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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멋대로 리뷰

[내멋대로 리뷰/No.10/애니메이션] 「빙과」: Part.8 "<쿠드랴프카의 차례>: 기대, 그 잔혹한 말 (1)"


스카이포스터입니다!


<쿠드랴프카의 차례> 편, 세번째 이야기입니다.

이번은 특별히 먼저 언급드릴 이야기가 없네요!

「빙과」의 8번째 포스팅을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 이 포스팅은 TV 애니메이션 「빙과」의 스포일러 요소를 포함합니다. ※


※ 객관적인 정보는 일본 위키피디아 및 나무위키를 참고합니다. ※


※ 인용하는 정보에 오류가 있거나, 의견에 대해 이의사항이 있으신 경우 정중한 방향으로 댓글을 달아주시면 적극적으로 반영하겠습니다. ※


※ 현재 보고 계신 포스팅은 「빙과」 연재분의 8번째 포스팅입니다. ※


▲ 이미지를 클릭하면 이전 편으로 넘어갑니다.


‘기대’가 숨기고 있는 어두운 의미를,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알아버리고 말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전부 다 “괴도 10문자 사건”에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연루된 사람이지만, 크게 사건을 해결하려 했던 쪽의 이야기사건을 일으킨 쪽의 이야기로 나눠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사건을 해결하려고 했던 쪽, 호타로와 사토시 사이의 이야기입니다. 사토시가 호타로에게 능력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다는 증거는 작품의 초반부터 여기저기에 있었습니다. [1화. 전통있는 고전부의 재생伝統ある古典部の再生]에서 호타로가 에루를 처음으로 만나 에루의 호기심을 해결해줄 때, 사토시가 호타로에 대해 “일단 생각해내기 시작하면 나름대로 도움이 된다”고 말한 적이 있었죠. 자신은 데이터베이스니까 결론을 낼 수 없지만 호타로는 다르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죠.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 편의 시작에서도 “나는 능력이 없지만, 호타로까지 그런지는 보류해두고 싶다”고 말하고 있구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토시가 자신의 능력이 호타로의 능력에 미치지 않음을 쿨하게 인정하고 있는 입장에서 하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이리스의 부탁을 해결하기 위해 호타로와 함께 학교에 가는 길에 사토시가 호타로에게 던졌던 “부러울 따름이다”는 말과 어딘지 어두운 표정이 그 감정을 뒷받침하고 있죠.


이 표정을 기억하고 계신가요?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에서 복선으로 깔렸던 이 사토시의 표정은, 이번 <쿠드랴프카의 차례> 편에서 사토시의 행동 동기로 작용합니다. 호타로가 이번에 벌어진 “괴도 십문자 사건”은 범인의 범위가 너무 넓어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냈었죠. 하지만 문집 200부를 해결해야 되는 고전부의 상황에서, 고전부가 이 괴도의 타겟이 되는 것과 같은 이목이 확 집중될 수 있는 사건이 필요했죠. 괴도의 타겟을 고전부로 돌리는 발상을 받아들여, 사건에 대해 생각하다가 호타로가 중요한 법칙 2개를 눈치챕니다. 첫번째는 일본어의 50음도 순으로 한 문자로 시작하는 부에서 같은 문자로 시작하는 물건을 훔친다는 규칙성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두번째는, 이제까지 ‘쥬몬지’라는 사람의 성으로만 생각했던 범행성명 ‘十文字’를 10개의 글자를 뜻하는 ‘10문자’로 의미를 환기시켜, 일본어의 첫 글자인 ‘아あ’에서 시작해 열번째 글자인 ‘코こ’에서 마무리될 것이란 이야기를 하죠. 그 결론으로 ‘코’로 마무리되는 범행의 타겟이 ‘고전부こてんぶ[각주:1]’가 될 수 있을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이 규칙성을 공유한 사토시는 호타로에게 무언가 알려 주려다가 결국은 아무 말도 없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다음 타겟이 될 마술부奇術部[각주:2]로 향하죠. 하지만 사토시는 마술부에서 범인의 검거에 실패합니다. 범행 시간까지 예고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사토시가 실패하고 고전부 부실에 돌아와서 호타로가 사토시에게 조언을 해주고서야 깨달은 것이었죠. 그리고 이날 밤, 사토시는 호타로가 추리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사토시 특유의 생글생글한 미소로만 보고 있지 않았는지에 대한 단서가 주어집니다.




호타로는 변했어. 아니, 진가를 발휘했어.

치탄다를 만남으로써 내가 각별히 사랑하는 의외성을 간직한 인간으로.

나는 그것을 단지 ‘유쾌하다’고만 생각하고 있는 걸까.



사토시는 호타로가 능력이 있다는 것을 제일 먼저 눈치채고 있던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호타로가 이제까지 해결해낸 일들, 세키타니 쥰의 일을 4개의 단편적인 자료만으로 근접해낸 것과 이리스가 영화의 결말을 부탁한 전말을 밝혀낸 것은, 사토시의 생각 이상이었습니다. 유쾌하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호타로가 문집 ‘빙과’에 실린 내용을 밝혀냈다는 것을 증거로 이 10문자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선전하며 좋을 것이라 농담을 던진 것은, 어쩌면 호타로가 발휘한 능력이 자신의 생각 이상이었다는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막연히 능력이 있다고만 생각했던 친구가 예상을 뛰어넘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바라보는 사토시의 기분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에서 마야카를 통해 사토시가 동경했던 것이 셜록 홈즈의 열성적인 팬 ‘셜록키언Sherlockian’이었다는 것을 증거로 해서, 사토시가 추리하는 능력에 대해 욕심이 있는 캐릭터라고 봤을 때, 이제까지 ‘기대’를 언급하며 계속 이야기해왔던 절망적인 격차의 구도가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바로 내가 호타로를 ‘기대’해야 하는 대상으로만 인식할 수는 없다는 부정의 감정이 표면으로 드러나는 시기입니다. 그러면서 사토시는 이번 사건만은 호타로의 방식으로 앉아서 추리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며, 현장 검거라는 자신의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보겠다는 의지를 다집니다. 사토시가 셜록키언이라는 것을 가정하고 이야기를 하지만, 사토시가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에서 자신이 셜록키언임을 미묘하게 부정했던 장면이 있었음을 기억하시는 분들도 있으실텐데, 이 장면이 왜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추후 <멀리 돌아가는 히나>를 다룰 때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하지만 다음 문자로 예상된 ‘쿠く’를 건너뛰고 ‘케け’로 시작하는 밴드부軽音部[각주:3]에서 기타줄인 현絃[각주:4]이 도난 당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사토시는 또 다시 실패를 맛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호타로는 누나를 통해서 얻은 만화 [밤에는 시체로夕べには骸に]에서, 그리고 에루와 마야카가 준 그 만화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범인에 다가간 것 같다는 말을 사토시에게 꺼내죠. 이 때, 처음으로 사토시가 호타로에게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큰 소리를 칩니다. 이내 마음을 추스리고 호타로의 의문점을 같이 해결해주기로 하면서 처음으로 호타로에게 ‘기대한다’는 말을 꺼내게 되죠. 여기에서 사토시가 곧바로 마음을 추스리는 것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할 것이 있는데, 이 이야기도 역시 <멀리 돌아가는 히나> 편에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호타로는 사토시와 정보를 주고 받으며 호타로는 생각을 정리합니다. 그 생각의 결말을 얼추 예상한 사토시는 호타로가 부탁한 물건을 준비하도록 흔쾌히 승낙하죠. 하지만, 사토시의 감정은 여전히 제대로 정리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생각을 정리하는 호타로를 멀리서 바라보며 다시 한 번 ‘기대한다’는 속마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준 나레이션, 그리고 호타로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유독 호타로에게 조금 밝게 조정된 화면, 그리고 그림자가 짙은 곳에 서 있는 사토시의 모습. 빙과에서 심심하면 나왔던 ‘장밋빛-잿빛’의 연출을 다시 한 번 보여주면서까지, 사토시는 호타로를 ‘장밋빛’으로 보고 있다는 것에 설득력을 부여하고 있죠.


자주 등장했던 ‘그 구도’의 등장


고전부가 “괴도 10문자”의 마지막 타겟이 되는 것으로 문화제가 마무리된 시점. 사토시는 ‘기대’란 단어를 제대로 쓰지 못 하는 타니 군을 보내며 ‘기대’라는 단어의 의미를 규정한 뒤 바로 호타로를 떠올립니다. 호타로는 사토시가 그 자리에서 지켜보고 있었는지도 모른 채, “10문자 사건”의 범인으로 총무위원장 타나베 지로를 지목합니다. 호타로의 추리는 적중했고 범인을 고전부에 유의미하게 교섭하는 것도 훌륭히 처리해내자, 설마 자신이 속한 총무위원회의 위원장인 타나베 선배가 범인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사토시는 결국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호타로와 자신 사이에 형용할 수 없는 엄청난 격차가 있다는 것을 알아버리고야 맙니다.




정말... 기대 이상이잖아. 호타로.



사토시가 ‘기대’가 아니라 ‘기대 이상’이라고 한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애당초 ‘기대’라는 단어가 두 사람 사이의 능력 격차가 절망적일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나서, 나는 할 수 없는 일을 능력 있는 사람이 해내는 것을 그저 기다리고 바라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체념과 포기의 상황에서 나오는 단어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여기에 사토시는 ‘이상’이라는 단어를 붙입니다. 이것은 호타로가 자신과는 전혀 다른 수준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호타로의 앞에서 직접 ‘기대할게’라는 말을 건네던 때와는 다릅니다. 왜냐하면 ‘이상’이라는 단어를 붙임으로써, 자신이 생각했던 그 절망적인 능력의 격차 또한 벗어난 더 큰 격차를 체감하게 되어버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토시가 호타로의 능력을 보면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절제했던 것은 사토시가 호타로를 이기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말씀드린 대로 <멀리 돌아가는 히나> 편에 나오는 단편 사건에서 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만, <쿠드랴프카의 차례>에서 잡아낼 수 있는 것은 이 정도죠. 하지만 그럼에도 사토시는 이번만큼은 내가 해결할 수 있다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보겠다고 나섰습니다. 이것은 내가 호타로의 위에 서보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적어도 호타로를 나보다 높은 능력의 소유자지만 따라잡을 수는 있는 사람으로 보고 싶었음을 의미합니다. 위에 있지만 따라잡을 수 있다는 명제와, 그 곳은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는 위라는 명제는 그 느낌이 다릅니다. 전자는 자신이 조금만 더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는 잠시간의 열등감이지만, 후자는 내 인생 중에서 절대로 해결할 일이 없어 평생을 짊어져야 할 수도 열등감이기 때문이죠. 후자는 선택이 갈리게 될 것입니다. 그 열등감에 파묻히는 것으로 체념할 것인가. 아니면 그 열등감을 깔끔하게 청산할 것인가. 이런 선택을 말이죠.


사토시는 이 감정만큼은 마야카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마야카가 사토시의 기분을 모른다고 할 수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마야카 또한 ‘기대’의 열등감에 사로잡힌, 이 사건에 간접적으로 연루된 또 한 명의 인물이기 때문이죠.



[밤에는 시체로]라는 만화에 얽혀, ‘기대’의 열등감에 사로잡힌 사람들.

다음 편은 그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코텐부’라고 읽음 [본문으로]
  2. 직역은 ‘기술부’. 흔히 한국어로 알고 있는 ‘기술技術’과 ‘기’의 한자가 다릅니다. 여기서 쓰인 ‘기’는 ‘그가 기행을 저질렀다’에서 사용되는 ‘기奇’입니다. 일본어 발음으로는 ‘기쥬츠부ぎじゅつぶ’라고 읽고, ‘기ぎ’는 ‘키き’의 변형 글자로, 역시 ‘키’의 글자로 인식합니다. 한국어에서 ‘ㄱ’과 ‘ㄲ’을 크게 ‘ㄱ’으로 인식하는 것과 같습니다. [본문으로]
  3. 직역하면 경음(악)부로, 밴드 음악을 ‘가벼운 음악軽音’이라고 칭합니다. 발음은 ‘케이온부けいおんぶ’입니다. [본문으로]
  4. ‘겐げん’이라고 읽습니다. ‘게げ’는 ‘케け’의 변형 글자로, 크게 ‘케’로 인식합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