카타가 타카기와 자신의 마음을 눈치채는 것이죠.


그러면 왜, ‘장난에서 지는 것’과 ‘마음을 눈치채는 것’은 같은 결론을 내는 걸까요? 이 질문의 답을 하려면 먼저 이 질문의 답을 찾아야할 겁니다. 이 둘의 썸타는 관계에서 ‘장난’은 어떤 의미인 걸까요?




질문의 대답은, 다음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편의 2부 포스팅을 기다려주세요!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고,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위의 영상을 같이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