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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멋대로 리뷰

[내멋대로 리뷰/No.3] "극장판 경계의 저편 ~I'LL BE HERE~" 리뷰

안녕하세요, 스카이포스터입니다!


정기 연재를 안내드리자마자 곧바로 기일이 찾아와서 급하게 정신이 없어졌네요. 지르고 보긴 했는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은 됩니다만, 여러 번 고민하고서 결정한 사안이니 할 수 있을 최대한으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연재화 공지 이후 처음부터 부득이하게 업로드 지연 공지를 올리게 된 것은 대단히 사과드립니다.


어쨌든, 정기 연재를 안내드린 후의 첫 포스팅이네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구글 이미지 검색 발췌 :: 사진을 클릭하면 해당 게시물로 이동합니다.


제가 예전에 한 번 다뤘던 작품이라 제가 저번 포스팅에 제시해드린 실루엣은 금방 알아보셨을 거라고 믿습니다! 미리 정답을 알려드리게 되었는데, 오늘의 [내멋대로 리뷰]에서 다룰 작품은 토리이 나고무鳥居なごむ의 라이트 노벨 원작 「경계의 저편」境界の彼方입니다.


실루엣 이미지의 정답입니다!


이 작품이 다시 [내멋대로 리뷰]로 돌아온 이유는 사실 이 작품의 TVA 분량을 다뤘던 [내멋대로 리뷰]의 첫 포스팅에서 안내드린 것인데, TVA를 리뷰할 당시에 극장판 개봉이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었죠. 한국에 개봉되면 직접 영화관에서 관람한 이후에 바로 포스팅을 올릴 계획이었는데 그 당시에 반달 동안 유럽을 유랑할 준비를 한창 하고 있을 때여서 그대로 놓쳐버렸구요... 한국에서 개봉한지 무려 1년도 더 넘어 지금에서야 다루게 되었습니다.


TVA 「경계의 저편」을 다룬 제 리뷰 포스팅을 참고하고 싶으신 분은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네이버 블로그 링크)


「경계의 저편」 포스팅의 후일담을 참고하고 싶으신 분은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네이버 블로그 링크)


과연, 제가 첫 포스팅에서 단점으로 지적했던 부분들이 보완되었을지, 그리고 이 극장판의 포스팅에서 「경계의 저편」 전체의 평가를 조금 더 올릴 수 있을지 기대해보시는 것도 이번 포스팅의 재미가 될 수 있겠네요. 미리 이야기 다 해버렸지만 그래도 오늘 [내멋대로 리뷰]의 11번째 손님을 정식으로 소개드립니다. TVA 「경계의 저편」의 후속 극장판 애니메이션 「경계의 저편 ~I’LL BE HERE~」이고, 2부작인 「과거편」過去編과 「미래편」未来編을 동시에 이야기합니다.



※ 이 포스팅은 극장판 애니메이션 「경계의 저편 ~I’LL BE HERE~」의 스포일러 요소를 포함합니다. ※


Ⅰ. 「경계의 저편 ~I’LL BE HERE~ 과거편」


「과거편」은 TVA 「경계의 저편」 분량의 총집편으로 나온 1부입니다. 제일 먼저 눈에 띄었던 부분은 TVA에서의 시간적인 역방향 구성을 정방향 구성으로 변경한 것입니다. 작품은 제일 과거의 일인 미라이栗山未来와 이즈미名瀬泉가 만난 일을 시작으로, TVA 분량의 이야기를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고 있습니다.



작품은 기존의 역방향 구성을 통해 단서를 던진 후 진실을 알려주는 추리 소설 같은 구성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재정렬하면서 몇 가지 복선들을 파악하기 쉽게 보여주고 있죠. 저는 「경계의 저편」을 높게 샀던 이유 중에 하나가 역방향 구성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미라이의 행동을 둘러싼 미묘한 긴장감이 죽어버린 기분이라 아쉽기는 합니다. 물론 TVA가 미라이의 진실을 밝히기 전까지 풀어놨던 주변 이야기가 12편이라는 1쿨 분량에 비해서는 너무 많았던 탓에, 핵심이 되는 이야기 외의 여러 이야기들을 다소 산만하게 풀어놓고 너무 늦은 시기에 진실을 털어냈다는 점에서는 비판점이 될 수 있을 구성 방식이었지만, 그럼에도 미라이의 심경을 한 회 분량에 몰아내 폭발적으로 표출하면서 공감을 이끌어낸 점만큼은 역방향 구성의 장점이었다고 보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전체적으로 「과거편」이 TVA의 내용을 다시 정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시간 순서대로 친절하게 인물이 행동하는 의도를 짚어주는 것은 총집편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목적에 충실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저는 개인적인 취향으로 TVA에서 선보인 역방향 구조의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


또 하나, 이 작품을 접하게 되면 바로 눈에 띄는 것이 더빙을 새로 진행한 부분입니다. 미라이 역을 담당하신 타네다 리사種田理沙 씨는 「4월은 너의 거짓말」四月は君の嘘의 카오리宮園かをり와 「식극의 소마」食戟のソーマ의 에리나菜切えりな와 같은 굵직한 역할을 맡으며 성우로써의 능력을 인정받았고, 이런 능력있는 신인 성우분들과 동시에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의 나가토 유키長門有希 배역 등을 맡은 치하라 미노리茅原実里 씨 등, 굵직한 경력의 성우분들이 조연으로 들어오며 성우 캐스팅과 연기는 흠 잡을 데가 없었고, 재더빙에서 그 능력을 여전히 발휘하고 있습니다.


「과거편」에서는 삭제된 장면이지만, 전 여기에서 타네다 리사 씨한테 완전 반했습니다.


하지만 아키히토神原秋人는 조금 상황이 달랐습니다. 주인공이라는 입지에 비해서는 다소 변태적이다경박하다는 평가가 많았던 캐릭터고, 사실 그 점이 KENN이라는 캐스팅을 어울리게 만들기는 했으나, 언급한 성격적인 요소나 초중반에서 일부, 연기는 적절한데 캐릭터의 립싱크와는 살짝 어긋난 모습을 보이면서 이래저래 미묘한 입지를 보였던 캐릭터였죠. 하지만 이번 재더빙을 통해서, 그리고 「과거편」이 아키히토가 주인공으로써의 면모를 보여주는 중후반부에 연출을 집중하면서, TVA와는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성우 자체도 TVA 때와 비교했을 때 더 성장했다고도 생각하고요.


TVA에서 보여줬던 연기도 좋았지만, 특히 이 초반에서 차분해진 연기톤에서 확 달라진 느낌이 신선했다.


이 이후로, 「울려라! 유포니엄」響け!ユーフォニアム의 총집편 극장판에서도 재더빙을 하고 있어서, 쿄애니의 극장판 재더빙 방침을 유지해나갈지는 조금 더 지켜보고 싶습니다. 총집편이 TVA의 내용을 정리하는 일종의 서비스편인만큼, 재더빙을 위한 수고는 좀 들어가긴 하겠으나, 팬서비스의 관점에서 제법 괜찮은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여서, 몇몇 삽입곡도 추가로 들어갔는데, 특히 아키히토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존재가 경계의 저편境界の彼方 안으로 먹혀들어가는 선택을 결심한 후의 미라이와 아키히토의 결전 장면에서 TVA에서는 없었던 새로운 보컬곡 "사랑 때문에"愛ゆえに은 미라이의 심정을 좀 더 애절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쩌면 특별히 개연적인 이유 없이 돌아온 미라이에 대한 설득력을 어느 정도 부여하는 장치이자 새로운 사건을 만들어내기 위한 발단이었던 미라이가 기억을 잊어버리는 마무리는 여러 가지 의미로 충격인 부분이었습니다. 결국 기억상실이라는 스토리로 가게 된 건가, 하는 한탄 비슷한 느낌도 들었지만, 적어도 서로를 적대해야하는 사이면서도 누구보다 자신과 제일 비슷한 사람인 아키히토와 미라이 사이를 응원하는 사람이라면 다소 경악스러운 마무리가 되었을 수도 있겠네요.


"당신은, 누구신가요?"


더불어, 왜인지 모르게 이제까지의 「경계의 저편」의 작화와는 약간 이질감을 보이는 장면에서, 살짝 아키히토의 어머니인 야요이神原弥生를 닮은 것 같기도 하면서 확실하게 단정지을 수 없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며 미라이의 기억 속에 이계사異界士와 관련된 미라이의 기억이 물에 번지듯 지워지는 연출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이제 「미래편」의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미래편」의 이야기를 이어갈 새로운 한 명의 등장


Ⅱ. 「경계의 저편 ~I’LL BE HERE~ 미래편」


(지금부터 TVA에서 다뤘던 이야기 분량은 「과거편」 분량으로 표기합니다.

TVA에서만 다뤄진 분량은 TVA 분량이라고 별도로 표기합니다.)


「경계의 저편」을 마무리 지을 한 편이 시작되었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인 미라이(미래未来)를사용해 과거편과 미래편의 2부작으로 나눈 것으로 보이고, 미라이와 아키히토의 마지막을 다룬다는 관점에서 미라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본격적으로 원작 라이트 노벨은 3권 이후로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고, 출판된 권마저도 1권은 새 책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상 원작 라이트 노벨이 더 나올 가능성은 없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도 원작 라이트 노벨에서 설정만 가져오고 다른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이 「미래편」으로 「경계의 저편」은 사실상 마무리라고 언급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경계의 저편」 TVA 분량으로 메인 스토리는 완결성을 띄고 있고, 다만 TVA에서 여러가지 사건이나 발언에 대해 근거나 배경 지식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을 보충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 제 의견이었죠. 그리고 그것을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으로 채우면서 마무리하고자 했던 것이 「미래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과거편」 분량의 해피 엔딩을 반전시켜 미라이에게는 현실 세계로 돌아온 대가인지는 불분명하나 이계사로써의 기억을 잊어버린 상태로 아키히토의 앞에 돌아왔습니다. 「과거편」의 엔딩 크레딧 이후의 추가 영상에서 확실하게 묘사되고 있지만, 「미래편」의 도입부 이후에서도 미라이가 이계의 기억을 잊어버렸다는 묘사가 있으니 TVA를 접하신 분들에게 「과거편」은 팬서비스라는 느낌이 강해진 셈이 되었구요. 그리고 그 반전된 엔딩으로 새로운 후일담을 다루며 동시에 「과거편」 이전의 스토리를 끄집어내며 조금씩 빈칸을 채워가기 시작합니다.



1. 빈 칸 채우기 : "다음 빈칸의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을 고르시오."



주요 스토리인 미라이와 아키히토의 이야기는, 물론 약간의 눈에 보이는 빈 칸들이 있었습니다만 어느 정도 납득 가능한 수준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상세하게 묘사되지 않아서 주변 인물로만 파악되었던 인물들이 아키히토와 미라이의 이야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물로 등장하면서 다소 크나큰 빈칸을 남긴 캐릭터가 있었는데, 그 캐릭터가 바로 미로쿠藤真弥勒와 이즈미였죠.


미라이에게 최후의 고난을 선사하는 악역임에도 막상 행동의 동기가 없어 몰입하기 힘들었던 캐릭터였던 미로쿠


그리고 「미래편」에서 이즈미에게 요몽妖夢을 심고 더불어 자신의 몸에도 요몽을 키우며 자칫 인류의 위기까지도 올 수 있었던 행동을 초래하는 행동을 했던 이유를 직접 밝혔습니다.


"저는, 저를 부정하고 받아들이지 않았던 놈들이, 모두, 전부, 싫습니다."


미로쿠가 이즈미에게 요몽을 집어넣는 장면에서, 미로쿠가 입은 복장에서 연구원 비슷한 직위였다는 증거가 등장했고, 미로쿠가 이즈미에게 요몽을 몸에 넣으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설득하며 이즈미에게 요몽을 넣었을 때 "당신은 아름다워."라고 말하는 행보로 보았을 때, 약간 근거가 부족한 부분은 있으나 요몽을 상대함에도 요몽을 몸에 집어넣어서 요몽을 상대할 수 있는 더 강한 힘을 얻는 것을 주장하는 연구원이지 않았을까, 라는 추측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적을 없애기 위해 적의 힘을 받아들이자는 주장은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고, 그 주장을 유일하게 실현하게끔 해준 이즈미를 이용해 자신을 반대한 세계를 뒤집어 엎기 위해 꾸며온 것이 미로쿠의 행동 동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즈미가 요몽을 없애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는 신념은 TVA에서도 상당히 긍지 높게 강조되고 있습니다. 「과거편」에서 "요몽은 농가의 쌀이고, 어부의 물고기 같은 것입니다"라는 발언을 중심으로, 나세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이계사로써의 사명을 완강하게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더불어서 아키히토가 품고 있던 최강의 요몽 경계의 저편境界の彼方을 반드시 나세 가문이 토벌하도록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이며 나세 가문의 위세를 유지하는데도 힘쓰고 있는 정황이 드러나는 캐릭터죠. 미로쿠가 "정보를 쥐고 있는 나세 가문의 가드가 세서요."라고 언급하는 장면에서, 경계의 저편에 대한 정보를 함부로 흘리지 않는 철저한 모습의 증거라고 할 수 있죠.



"당신에 요몽이란 무엇이죠?"

"뻔하잖아요. 단순한 괴물입니다."


하지만 TVA의 마지막에서, 이즈미는 미로쿠에 의해 남동생 히로오미名瀬博臣의 앞에서 몸 안에 요몽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당하게 됩니다. 이것은 이제까지 이즈미의 신념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볼 수 있고, 히로오미가 이즈미에게 화를 낸 것은 굳게 신념을 밀고 나가는 사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누나 이즈미가 신념에 반하는 행동을 보여준 것에 대한 실망감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나는 누나처럼 되진 않겠어."


그럼에도 이즈미가 결국 자신의 신념을 버리고서도 요몽을 몸 안에 길러냄으로써 이계사로써의 힘을 더욱 강하게 하려고 했던 목적은, 본격적으로 적으로 재회하고만 이즈미와 히로오미 사이의 싸움에서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장면은 과거로 되돌아가, 어렸을 적의 히로오미와 미츠키名瀬美月를 보여주며 마치 편히 자고 있는 자식들을 뒤로 하고 고된 새벽일을 하러 나가는 것과 같은 묘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후 이어지는 히로오미의 대사에서, 이즈미가 요몽을 몸에 넣은 선택은 너무나도 어렸던 동생들과 너무나도 권위적인 윗사람들 사이에 홀로 막중한 임무를 감당했던 인물의 최후의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즈미의 이야기는 뒤에서 언급할 큰 주제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뒤에서 자세히 다시 언급하도록 할게요!





마지막, 갑작스레 나타난 엄마, 야요이가 갑작스레 나타난 것치고는 상당히 결정적인 정보를 확보하고 있던 것은 「과거편」 분량에서는 "네 엄마는 칸바라 야요이라고"라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며 당위성이 살짝 모자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미래편」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미라이의 엄마와 전혀 시간의 힘이 발휘되지 않은 모습으로이야기를 하고 있던 것과 더불어, 엔딩에서 '믿고 싶음 믿고 아님 말고'라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듯 말했지만 오랫동안 인간 세계와 요몽 세계 사이를 지켜본 문지기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장면을 집어넣으며 요몽이 인간 세계로 넘어가는 것을 전부 알 수 있는 인물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이래뵈도 두 세계의 문지기로써 제법 오래부터 이 세계를 보고 있었다고."


「미래편」의 중반에서, 이즈미가 이렇게 될 지 몰랐다며 아키히토의 앞에 등장했을 때, 평소 야요이대로 전위 예술을 한껏 보여주며 코믹하게 등장하기는 했으나, 이내 아키히토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달하는 것은 아들과 주변 인물들의 고난을 다 알면서도 가만히 있어야하는 입장이지 않았을까, 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그것은 미라이의 엄마가 야요이에게 부탁한 것이 야요이에게 '같이 살아감에 대한 확신'을 불러 일으켰을 것이라 생각되며, 모두가 같이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이 고난은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는 의견을 마지막에 밝힘으로써 그저 상황을 지켜보는 입장을 고수하기로 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죠.



비판적인 입장으로 보자면, 오랫동안 인간 세계와 요몽 세계를 지켜본, 어떻게 보면 이계사로 대표되는 인간과 요몽이 싸우는 것을 단지 지켜만 보던 방관자의 입장인 캐릭터이고, 심지어 자신의 아들을 이계사들의 최후의 목표나 다름없는 요몽인 경계의 저편으로 낳아두고서도 결정적일 때만 등장했던 야요이의 모습은 다소 비판적으로 보여질 수 있는 행보라고 할 수는 있겠습니다. 정말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자신의 이상을 증명하기 위해 모든 위기 상황을 방관한 인물이라고 절하시킬 수도 있겠습니다만, '같이 살아가는 것'을 깨닫는 것이 단순히 평화롭게 지내는 것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지 않을까도 생각해봅니다.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2) 하지만 빈칸 채우기는 완벽하지 않았다


TVA에서 보여준 굵직한 빈칸들을 「미래편」에서 채워넣어주면서, TVA에서 보여줬던 몇몇 행보에 대한 당위성을 얻게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예전에 제가 미라이가 텅 빈 그림자(우츠로나카게虚ろな影)가 깃들어 결국 자기 손으로 죽일 수 밖에 없었던 친구 유이伊波唯의 동생인 사쿠라伊波桜가 갑작스레 미라이를 죽이기 위해 등장했던 것이 당위성이 모자랐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과거편」에서 미라이와 사쿠라가 전투하는 장면을 통째로 삭제시키면서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정리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부분이 통째로 삭제되면서 「과거편」의 흐름에 빈칸을 선사한 부분도 있으나, 사쿠라가 갑작스레 미라이와 대립하기 위해 등장한 이유를 이즈미의 과거와 미라이가 저주 받은 피의 일족으로써 계승된 과거를 주로 묘사하는 「미래편」의 흐름에서 담아내긴 어려움이 있었다 판단해 편집을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편」에서 편집된 미라이와 사쿠라의 전투 장면


그러나 TVA의 이야기를 잘 보충해준 것과는 달리, 정작 「미래편」의 흐름을 꽉 채우지 못 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특히 야요이의 방관하는 행보에 대해서, 저는 어느 정도는 납득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일련의 사건 해결을 증오를 뛰어넘는 사랑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다소 과도하게 낙관적인 의견을 밝히는 모습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는 분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이 작품의 전체적인 주제를 보건대, 그리고 TVA에서 사용한, 앞뒤를 비슷한 장면으로 처리하는 수미상관 구조를 「미래편」에서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애매하게 끝나는 도입부의 나레이션으로 보건대, 아키히토와 미라이는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100번 옳습니다만, 그 결말에 완전히 몰입하기엔 너무 낙관적인 결말인 감이 있지 않았나 싶은 점은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이 둘은 해피 엔딩이어야 합니다.


3) 소외, 그리고 회복 ~ 내가 나로 있기 위해 가져야할 기억의 양이란


「미래편」의 이야기는 미라이의 기억 소실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바로 미라이와 아키히토가 나레이션으로 주고 받는 1~2분 남짓 되는 독백이 눈길을 끕니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억은 얼마만큼일까."


TVA가 일반적인 주인공에 대한 정의를 두 번 번복하는 질문을 던지며 시작했고, 「미래편」도 이런 복잡한 물음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계사로써, 저주받은 피의 일족으로써의 기억이 모두 지워진 미라이와 선명하기도 희미하기도 한 애매한 기억이지만 어쨌든 그것을 애매한 모양새로라도 껴안고 있는 아키히토가 대비되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기억을 잊어버린 미라이와 그런 미라이의 기억을 대신 일부는 확실하지만 일부는 애매하게 가지고 있는 아키히토 사이의 이야기고, 아키히토는 과거 미라이가 "(이계사를) 그만둘 수 있다면, 진작에 그만 뒀어요"라고 괴롭게 말하던 미라이를 기억하며 미라이의 기억을 될 수 있는 한 막아내려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미라이가 기억을 되찾는 것을 막아내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외부적으로는 미라이가 가만히 둘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어서 자신도 모르게 이계사의 능력이 발휘되어야 하기도 했으나, 비록 미라이의 기억을 숨기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음에도, 미라이와 재회했을 때 괴로운 표정을 지었던 이질감을 미라이가 기억해냈던 것과 미라이가 자신의 기억을 찾지 못 해 괴로워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단지 얼굴에 철판 깔고 지켜만 보고 있는 성격은 못 되는 아키히토의 행동이 조금씩 미라이에게 자신이 잊고 있던 무언가를 기억하게끔 만듭니다.



그리고 아키히토의 바람과는 다르게, 미라이는 마음 속의 어둠을 끄집어내는 요몽을 품고 다시 나타난 이즈미와 미로쿠에 의해 잊어버린 기억 중에서도 어두운 기억만을 되살리며 최악의 형태로 기억을 되찾아버리고 맙니다. 요몽에 의해 저주받은 피에 새겨진 어두운 기억의 지배를 받게 되고, 주변 사람들마저도 해칠 수 있는 너무나도 강력한 힘을 받은 대가로 최강의 요몽, 경계의 저편을 토벌해내야만 하는 기구한 일족의 운명과 마주하며 미라이는 진심을 다해 죽일 기세로 아키히토에게 달려들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물론이고, 이즈미와 미라이마저도 요몽에 잠식당할 것 같은 상황까지 몰리며 미로쿠의 목적은 점차 현실화되기 시작하며 위기를 맞이합니다. 하지만 설명충 악당 덕분에요몽의 정체를 알게 된 히로오미는 이즈미의 어둠에 혼자서 모든 것을 끌어안으려고 했던 막중한 책임감을 이해하며 과거의 어둠에 잠식되던 이즈미를 구출하는 것에 성공합니다. 아키히토도 역시, 미라이에 대한 것을 지키려는 힘이 담긴 미라이가 끼고 있었던 반지의 도움을 받아 미라이의 피에 새겨진 태초의 기억까지 들어가 미라이를 어둠에서 꺼내는데 성공합니다. 이 때 「과거편」에서 아키히토가 요몽 경계의 저편이 표면화되었을 당시 어두운 기억에 잠긴 것이 정체 불명의 녹색빛 수면 속에 있는 것으로 표현되고, 점점 빛을 향해 떠오르는 연출이 이 어두운 기억에서의 탈출을 표현하는 부분이었는데, 이번엔 역으로 미라이가 잠긴 검은 어두운 기억 사이에서 아랫방향의 빛을 향해 탈출하는 연출은 「경계의 저편」의 상징과도 같은 연출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야요이가 두 세계를 지켜보는 문지기였다는 것과, 딸 미라이를 위해 특별한 힘을 가진 자신의 몸을 희생해 미라이와 미라이의 주변을 지킬 수 있도록 반지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던 미라이의 엄마의 기억을 회상하는 것으로 미라이와 아키히토의 이야기를 포함한 모든 인물들의 이야기는 소외에 대한 회복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모입니다. 인간 세계와 요몽 세계의 경계, 그 저편의 어딘가에 있는 것, 그것은 바로 '증오를 뛰어넘는 사랑'이라는 것. 처음 기억을 잃어버린 미라이와 기억을 홀로 다 가지고 있는 아키히토 사이에 형성된 대비의 의미가, 작품 도입부의 질문의 답이, 그리고 중간중간 행복에 대해 던졌던 질문의 답이, 행복한 것은 사람들과 살아가는 것이라는 하나의 결론으로 모이며 이 작품은 같이 살아가는 것에 대한 하나의 주제를 드러냅니다.



아키히토의 생각은, 사실 틀리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과거편」에서 서로 적대하고 서로 이제까지의 경험과 인생이 결코 동일하지 않음에도 자신과 똑같이 사람들에게 배척받은 태초의 기억을 미라이가 타고났다는 것을 먼저 알아본 아키히토라면, 모처럼 그 괴로운 기억을 잊어버린 미라이가 다시금 그 기억을 되찾지 못 하도록 하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괴로운 기억 속에, 행복한 기억 또한 있었습니다. 미라이의 엄마가 자신을 희생한 사랑을 남긴 추억이라는 것이 있었고, 비슷한 처지에 위안을 넘어 사랑을 느꼈던 대상인 아키히토와의 기억도 있었죠. 이미 중간에 히로오미와 미츠키의 말에서, 그 기억들을 언제까지고 없는 걸로 할 수 없고 그 기억들을 통째로 지우는 것이 정말로 행복인지를 묻는 것에서 아키히토는 조금씩 이에 근접해가고 있었죠.


“그건 정말로 행복한거냐.”


결국 사람은 사람으로써, 누군가를 의지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초반부의 독백처럼, 선명했던 기억조차 희미하게 남아버리고 혹은 아예 잊어버리고, 그런 과거의 기억들을 알 수 없는 아득한 미래를 바라보며 애매한 모습으로 안고 간다고 한다면 당장 살아갈,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는 것도 참 덧없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나의 기억으로 나의 애매함이 채워지고, 또 반대로도 기능하며 행복도 그리고 슬픔도 끌어안으며 같이 사는 것이란 이야기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비단 미라이와 아키히토의 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미라이와 미라이의 엄마, 이즈미와 히로오미와 미츠키, 나세 가문의 삼남매와 아키히토, 미츠키와 요몽 야키이모ヤキイモ군고구마근데 정말 발음이 같음 등의 관계들과 같은 비슷하고도 다른 여러 짝들과 얽히며 그들은 계속해서 살아나갈 것입니다.




3. 리뷰를 닫는 이야기 ~ 저와 계속 같이 살아가 주시겠어요?


"몇 가지 물음표를 남긴 소외와 회복의 이야기"


사람이 온전한 사람으로써, 내가 온전한 나로써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억은 얼마만큼일까요? 괴로운 기억을 제외한 나머지 기억, 이라는 답변이 1차적으로 제일 떠오릅니다만, 만약 그 괴로운 기억에 관련된 행복한 기억마저도 지워져야하는 것이 조건이라면 그 답변은 잠시 보류해두고 싶습니다. 왕따를 당하던 고통스러운 기억 사이에, 그 기억 내내 내 편에 서서 하나의 지지대가 되어줬던 어떤 한 친구의 기억마저 잊어버리는 것이 나에게, 그리고 그 친구에게 진정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고민을 하신다면, 아마도 "내가 살아왔던 기억들 전부"라는 대답이 더 나은 대답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낙관적인 말을 마냥 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정작 가해자였던 제3자, 불특정 다수, 혹은 사회 전체를 향한 실질적인 해답이 될 수는 없고, 이것저것 뒤집히며 굳게 믿어 의심치 않던 것들이 하나둘 배신하고 있는 안타까운 일들을 향해서까지 "사람들끼리 살아가는 사랑의 힘을 믿으세요"라는 낙관적이면서도 조금 오글거리기도 하는 말은 감히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아이러니하게 한 사람의 상처를 단 하나라도 봐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것을 양분으로 사람들은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결국 외치게 되나 봅니다.


"저와 계속 같이 살아가 주시겠어요?"


드디어 「경계의 저편」이라는 하나의 숙원 사업을 마무리했습니다. 사실 「미래편」도 처음에는 금방 와닿지 않는 연출이 많아 TVA처럼 빈칸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여러 번 참고하면서 그리고 TVA의 기억을 떠올리며 보니 저에게는 유종의 미를 잘 거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미츠키의 성우 치하라 미노리 씨를 기용해 인연에 대한 가사로, TVA의 오프닝 "경계의 저편"에서 보여줬던 희망적인 템포의 엔딩 테마 "만나고 싶었던 하늘"会いたかった空을 사용한 것도 제법 인상 깊었던 엔딩이었구요.


치하라 미노리 「会いたかった空」 뮤직비디오 풀 버전


주제에 관해서 써내다보니, 예상보다는 이야기가 많이 길어졌습니다. 이것으로 TVA, TVA 추가, 극장판의 무려 3개의 포스팅으로 나열했던 「경계의 저편」 리뷰 포스팅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기쁜 일도 슬픈 일도 함께하며, 분명 괴롭기도 할테지만, 또 그 안에서도 행복을 찾아 사랑하며 지내시길 바라면서, 오늘의 [내멋대로 리뷰] 포스팅을 닫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신 분들에게는 언제나 감사의 말씀! 을 드립니다.



다음 포스팅은 27일이 되겠네요, 2주 후에 뵙겠습니다!


이번은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예고 이미지는 없습니다.


뭘로 돌아올지 계속 궁금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