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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멋대로 리뷰

[내멋대로 리뷰/No.10(完)/애니메이션] 「빙과」: Part.14 "이야기를 끌어오는 방법 (2) + 에필로그" (완결)


Gabriel Fauré - Sicilienne, for cello & piano, Op. 78 (YouTube 링크)


이번 포스팅은 BGM을 포함합니다. 포스팅과 함께 즐겨주세요!



스카이포스터의 애니메이션 읽기,

내멋대로 리뷰입니다.


드디어 장장 일곱 주에 걸친 “[내멋대로 리뷰] - 「빙과」 편”의 마침표를 찍을 때입니다.

마지막 14번째 이야기는 “이야기를 끌어오는 방법”의 두번째 이야기입니다.

이 포스팅의 마지막엔 “[내멋대로 리뷰] - 「빙과」 편” 전체의 에필로그가 추가됩니다.




이 포스팅은 “스카이포스터의 10번째 내멋대로 리뷰 - 「빙과」 편”마지막 14번째 포스팅입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면 이전 편으로 넘어갑니다.


빙과」가 고전부라는 부 활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해서 그런지, 전통이나 고전, 또는 역사에 대한 소재가 자주 등장합니다. 이야기 내부적으로 사건을 해결할 결정적 실마리로써 역사가 등장하거나, 배경이 전통적인 축제로 설정되는 등 폭넓은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죠. <빙과> 편은 에루의 숙부의 45년 전 과거를 추적할 때 모았던 자료에서 일본에서 학생 운동이 한창이었던 한 시기의 분위기가 단서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사토시가 그 시기가 1960년대에서 70년대 일본에서 학생 운동이 본격적으로 있었던 시기라, 불만을 표출하는 대상이 개인이 아니라 사회를 향해있을 때이기 때문에 불량배가 문제를 일으키던 시기라고 보기 힘들다고 언급하는 부분이 있죠.




치탄다 양이 말했던 종류의 교내 폭력은 1960년에서는 아직 거의 볼 수 없는 일이었어.

싸우는 상대가 교사나 학교가 아니라 국가나 체제였던 시대니까 말이야.



[21화. 문 열려서 축하해開きましておめでとう]에서는 사건의 배경이 일본의 새해 맞이 축제고,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이 역사 중의 에피소드 하나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호타로와 사토시가 최근 “풍운급 오다니성風雲急小谷城”이라는 사극 드라마를 즐겨보고 있었다는 배경을 미리 던져두고, 양 끝을 묶은 팥주머니로 독 안에 든 쥐 상태라는 것을 알렸다는 역사적인 일화가 드라마에 나왔다는 것을 활용해 에루와 호타로가 헛간에 갇혔다는 상황을 사토시에게 전달했죠. [22화. 멀리 돌아가는 히나]도 히나마츠리라는 일본의 전국민적인 행사를 배경으로, 명가에서 벌어지는 의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해프닝을 해결한 사건이었습니다.



이야기의 소재 뿐만 아니라, 연출 측면에서도 폭넓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초반부에 배경 음악으로 바흐의 유명한 클래식 음악을 사용한다든지, 아이 캐치[각주:1] 화면으로 각 사건의 계절에 맞춘 24절기 용어를 배치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주로 사용된 클래식 음악은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의 프렐류드Prelude”, 그리고 가브리엘 포레Gabriel Fauré의 “시실리안느Sicilienne” 총 3곡이고, 1화의 B파트에서 사토시가 카미야마 고등학교의 괴담을 들려줄 때는 베토벤의 “월광”이 나오기도 했죠.



이 인용들은 작품의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사건의 화려함보다 주인공 호타로의 1인칭 관점으로 성장의 의미를 잔잔하게 짚는 이 작품에서, 클래식 음악이 단지 눈길을 끄는 용도 뿐만이 아니라 극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도록 배치되고 있습니다. 호타로와 대비되는 “장밋빛” 이미지의 대표자인 에루를 묘사할 때 나왔던 “G선상의 아리아”는 잔잔하면서도 밝은 멜로디로 “장밋빛” 이미지를 띄는 우아한 명가의 외동딸이라는 에루의 캐릭터를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시실리안느”는 어딘가 사정을 숨기는 장면이 있을 때 등장하는 곡이었는데, 마냥 즐겁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마냥 슬프지도 않은 애상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시실리안느”의 곡풍과 상황의 분위기가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죠. “양쪽 끝을 묶은 팥주머니”라는 역사적인 에피소드를 사건의 해결 방식으로 응용한 것도 흥미로웠고, 히나마츠리 행사는 에루가 명가의 외동딸임을 제대로 보여준 상징적인 행사였죠. 행사에서 발생한 문제를 요렁 좋게 해결하는 에루의 모습을 통해 에루가 명가의 자제라는 것을 확실히 증명할 수 있었고, 동시에 에루가 농업을 발전시키겠다는 진로를 결정한 이유에 설득력 또한 부여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에서, 그 방식이 대놓는 방식이건 은근한 방식이건 일본 문화를 보여주는 일이 많이 있습니다. 사실 일본에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니까, 일본의 문화적 공감대가 녹아들어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죠. 특히 캐릭터성이 강한 애니메이션에서는 국적은 외국인인데 일본 문화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캐릭터도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물론 이 정도로 일본 문화에 대한 광적인 열광을 보내는 인물을 접하는 것은 사람에 따라 거부감이 들 위험성을 내포하긴 하지만요. 하지만 「빙과」에서 보여준 것처럼 전통과 고전, 그리고 문화를 이야기의 실마리나 소재, 혹은 배경 등으로 폭넓게 사용하고 또 그렇게 사용한 전통과 고전이 이야기를 망가뜨리지 않고 오히려 설득력을 부여할 수 있는 장치가 되는 것은 충분히 생각해볼 지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때 사용한 클래식 음악이 마음에 들어서, 바흐의 클래식 음악을 더 찾아보려는 사람도 생길 것입니다. 세키타니 쥰의 사건을 추적하는 캐릭터들을 보며 학생이 학교와 사회를 상대로 데모를 하던 시대에 흥미를 가지게 될 수도 있겠죠. “문 열려서 축하해”라는 제목이 왜 말장난인지를 이해하려면, 새해 인사인 “あけましておめでとう(아케마시테 오메데토)”에서 “あけまして(아케마시테)”가 ‘열리다’는 의미인 “開く(あく아쿠)”를 사용해 “あきまして(아키마시테)”로 바뀐 말장난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이해하고자 할 것입니다. 작품 안에서 튀지도 않는데, 그러면서도 접하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흥미를 유발하는 이 작품의 인용하는 방식은 한 번 생각해볼만 합니다.





제가 인용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꺼낸 것은 「빙과」가, 더 나아가서는 원작 소설인 「고전부 시리즈」가 다른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 안으로 끌어오는 방식에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위에서도 이야기를 살짝 흘렸지만, 여기에서 다시 한 번 「빙과」가 이야기를 끌어오는 방식이 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명확하게 확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호타로를 중심으로 청소년기 성장의 빛과 어둠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작품이고, 여기에 형식적인 재미를 위해 추리 소설이라는 틀을 사용하고 있죠. 작품 안에서 주인공들의 대화 안에서도 수시로 추리 소설이 등장하고, 사건의 구성도 유명한 추리 소설의 구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조합이 전혀 생뚱맞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추리 소설이라는 이 작품의 형식이, 이 작품의 개성이자 주제인 성장을 간섭하지 않고 때로는 오히려 보조해주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절약”의 호타로가 “장밋빛”으로 발을 들이기 시작한 계기를 제공한 것도, “호기심의 맹수” 에루가 탐정 역인 호타로에게 사건을 적극적으로 의뢰하면서 시작된 것입니다. 특히 <쿠드랴프카의 차례>는, 호타로가 풀어낸 사건이 이전에 비해 스케일도 크고 화려했고 범인이 사건의 동기를 밝힘과 동시에 청소년기의 성장통에 대한 주제를 적극적으로 보여주기도 하죠. 이렇게 가져온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 안에서 따로 놀지 않고 오히려 어우러지며 흥미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가져오려는 이야기에 대한 의미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의 부제와 같은 재치 있는 변형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가져오는 작품의 제목이 어떤 의미에서 나왔는 지를 알아야 가능한 변형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과거의 사건을 추적하는 작품이지만, 400년보다 적은 45년 전의 이야기를 추적한다는 느낌을 담아 ‘딸daughter’이 ‘조카딸niece’로 변경되었죠. 그러면서도 ‘진실은 결국 밝혀지기 마련’이라는 주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원작 「시간의 딸」은 옛 영국의 국왕 리처드 3세의 이면을, 그리고 「빙과」는 세키타니 쥰과 ‘칸야제’의 뒤에 숨겨져 있는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는 구조를 공유하면서 말이죠. 여기에 더 나아가, 세키타니 쥰의 “장밋빛”으로 가득해 ‘보였던’ 과거을 추적하고 있는 시기에, 마침 호타로도 “장밋빛 생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신의 성장에 대해 탐구하는 주제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져오는 이야기의 의미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면, 다른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에 가져온다는 행위는 가져온 이야기에 대한 경의를 담은 영예로운 오마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가져온 작품이 던졌던 주제의 가치를 알고 있고, 그 가치에 자신도 공감한다는 의미를 담아 원작의 구조를 자신의 작품 안에 차용합니다. 이렇게 경의를 담아 가져온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를 부각시키는 하나의 디딤돌로 만들 때, 가져온 이야기는 디딤돌로써 빛나고 자신의 이야기도 그 디딤돌을 발판으로 빛나는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빙과」를 인용의 좋은 롤모델로 생각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에필로그



성장이라고 하는 달콤쌉싸름한 것



성장을 그저 잠시 스쳐가는 한때의 고난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기본적으로 자신을 보호해주는 울타리가 있던 가정이나 학교라는 환경에 적합했던 기존의 가치관을 벗어나, 자신을 지켜줄 안전 장치가 많이 사라진 사회라는 환경에 맞춘 새로운 가치관의 틀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누구는 겪고 누구는 안 겪는 일도 아니니까 말이죠. 오히려 많은 안전 장치가 해제되는 동시에 가정이라는 틀 안에선 접할 수 없었던 드넓은 선택의 폭을 접하면서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을 재미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한때의 고난이라고 해도, 고난은 고난이라는 사실까지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은 쉽게 변할 수 있는 만큼 또 지금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잘 변하지 못 하기도 합니다. 특히 이제까지 자신이 옳다고 굳게 믿었던 일들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충격은 단지 성장을 “한때의 고난”이라는 말로 간단하게 넘기기 어려울 정도죠. 이제까지 옳다고 생각했던 가치관이 틀렸다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 기존의 가치관을 부수고 새로운 가치관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계속되는 아무것도 믿을 수 없는 불안한 상태라는 것은, 자기 몸 하나 마음껏 누울 공간 하나 없는 사람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성장을 한때만 벌어지는 일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한달이 지나고, 1년을 지나 몇 년을 지나면서 모든 것은 변해가기 마련이고, 그 변하는 것에 맞춰가는 과정을 성장이라고 한다면, 인생 그 자체가 성장이라는 말도 가능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인물의 선택이 성공하거나 또는 실패하는 것을 지켜보며 나 자신을 생각할 수 있는 성장을 다룬 이야기를 참 좋아합니다. 성장을 인생의 일부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인생 그 자체가 성장인 것. 성장의 과정에서 결정한 선택이 달콤하고 화려한 결과를 선사하기도, 혹은 절망적인 좌절감을 맛보게도 한다는 것. 선택의 자유로움과 아무 것도 확실하게 믿을 수 없는 불안감이 함께하는 것. 그런 달콤쌉싸름한 것이 바로 성장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제 막 달리기 시작한 당신에게.

선택의 결과가 달콤한 성공일지 쌉쌀한 실패일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안고서도 ‘살아간다는 것’을 헤쳐 나아가려는 멋진 당신에게.

추리 소설이라는 재미있는 형식을 빌려 성장의 양면성을 입체적으로 담아낸 이 작품 「빙과」와 이 리뷰를 바칩니다.

비록 제가 워낙에 진지충이어서 재미있는 유머를 던지는 흥미로운 포스팅은 아니었을 테지만,

긴 연재 기간을 저와 함께하며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셨다면 저한테는 가장 큰 영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4개의 포스팅. 총 7주에 걸쳐 연재했던 내멋대로 리뷰 - 「빙과」 편”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마무리한 후에도, 이 작품에 대해 저와 대화를 나눠보고 싶으신 분들은 언제든지 말을 걸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이제까지 “내멋대로 리뷰 - 「빙과」 편”를 지켜봐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몇 가지 안내사항을 드립니다!


1

빠른 시일 내로, 이번 “내멋대로 리뷰 - 「빙과」 편”의 포스팅 링크를 한 자리에 모은 정리 포스팅을 업로드하겠습니다.

약간의 추가적인 코멘트가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2

한 작품 연재를 마쳤으니, 말씀드린 대로 휴식기에 들어갑니다.

예정하고 있는 휴식 기간은 2주 정도입니다.

그 동안 또 이야기할 만한 작품을 골라 쓸 것들을 생각해보고 있겠습니다.

연재가 시작되면, 간단한 티저 용 포스팅이 올라갑니다.


3
편집을 마무리하면서, 제가 “호타로를 돋보이게 하는 연출 트릭”이라는 소재로

작성할 예정이었던 포스팅 한 편을 뺐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은 연재 휴식 기간 중에 번외편으로 한 번 따로 다뤄드리겠습니다.


4

"내멋대로 리뷰" 연재에 대한 몇 가지 중요한 공지사항들이 있습니다...만

아직 조사해야할 부분이 있어, 확정되고 나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살짝만 귀띔을 해드리자면, “내멋대로 리뷰” 포스팅에 한해 ‘네이버 포스트’를 꾸려서 업로드를 하거나,

아니면 제 리뷰 내용을 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로 나가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1. Eye Catch. 중간 광고가 시작할 때, 잠깐 극의 진행을 끊겠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띄우는 짧은 화면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