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이야기하는 낭인,
스카이포스터, 인사드립니다.
올해 마지막 [내멋대로 리뷰] 단독 작품 포스트입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가 마지막 작품이 될 줄 알았는데, 개봉일인 1월 16일 이전에 이렇게 GV(Guest Visit: 관객과 스태프, 주로 감독님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에 참가할 수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이후로 <썸머 워즈>, <늑대아이>, <괴물의 아이>를 다 놓쳤는데 이렇게 접하게 되면서 호소다 마모루 감독님 작품에 대한 애정이 생기는 것을 느낀 소중한 작품이었습니다. 또 <너의 이름은.> 시절 신카이 마코토 감독님 때는 다소 짧은 무대인사 정도였지만, 이번은 진행자 분까지 모시고 1시간 정도 진득하게 앉아 대화를 나눈 첫 GV라 이쪽으로도 저한테 소중한 경험이 되었네요.
이번 12월 27일, 여의도CGV 도경수홀에서 있었던 <미래의 미라이> 상영회 및 GV 이야기입니다.
* 이 포스트에서는 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를 소개하는 정도의 간단한 언급만 합니다. *
조금씩 스타일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썸머 워즈>부터 줄곧 호소다 마모루 감독님 작품의 중요한 테마는 바로 '가족'이었습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이번 <미래의 미라이> 사이의 작품을 제가 아직 접하지 못 했기 때문에 전작과 비교해 어떻다는 이야기를 드릴 수 있는 입장이 아닙니다만, 포스터만 접해도 '가족 이야기'라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작품들이었죠. 그리고 이번 <미래의 미라이> 역시 '가족'이라는 테마와 결을 같이하는 작품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동생 미라이가 생긴 맏이 쿤의 성장 이야기가 이 작품의 주된 이야기입니다. PV에서도 많이 접하셨으리라 생각하지만 미래에서 온 중학생 미라이가 쿤 앞에 등장하는 것을 시작으로, 쿤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넘나들며 부모님에 대해 알고, 동생에 대해 알고, 나아가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이야기죠.
하지만 <미래의 미라이>는 이 이야기를 교훈극처럼 가르치거나 혹은 스케일을 크게 만들어 눈물샘이 터지는 감정 복받치는 순간을 만들지 않습니다. 컷을 길게 쓰는 것이 호소다 마모루 감독님의 스타일이지만, 비슷한 러닝타임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1260컷과 비교해도 <미래의 미라이>의 900컷은 그만큼 이전 작품에 비해 더 관찰하겠다는 느낌으로 카메라를 가져간다는 느낌이 더 강해졌음을 보여주는 부분인데요. 이 감각이 역사의 어떤 한 순간과 결을 같이하는데도 지극히 작은 한 순간, 한 사람의 이야기를 그저 보여주는 것처럼 만듭니다.
또, 쿤의 성장이 이 작품의 중심이지만 성장이라는 요소가 쿤에게만 머물지 않고 쿤의 주변 사람들, 어른들, 그리고 부모님에게까지 폭넓게 관여하는데, 그래서 쿤이라는 한 명의 어린 아이로 시작하는 이야기가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되고 결국은 나 자신의 이야기로 돌아온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말 감동이야!'라는 느낌보다는 '아, 나도 저랬던 것 같아'라든지 '내 부모님도 저랬을지 몰라'처럼 마치 추억의 사진첩을 넘겨보는 느낌이라고 하면 좋은 비유가 될까요.
작품의 중요한 공간인 집의 독특한 구조, 상상력이 한껏 발휘된 개성적인 배경이나 캐릭터들, 그리고 분명 스크린 안에서 움직이는 캐릭터들의 이야기인데 왠지 내 이야기였던 것처럼 데자뷰가 느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제가 이제까지 늘 품고 있었던 '애니메이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봤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최근 가족이라는 단어를 마냥 좋은 단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시대죠. 호소다 마모루 감독님도 윗 사람이 아랫 사람에게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 하실 만큼 '가족을 소중히 해라'라는 말을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말하기는 쉽지 않죠.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최근은 오히려 전통적인 가족의 의미나 정서가 점점 무너지고 있다고 보는 게 맞는 진단이긴 하니까요. 하지만 좋은 점도 싫은 점도 껴안으며 한 공간에 같이 사는 사람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던져본다면 이 작품은 그 질문에 대한 수많은 대답 중 하나가 될 수 있으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님의 신작, <미래의 미라이>. 아이들과 보러 왔다가 같이 온 부모님도 재밌게 남을 수 있을, 간만에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귀환을 기대해주시고, 또 개봉했을 때 모두들 재밌게 즐기실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아래 첨부한 영상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님의 인터뷰 대답을 중심으로 GV를 편집해 구성한 영상입니다. 제가 변변한 촬영 장비가 없이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찍은 불편한 영상입니다만, 관심 있으신 분들은 영상을 한 번 열람해보시길 바랍니다. 이 영상은 상영회 이후 진행된 토크쇼이니 본격적으로 작품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영상 열람 전에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