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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멋대로 토픽

[내멋대로 토픽] 「마비노기 영웅전」 대변혁 업데이트를 보는 이야기

안녕하세요, 스카이포스터입니다!


슬슬 애니메이션 [내멋대로 리뷰]로 돌아왔어야 했...을텐데요. 오늘은 잠시만,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블로그 공백기를 위한 일종의 땜질이기도 해요 ㅋㅋㅋ 그리고 가끔씩 리뷰가 아닌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도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새로운 시리즈인 [내멋대로 토픽]의 시작으로써도 간단히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래저래 시작 명분은 만들었네요 :)


여튼 오늘 이야기는 「마비노기 영웅전」, 여러분들이 '마영전'이라고 알고 계시는 그 게임입니다. 대변혁 업데이트라는 대규모 업데이트에 신규 캐릭터 미리를 등장시키며 한창 공격적으로 프로모션을 하고 있길래, 「마영전」의 그랜드 오픈 시절부터, 물론 지금까지 한결같이 플레이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마영전」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오래된 유저로써의 한마디를 해보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제 제 블로그에서 더 이상 「마영전」의 포스팅을 보는 일은, 팬픽 말고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마영전」 초기의 모습에 흥미가 생겨 들어온 옛날 유저의 입장이니, 이 포스트에서는 비판적인 이야기가 다소 주를 이룰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게임의 잘못을 지적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제 취향을 밝히고 이건 제 취향이 아니네요, 라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제 비판에 절대성은 없습니다. 공감하시는 분은 공감해주시면 되겠고, 아니면 아닌 대로 흘려들으셔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간만에 추억을 한껏 담아 작성하는 [내멋대로 토픽]의 첫번째 이야기입니다.



스카이포스터의 [내멋대로 토픽]. 첫번째 이야기

「마비노기 영웅전」 대변혁 업데이트를 보는 이야기


1. 지금 유저들에겐 아마도 그리 중요하지 않은 과거 이야기


「마영전」은 저한테 각별한 게임입니다. 제가 「마영전」에서 어떻게 영향을 받아서 지금 여기까지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하면 과장 살짝 보태서 책 한 권 낼지도 몰라서 여기선 구체적인 이야기는 삼가하겠으나, 제가 지금 정말 욕심나고 하고 싶은 게 생겼어, 라는 마음의 계기가 되었던 각별한 게임입니다. 지금은 그 당시에 비해서 노선이 많이 수정되었고 지금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중이지만, 중요한 골자는 여전히 이 게임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당시 수많은 MMORPG/MORPG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시나리오의 몰입도, 세세한 것 하나하나가 주는 전투 조작의 긴장감과 짜릿함, 게임의 분위기를 고조시킴에 있어 충분하게 서포트를 해준 OST 등등. 물론 한국 온라인 게임이라면 있었던 사소한 단점은 있었으나, 저한테는 그걸 충분히 덮어줄 만큼의, 이른바 '갓겜'이었습니다. 대부분의 RPG 게임들이 자리에 서서 너 한방 나 한방의 포션 싸움이었던 걸 생각하면, 캐릭터의 세세한 것 하나하나를 움직이는 콘솔 스타일 게임을 좋아하는 저한테, 온라인 게임에 제대로 입문하게 해준 게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영전」의 절정기라고 생각하는 글라스 기브넨 전투 (마영전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몇 번의 패치를 거치며 저는 「마영전」이 점점 노선을 바꾸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그리고 아마도 초기 유저들 대부분들에게 악몽으로 기억되는 몇몇개의 패치를 거치면서, 저도 점차 접속하는 것이 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그 때 디렉터였던 한재호 씨(스태프 이름은 말란)를 욕하긴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온전히 디렉터만의 잘못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정이냐고 하신다면, 반 정도는 틀리진 않은 것 같네요. 데브캣 팬들에게는 사실상 역적 취급받는 인물이다보니 그 악명으로 디렉터로 임명되기 전부터 「마영전」 디렉터라는 이름을 달고 다닌 내내 욕이란 욕은 다 먹었으니까요.


「마비노기」 유저들에게 악몽으로 기억되고 있는 그 분의 등장 (디스이즈게임 기사)


그래도 시즌1 즈음까지는 저에게 부정적인 이슈로 다가오는 패치 중에도 열심히 했지만, 시즌2를 넘어가면서부터 이른바 '연어짓'을 몇 번 정도 한 것 같습니다. 제가 친구들 사이에서도 답답해 죽겠다는 이야기를 질리도록 들으면서도 꿋꿋이 스토리 한글자 한글자 다 읽고 귀찮은 퀘스트도 일일히 다 즐겨가며 천천히 하는 타입인데요. 문제는 이게 파티 플레이가 필요해지면 필요해질수록 불이익을 받는 일이 많습니다. 전투 도입부에 나오는 대부분이 수십번은 깼는데 굳이 더 알 이유가 없는 스토리 컷신을 독촉에 못 이겨 스킵해야된다거나 하는 것들이죠.


그래도 컷신 스킵의 경우는 궁여지책으로, 혼자 전투를 들어가서 컷신만 보고 던전을 탈출하는 편법이라도 쓸 수 있겠다고 하지만, 시즌2에 이르러서 파티 플레이가 거의 강제되기 시작한 것이 크게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많은 부분 수정된 시스템이니 이것에 대한 설명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길게 설명할 수도 있지만, 다 자르고 시즌2의 스토리 전투가 시즌1의 스토리에 전투와 비교했을 때의 특징에 대해서 핵심만 추리면,


'난이도에 따른 경험치 및 골드 아이템을 포함한 보상 차이가 심하고

스토리 전투는 한 번 밖에 못하기 때문에 던전은 최고 난이도로 가야함'

'레이드 외의 중간 전투에는 사람들이 관심이 없음'

'파티가 안 모이면 솔플을 해야함'

'솔플 난이도가 높은 스펙이 없는 입문자에게 매우 어렵게 디자인 되어있음'


요런 상황인거죠. 그럼 보상을 포기하면 되지 않느냐, 하실 수도 있을텐데 그 보상의 차이가 성장 난이도를 결정할 수 있는데 굳이 성장 난이도를 높여야할 이유는 없죠. 저 같은 경우는, 사실 그렇게라도 할 수 있었는데 당시는 그게 더 효율적이라는 친구의 조언을 따른 거구요.


여튼 이런 상황으로 먼저 빠르게 캐릭터 성장한 지인의 도움을 못 받으면 스토리도 혼자 못 보고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니 원하는 때에 스토리 진행도 제대로 못 하고 뭉텅뭉텅 끊어지기 일쑤인 상황이 됩니다. 비단 솔로 플레이 때가 아니어도, 시즌1 때는 난이도가 이거 어떻게 하면 해볼수 있겠는데, 였는데 시즌2는 매우 넓은 범위의 광역 공격을 뿌리는 경우가 많았던 탓에 컨트롤 싸움보단 높은 공격력으로 딜링을 밀어부치고 포션 먹어가며 너 죽고 나 죽자 전략이 더 유효해졌죠. 결과적으로 너 한방 나 한방의 포션 싸움인 RPG 게임과 다를바가 없다고 생각한거죠.


이 외에도 몇 년이나 이어져온 마영전에 사건/사고가 한 두개가 아니고 그 사건들이 모두 이제까지 제가, '어쩌면 제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제공'해줬다고도 할 수 있을 게임을 떠난 이유를 밝히자면 한도 끝도 없겠습니다만, 결국 다른 RPG랑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커진 저는 슬금슬금 「마영전」을 떠나는 기간이 길어지게 된 것입니다.


2. 그런데 왜 지금 대변혁 업데이트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나


솔직히 말해서, 기대 많이 했습니다. 신규 스토리 추가와, 확실히 제일 유입 효과가 큰 신규 캐릭터까지 등장시키고, 디렉터 분께서 무려 몇 개월 동안 업데이트가 없어서 진짜 게임 문 닫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의 상황을 유지하면서까지 준비했다고 말한 대격변이었기 때문에 몇 번이고 '연어짓'을 하면서 역으로 점점 기대감은 떨어져가던 와중에 마지막으로 걸어본 희망이자 행복회로였습니다.


아시다시피, 그 행복회로가 업데이트가 등장하기 전부터도 순탄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신규 캐릭터도, 기존 캐릭터가 할 스토리를 원하는 유저들에게 콘텐츠 돌려막기와 같은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었지만, 문제는 그 유명하고 유명한 20강 강화 단계를 확장(당시는 15강이 최고)하겠다는 발언이었죠. 그 자리에서 '미X 새X야'라는 욕이 나왔다는 일화도 꽤 유명하구요.


하지만 어차피 저한테 강화는 중요한 콘텐츠가 아니었습니다. 소위 '매너 강화'라고 하는 강화 단계는 큰 리스크없이 할 방법이 있기도 하고요. 물론 시즌3에 진입하면서 장비 조합 시스템이 상당히 매니악해진 탓에 장비를 못 맞춰서 민폐 짓거리 확정이긴 하지만, 게임을 오래하다보니 게임에서 알게 된 지인도 많아져서, 「마영전」하자고 하면 언제든 같이 해줄 사람도 많아서 그건 한동안 얼굴에 철판 깔고 지인들과 다니면서 천천히 장비를 맞추면 되는 일이니까요. 한마디로 한동안은 마음은 불편하지만 버스 신세를 지내기로 하면 되겠다는 거죠.


그런데, 저는 대변혁 업데이트 내용 중 하나를 보고 「마영전」에는 이제 더 이상 돌아가지 못 할 것 같음을 직감했습니다.


"생명력 포션 등의 소모성 아이템을 사용 모션없이 즉시 효과가 발휘되도록 변경합니다."

포션을 마시는 모션은 「마영전」 초기에 「마영전」이 자신의 핵심적인 매력으로 어필했던 부분입니다. '포션을 마시는 사소한 것에도 전략적인 컨트롤을 요구하는 것'이 「마영전」의 기본적인 기조였다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르겠네요. 그런데 이것을 삭제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갑니다. 전투에선 이미 강제적으로 컨트롤을 요구하는 전투는 가급적 회피하고 그러지 않아도 되는 전투는 너 죽고 나 죽자하며 스펙 몰아붙이기 경향이 짙어지며 컨트롤의 입지가 많이 낮아졌는데, 여기서 포션 마시는 모션이 사라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서 저는 이제 「마영전」이 노선을 캐주얼하고 대중적인 방향으로 거의 완벽히 틀겠다고 선언한 것이라 느꼈습니다. 그냥 다른 RPG 게임에 비해 컨트롤할 부분이 좀 많은 RPG 게임으로써 방향을 잡겠다는 결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세세한 전략적인 컨트롤은 「마영전」이 기본적으로 자신을 홍보하던 정체성인데, 그걸 지우면서까지 결정한 부분이니까요. 그 외에도 플레이 화면을 조금 봤는데, 여러 모로 게임이 정말 많이 친절해졌더군요. 이 친절해진다는 게 양날의 검입니다. 게임에 유입을 쉽게 할 수 있게 하지만, 컨텐츠 소비를 더 빠르게 촉진시킬 수 있기도 한 부분이죠. 게임이 친절해지는 것과 편의성이 좋아지는 건 엄연히 다른 개념이라고 상정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제 입장에선 당연히 비판적으로 말할 수 밖에 없는 대변혁 업데이트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 것은 「마영전」이 정체성을 바꾸는 결정을 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래도 이제까진 「마영전」이 매니아 층의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세세하게 보스 패턴에 대해 공략도 익혀가며 의욕적으로 파고들 줄도 알아야하고, 그 외에 몇 가지 팁들을 어느 정도의 연습을 통해 익혀야하는, 소위 말해 정말 '각잡고 해야되는' 게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업데이트를 엿보고, 마을에 가지 않고 전투지에서도 진행할 수 있는 스토리, '미리' 업데이트를 통해 뼈도 주고 살도 내주다시피 퍼주는 성장 아이템, 포션 모션의 삭제라는 일부 정체성의 삭제 등등을 보며 매니악보다는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RPG 게임의 형태를 따라갈 것이라는 의지를 제대로 엿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비판적인 어조로 이야기를 했지만, 꼰대 같이 옛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처럼 보인다면 그 또한 그렇게 받아들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제 취향은 이랬는데 지금은 이런 방향이 되어서 이제 저랑은 안 맞겠다는 이야기를 한 것에 불과하고, 매니악한 부분을 많이 덜어내고 좀 더 대중적으로 쉬운 게임이 되겠다는 방향을 생각한 것이라면 저는 「마영전」의 선택을 존중하려고 합니다.


3. 대변혁 업데이트를 보는 고인물의 한마디


개인적으로 저는 「마영전」은 절대로 대중적인 게임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 「마영전」에 굉장히 열정적으로 빠져들었을 때는 이것만큼 갓겜이 없다면서 지인들을 끌어들이고, 조금만 신경 써서 익숙해지면 컨트롤 요소에 대한 극복도 가능한데 그게 안 되는 사람에게 '왜 그게 안 되지'라고 생각하면서 한때는 이건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것이 제 오만 중에 하나였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콘솔 게임도 단순히 콘솔 기기를 장만할 수 있냐 없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부분이 어렵거나 잘 안 되는 사람도 충분히 있을 수 있고, 또 콘솔 안에서도 게임 취향이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어느 순간부터 이건 좋아하는 장르의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기 시작하니, 제가 생각하는 「마영전」은 대중적인 게임에 비해 확실히 투자할 게 많은 게임이라는 생각이 어느 순간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보스 공략을 찾아보는 거야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어느 RPG 게임이건 있는 것이지만, 일반 공격-스매시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신경쓸게 많은 조작 시스템을 필두로 0.1초 단위의 컨트롤이 중요한 전략적 직감이 누구에게나 다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구요.


0.2초의 무적 시간으로 피격을 피하는 컨트롤이 결코 쉬운 게 아니다.

(루리웹 커뮤니티)


그래서 애당초 진입 장벽, 소위 허들이 있는 게임이라 신규 유저를 유치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게임만 취향에 맞는다면 충성을 다해줄 매니아 유저를 잡는 게 「마영전」에게 더 도움이 되는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마영전」에서 아예 공식적으로 '마비노기 연어전'이라는 표현을 인정할 정도로, 사실 '연어짓'이라는 게 어느 게임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한 번 마음이 돌아간 유저 잡는 게 죽어라 어려운 일이라는 건 「던파」의 사건에서 개발자 분들도 이미 알만큼 다 아는 부분이죠. 그만큼 매니아 팬층이 충성해줄 잠재력이 있는 게임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접속할 마음이 점점 사라져갔던 건, 인정하기 싫으면서도 사실상 「마영전」이 대중적으로 다가갈 작업들을 계속 진행하고 그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걸 점점 눈치채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분들은 잘 모르실 테지만 XE서버(본 게임에 비해 스태미나 소모를 대폭 줄이고, 점프를 등장시킨 버전)의 등장도 사례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실 순화해서 말이 '대중적'이라는 거지 풀어서 쓰면 '대중적으로 좀 더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향'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몇몇 부분에서는 기본으로 돌아가려는 시도들도 많이 있었습니다만, 결국 종착지는 여기가 된 것 같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저는 더 이상 「마영전」에 돌아가지 않을 것 같기 때문에 「마영전」에 대해 쓰는 마지막 포스팅이라고 이야기를 시작한 것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제까지는 언젠가 돌아갈 게임이라는 인식이었다면 지금은 어지간해선 돌아갈 일이 없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어쨌든 제 입장에선 명백하게 「마영전」이 방향을 바꿨다는 선언이 대변혁 업데이트였고, 저는 그 업데이트가 제 취향이 아니기 때문에 저는 이제 「마영전」에 대한, 팬픽 이외의 포스팅을 하는 일은 어지간해선 없을 것 같네요.


4. 지금부터는 혼잣말!


한 편으론, 어쩌면 그만큼 한국 사람들이 여유가 없거나 혹은 아직은 한국의 게임 시장이 소비자의 관점에서 그닥 크지 않아서 그럴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모든 게임이 모든 사람이 다 좋아하는 대중적인 게임이 되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물며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 갓겜이라고 불리는 게임도 안 맞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 일이거든요.


이 이야기는 뒤집어 말하면 모든 게임이 대중화 전략을 사용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모든 게임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어서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으면 좋은 건 당연한 사실입니다만, 그게 어느 게임이건 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이야기죠. 또 만드는 게임의 장르에 따라서도 아예 매니아 층만이 찾는 게임이라는 것도 있고 말이죠.


'갓겜'의 기준인 메타스코어라고 하들, 그 게임이 안 맞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메타크리틱)


저는 「마영전」이 자신의 원래 정체성을 일부 희생하면서까지 방향을 잡아온 것은 매니아 층을 잘 관리해주는 것만으로 수익을 이어나갈 수 있을만큼 매니아 층 형성이 아직 되지 않았다는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아예 한 게임의 수익을 유지시켜줄 만큼의 두터운 매니아 층이 만들어질 환경이 되지 않아서 일수도 있겠고, 아니면 게임을 '각잡고' 하는 매니아 층으로 남기에 사회에서 살아가는 일이 너무 빡빡해서 그럴 수도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적으로건 금전적으로건 말이죠.


이유가 어떻게 되었건, 결국 「마영전」은 매니아 층만으로 게임을 이어나가기 힘들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초기 유저에게 욕을 들으면서까지 게임을 조금씩 더 가볍게 만드려는 결정을 몇 번씩이나 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더군다나 아직까지 한국은 '네가 잘한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눈에 잘 보이는 수치를 가지고 와라'라는 경향이 세기 때문에 유저들의 평가라는 계량하기 힘든 반응보단 수익이라는 눈에 잘 보이는 수치에 더 집중해서 일수도 있을 것이구요.


이렇게 말하니 괜히 씁쓸해지는 이야기하는 거 아니냐 생각하시겠다만, 사실 저는 전망을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지금 상황은 여러 각도로 많은 부분이 부정적인 건 사실이지만, 그걸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 또한 늘어나고 있다는 것에서 어쩌면 조만간 한 번 사건이 나면서 조금씩 격동해나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사춘기라는 이야기죠.


여튼 간만에 「마영전」 이야기였습니다. 솔직히 제 취향과는 다른 방향을 잡은 「마영전」에게 쓴소리를 잔뜩 한 것 같지만, 다른 방향을 잡은 「마영전」이 또 다른 활로를 잘 모색할 수 있기를 소소하게 바라고, 더해서 한국이 게임 실력만큼 게임도 많은 지지를 받는 때가 오기를 바라는 다소 거창한 마음을 담아 애증의 포스팅을 마칩니다.


그럼 저는 다음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